박물관이 살아있다 ② – 폰타치오네 프라다

당대 패션, 예술, 건축, 문화 등의 다각도&입체적 협업으로 건설된 3대 박물관이 유럽에 개관했다. 그 빅 3는?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vs. 폰다치오네 프라다 vs. 아르마니/사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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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DDP에서 샤넬 크루즈쇼가 열린 5월 4일. 이 행사엔 수지 멘키스를 비롯해 힘깨나 쓰는 패션 전문가 몇몇이 참석하지 못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연례 행사인 패션 전시 갈라가 겹친 탓도 있다. 그러나 하루 전날 미우치아 프라다의 러브콜로 인해 밀라노에서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칼 라거펠트가 뻑적지근하게 벌이는 행사에 늘 초대되는 이태리 <보그> 편집장의 경우, 밀라노 남부의 쇠락해 가는 산업지구에 렘 쿨하스가 지은 독립체로 향했다(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공사 중. 건물 가운데 가장 높이 솟은 구역이 스페인 성가족 대성당처럼 미완으로 남아 있다니 이 얼마나 프라다적인가! 그 자체로 미완성의 완성이니 계속해서 살아 있는 셈이요, 현재 진행 중이며 진화한다는 뜻). <보그 코리아>가 지난달에 다룬 ‘A Grand Vision’ 기사에 낱낱이 소개된 그 특별한 미술관 말이다.

제르마노 첼란트(1996년 피렌체에서 열린 패션 비엔날레 ‘Time and Fashion’을 위해 미우치아 프라다와 데미안 허스트의 만남을 주선했던 인물)가 관장으로 선임된 이곳은 19,000m²에 달한다(베를린 홀로코스트 박물관과 엇비슷한 면적). 새 건물과 옛 건물 등 통틀어 모두 일곱 채의 건물(1910년에 지어진 양조장 탑은 아직 복원 중)이 들어섰다. 긴 남쪽 화랑 벽에는 루치오 폰타나, 도날드 저드, 이브 클랭, 제프 쿤스, 게하르트 리히터가 걸려 있다. 개관식에 맞춰 기획한 전시는 역시 고전. 70점의 고전 연작은 고대 그리스 진품들을 로마시대에 다시 만든 작품들과 뒤섞어 기획됐다(이란 국립 박물관에서 대여한 부서진 페넬로페의 토르소도 포함돼 있다). 그러니 여러분이 여름 휴가를 밀라노 엑스포 기간에 맞췄다면 8월 24일까지 열리는 전을 놓치지 마시길! 아울러 로만 폴란스키 영화가 상영되는가 하면 도서관과 예술 교육을 위한 어린이 공간도 있으니 가족 여행에도 딱이다. 참, 웨스 앤더슨 감독이 디렉팅한 ‘The Bar Luce’ 는 21세기 밀라노의 ‘카페 드 플로르’가 될지 모르겠다. 이 삭막한 도시의 랜드마크인 갈레리아 빅토리오 엠마누엘레(1913년 프라다 첫 매장이 들어선 곳)를 축소판으로 옮긴 벽, 50~60년대 이탈리아 영화가 떠오르는 포마이카 가구, 테라초 플로어 등에 둘러싸여 있다면 누구든 한번쯤 이탤리언 예술가를 꿈꿀 만하니까.

이탈리아 예술에 관한 한 로마, 피렌체, 베니스, 나폴리 등에 밀려 있던 북부 패션 도시는 이제 폰다치오네 프라다 덕분에 현대미술의 진원지로 인식될 만하다. 그렇다면 9월 2016 S/S 패션쇼가 이곳에서 열릴까? 이에 대해 패션 평론가 수지 멘키스는 공식 개관 전 미우치아의 안내에 따라 미리 둘러본 뒤 ‘보그닷컴’ 칼럼에 이런 감흥을 남겼다. “나는 이곳의 건축적 패턴이 미우미우 드레스에 등장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우치아가 과거에 이태리 리조트 패턴으로 드레스를 만들었다는 걸 감안하면 안 될 이유도 없다. 그런 순수한 척하는 태도는 아주 프라다적일 수 있으니까. 또 폰다치오네 프라다 건물을 패션이라는 맥락으로 바라보는 건 이 방대한 예술 프로젝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이다. 패션이 프라다와 베르텔리에게 거대한 개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돈을 벌게 해줬지만.” 걸어 다니는 패션 대백과사전이자 패션 선지자의 감이 들어맞을지 어긋날지는 9월이 돼야 알듯하다. 물론 패션 팬들은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에서 패션쇼를 열었던 니콜라 제스키에르를 떠올리며 미우치아의 결정적 한 방을 기대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