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남썸녀의 커플룩

트위닝? 물론 대세다. 그렇다고 커플 룩이 지구 상에서 멸종 위기에 처할까? 신혼여행 티셔츠나 동호회 유니폼처럼 입지 않는다면, 커플 룩이야말로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생존할 옷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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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크리스토퍼 오웬이 톱 모델 캐롤라인 트렌티니(@The Society)와 함께 드리스 반 노튼으로 커플 룩을 연출했다.

속보! 저스틴 비버와 켄달 제너가 선베드에서 반쯤 벌거벗고 누워 노닥거린다. 심지어 비버는 거의 상의 탈의 수준으로 한쪽 손을 흰색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제너의 어깨 위에 올렸다. 두 사람의 짜릿한 순간도 순간이지만, 산뜻한 블루&화이트의 여름 색감이 일품이다(스타들의 옷차림을 난도질하며 씹어대는 매체들이보기에도 흠 잡힐 부분은 없다). 하나 더. 이번엔 제너가 루이 비통 가방과 스타벅스를 든채 또 다른 훈남과 어깨동무하며 LA 시내를 쏘다니는 장면. 확대해 보니 안셀 엘고트 아닌가? 사진가 아서 엘고트의 아들이자 영화 <안녕, 헤이즐>로 한국 팬에게도 익숙한 배우말이다. 이 커플은 검정 옷으로 금슬을 뽐내는 듯하다. 그나저나 슈퍼스타들의 은밀한 순간을 포착한 파파라치는? 마리오 테스티노! 김빠지는 얘기일 수 있지만, 요즘 가장 잘나가는 아가씨의 양다리 걸치기 삼각관계 프로젝트는 철저히 계획된 패션 화보 촬영이다.

미국 <보그> 패션 화보를 위해 테스티노의 카메라 앞에서 할리우드 슈퍼스타 커플을 열연한 삼인조는 유명 인사를 향한 대중들이 관심을 방증한다. 지금은 누가 누구랑 사귀고헤어졌느냐의 문제가 사촌의 결혼 소식보다 더 솔깃한 주제다. 덩달아 팬들의 도마 위에오르는 게 있으니 그들의 스킨십만큼 첫눈에 띄는 옷차림이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진진’ 스타일은 두고두고 최악의 쌍쌍 패션으로 기록된다. 사실 우리는 지난 3월호를 통해 ‘트위닝’이라는 재치 만점의 그룹 룩을 제안한 적 있다. 커플끼리 닮은 스타일로 빼입는 커플 룩이 더 이상 폼 나지 않는 데다, 멋쟁이 친구들과 흡사한 스타일을 공유하는 트위닝이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커플 룩이 지구 상에서 멸종되는 건 아니다. 그것은 패션의 본성이니까.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나뭇잎을 따다 몸을 가린 후부터 지구 종말이 오기 전까지 남녀가 손잡고 걸어 다니는 한 커플 룩은 유효하다. 게다가 대중문화의 관심은 남녀 커플에게 꽂혀 있지 않나. 독신 남녀의 리얼 일상을 다루는 TV 프로그램도 인기지만, 요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유행하는신조어라면? ‘썸’이나 ‘케미’ 혹은 ‘우주커플’ ‘달달커플’ 등등.

여러분은 물 좋은 친구들과 같은 컨셉으로 빼입고 우정을 과시하며 이태원이든 가로수길의 잘 나가는 카페나 클럽에 죽치고 앉아 놀 수 있다(신발이나 옷이 비슷하면 꼭 함께 셀피를 찍어 SNS에 올린다). 그러나 멋진 남녀 커플이 있는 광경은 좌중을 더 압도한다. 그 가운데 다코타 존슨과 매튜 힛이야말로 2015년의 커플이다. 요새 ‘바로 그 아가씨’인 다코타는 모델 남자 친구와 시내에서 데이트할 때 옷을 안 맞춘 듯 맞춘 듯 보인다. 그녀가 블랙 데님 블루종이라면 그는 블랙 가죽 라이더 재킷, 그녀가 회색 스키니진의 오른쪽 무릎을 찢었다면 그는 블랙 스키니진의 무릎을 양쪽 다 찢는 식이다. 로버트 패틴슨과FKA 트위그스는 언뜻 여자의 거침없는 패션 감각으로 인해 가뜩이나 평범한 남자의 옷차림이 주눅들어 보일 우려가 있다. 그러나 손을 꼭 잡고 거리를 쏘다닐 때 단정한 셔츠와 동그란 선글라스로 짝을 지었다. 미국 <보그> 패션 화보에서 켄달 제너와 애정 행각을나눈 저스틴 비버는? 셀레나 고메즈와 열나게 사귈 무렵 오스카 갈라 파티를 위해 빨강을 두 사람의 드레스 코드로 지정했다. 고메즈의 새빨간 드레스와 클러치에 보조를 맞추듯 올 블랙 차림의 비버는 빨간 행커치프를 재킷에 꽂아 화룡점정의 테크닉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케미 폭발’한 당신 커플이라면? 평소 두 사람이 쇼핑할 때 브랜드 충성도가 강한 편이 아니라 해도, 여러 브랜드에서 어렵지 않게 커플 룩으로 빼입을 수 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여성복과 남성복을 같은 주제 아래 컬렉션을 구성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요즘은 ‘성 중립’이 패션에서 중차대한 사안으로 떠올라 눈썰미만 있다면 남성복매장에서도 당신이 입을 옷을 건질 수 있다. 또 여성복 행어에서도 남자 친구를 위해 옷을 고르는 게 가능하다. 단, ‘커플 룩’이라는, 들을 때마다 움찔하게 만드는 패션 용어로부터 자유를 누리는 게 우선이다. 여전히 커플 룩에는 신혼여행을 떠나는 신랑 신부의 디즈니 티셔츠가 떠오르며(요새는 마린 티셔츠도 수두룩하다), 갓 사귀기 시작해 어딘지어색하기 짝이 없는 대학가 CC 룩일 따름이며(학교 이름이 적힌 ‘꽈잠바’를 둘이 입고 다닐 땐 교직원처럼 보인다), 동아리 수련회 단체 티셔츠 같은 인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소속감을 넘어 일방적 강요에 의한 집단의식이라는 선입견이 따른다).

