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전사, 에밀리아 클라크

〈왕좌의 게임〉의 헤로인 에밀리아 클라크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한, 놀랍도록 강인한 여전사의 탄생이다.

눈부신 진홍색 튤 드레스를 입은 클라크는 불타는 듯한 눈빛으로 공주 역할을 소화해냈다. 손으로 자수를 놓은 모헤어 소재 드레스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Artisanal).

눈부신 진홍색 튤 드레스를 입은 클라크는 불타는 듯한 눈빛으로 공주 역할을 소화해냈다. 손으로 자수를 놓은 모헤어 소재 드레스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Artisanal).

<왕좌의 게임>의 스타인 에밀리아 클라크(플래티넘 금발의 전사 여왕인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역할)와 첫 만남을 갖기로 햄스테드의 작은 싸구려 식당에 도착했을 때 나는 발길을 돌려 밖으로 나갈 뻔했다. 그곳엔 형광등 조명 아래에서 미지근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두 명의 손님밖에 없었다. 그중 한 명은 홈리스처럼 보였다. 나머지 한 명은 검은 머리의 자그마한 여자였는데, 검정 진과 검정 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의자에 다리를 올려놓고 도나 타트의 <골드핀치 (The Goldfinch)>를 읽으며 정신없이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있었다. 그녀를 좀더 가까이 관찰한 결과 내가 이달의 인터뷰이를 찾았다는 단서가 몇 개 있었다. 프라다 레오퍼드 프린트 로퍼, 의자 뒤에 걸쳐진 세퀸이 박힌 녹색 알베르타 페레티 오버코트, 이브 생 로랑의 실버 뱅글,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샤넬의 빨간 손톱과 립스틱. 수천만 명의 <왕좌의 게임> 팬들에게 불타지 않는 자, 미린의 여왕, 안달과 로인, 그리고 최초인의 여왕, 대초원의 칼리시, 속박의 해방자, 용의 어머니로 알려진 여배우는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당신이 <왕좌의 게임>에 열중하던 사람이 아니라면 클라크가 누구인지 모를 수도 있다. HBO의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인 <왕좌의 게임>은 욕망, 폭력, 음모로 가득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조지 R.R. 마틴의 서사적인 판타지 소설 시리즈인 <얼음 과 불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가족과 휴가 중이었어요”라고 클라크는 회상한다. 그녀는 시리즈 1에서 강간, 누드, 말의 심장을 먹는 모습이 포함된 장면을찍었다. “아버지께 처음 5편은 보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클라크는 어릴 때부터 성공에 대한 의지와 갈망이 컸다고 말한다. 크리스털, 마크라메 레이스, 가죽으로 자수를 놓은 실크 튤 발레리나 드레스는 돌체앤가바나 알타 모다(Dolce&Gabbana Alta Moda)

클라크는 어릴 때부터 성공에 대한 의지와 갈망이 컸다고 말한다. 크리스털, 마크라메 레이스, 가죽으로 자수를 놓은 실크 튤 발레리나 드레스는 돌체앤가바나 알타 모다(Dolce&Gabbana Alta Moda)

직접 만나보면 클라크는 용의 어머니라기보다 친한 친구의 여동생처럼 보인다. 정말 예쁘고 활기 넘치고 친절한 그녀는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든다. 미소 지을 때면 일본 만화영화의 캐릭터처럼 보인다. <왕좌의 게임>의 크리에이터인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와이스는 “3인치 노트북 화면으로 그녀의 오디션 비디오를 봤을 때 우리가 여주인공을 찾았다는 걸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를 만나러 캐스팅 디렉터의 사무실에 들어가면서 ‘제발 까다롭거나 ‘돌아이’가 아니길!’ 바랐죠. 다행히 클라크는 아주 사랑스럽고, 현실적이고, 느긋하고, 재미있었어요.” 계약이 성사됐을 당시 스물세 살에 157cm의 무명 배우이던 그녀(‘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금발 소녀’라는 최초의 캐스팅 조건에 적합하지는 않았다)는 방 안을 가득 채운 HBO 임원들 앞에서 자진해서 로봇 춤을 추었다.

버킹엄셔에서 태어난 클라크는 간절하게 그 역할을 원했다. 열 살에 부모에게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 그녀다. <왕좌의 게임>에 캐스팅되기 전 1년 동안 낮 시간대 드라마인 <닥터스 (Doctors)>와 TV용 몬스터 영화인 <트라이애식 어택(Triassic Attack)>에서 단역을 연기했다. 집세를 내기 위해 통신판매 회사에서도 일했다. “<왕좌의 게임>은 제 인생을 바꾸어놓았어요.” 그녀는 커다란 눈을 사랑스럽게 깜빡이며 말했다.

<왕좌의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판타지적인 기이함 속에서 인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실과 똑같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절대 알지 못한다. “우리 배우들도 잘 몰라요!”라고 클라크는 인정했다. 그녀는 웃으며 대본을 “마약 같다”고 말했다. 매년 6월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대본이 도착한다. 드디어 머지않아 시즌 5가 방송된다. 예고편으로 판단해보건대 노운 월드의 상황이 점점 치열해질 것 같다. 조나단 프라이스가