그렇다고 해도 솔로가 아닌 이상, 커플들은 결속력, 유대관계, 연대의식 등을 과시해야할 때가 분명 생긴다. 속으론 잉꼬도 이런 잉꼬 커플이 없다고 스스로 자부하겠으나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고 대외적으로 과시해야 할 순간 말이다. 그나저나 컬렉션의 특정 주제아래 여성복과 남성복을 동시에 구성하는 커플 디자이너들에겐 뭔가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커플 룩으로 갖춰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땐 커플 룩을 차려입어요.” 각자의 개성이 너무 강해 서로 부딪힐까 싶은 디자이너 스티브와 요니는 보수적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피하죠. 대학생 땐 사랑의 징표처럼 같은 브랜드의 옷을 사이즈만 다르게 입었다면, 더 어른이 되면서는 그런 방식이 민망하게 느껴졌어요. 신혼여행을 떠나는 커플처럼 보이는것도 불편했죠.” 그렇다면 커플 룩에 대한 요니와 스티브의 대안은? “지금은 색감을 비슷하게 맞추고 있어요. 톤온톤 매치죠. 백화점에 디스플레이된 마네킹처럼 대각선으로 색깔을 바꿔 입는 게 요령입니다. 제 상의 색상과 비슷한 톤의 바지를 스티브가 입는 식이죠.” 하긴 지난달 SK 네트웍스와 계약을 맺은 뒤 보도자료 사진 촬영 때 스티브는 검정 재킷에 초록 체크 바지를 입었고, 요니는 검정과 흰색이 교묘히 믹스된 리틀 블랙 투피스 차림이었다. 공식 일정이기에 블랙이 지닌 힘과 예의가 필요했을 것이다.

또 지난 서울 패션 위크 쇼에서 두 사람은 감각적인 데님 룩으로 쫙 빼입고 파파라치 사진에 자주 찍혔다. 요니의 연한 데님 블루종에 맞춰 스티브는 생지 디스트로이드 진 팬츠차림. 이런 비법을 통해 두 사람은 베스킨라빈스 슈팅스타처럼 서로 톡톡 터지는 개성을하나로 맛깔 나게 버무리고 있다. “하나 더 있어요! 캐주얼 정장이면 둘이 함께 캐주얼 정장을, 또 데님 룩이라면 함께 데님 룩으로 하되 같은 품목을 피하고 분위기만 적절히 맞춰도 전혀 어색하거나 촌스럽지 않아요. 그게 바로 요즘 느낌의 커플 룩이죠.” 요약하자면, 크로스오버 컬러 스타일링과 분위기 일치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남녀 혼성 듀엣이나 배드민턴 혼합 복식조로 보이지 않은 디자이너 커플은 또 있다. “직접 만든 샘플 의상을 입을 때 의도적이지 않게 커플 룩이 될 때가 있어요.” 멋쟁이 부부로 서울 패션계에서 소문난 서리얼벗나이스의 이은경과 김수형역시 스티브와 요니와 같은 맥락에서 조언한다. “같은 소재의 다른 옷이거나(여자 바지와 남자 점퍼), 유니섹스 소품(단색 슬립온과 파우치)일 때 근사한 커플 룩이 완성됩니다.” 재치 있고 도회적이며 세련된 앤디앤뎁의 김석원과 윤원정 부부는 의식적으로 커플 룩을 연출한 적은 없다고 전한다. 그러나 노련한 커플 디자이너답게 적절한 방법을 조언한다. “우선 옷감의 톤을 맞추는 게 중요해요. 가령 코튼 질감의 옷을 여자가 입었다면 남자는 매트한 질감의 옷을 입는 거죠. 또 여자가 드레시한 느낌이라면 남자 역시 부드러운 이미지의 옷이라면 좋겠죠.” 아울러 두 사람이 각각 다른 품목으로 강조 색상을 공유하는 것도 세련된 커플로 보일 거라고 덧붙인다. “커플 룩보다 더 모던한 옷차림은 없어요.” 여러 커플 디자이너들 가운데 한 명이 솔로들의 염장 지르는 얘기를 농담처럼 덧붙였다. “우리조차 그렇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은걸요!”

이렇듯 커플 룩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절대 똑같은 품목을 사이즈만 달리해 입거나 신지 말기를(취향과의견이 가지각색 천양지차인 패션 전문가들이 유일하게 의견 일치를 보는 지적 사항이 이것이다. 다들 그것만은 패션 법으로 금지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니까)! 물론 주위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둘만 좋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그런 면에서 장윤주 부부가 얼마 전 신혼여행을 떠날 때 찍힌 공항 커플 룩은 평범한 듯 누구에게나 예뻐 보였다. 신부는 마린 티셔츠에 무릎 위에서 잘린 스키니 블루진, 그리고 보잉 선글라스. 신랑은 흰색 옥스퍼드 셔츠의 소매를 툭툭 접어 입은 뒤 역시 밑단이 복사뼈에서 잘린 짙은 색 청바지, 여기에 웨이페어러 타입의 뿔테 선글라스. 그녀는 결혼식 전 기자회견에서 영화 <뷰티풀 라이>의 마지막 장면을 언급했다.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 우리시대 커플 룩에 메시지를 담는다면 이보다 더 적절한 문구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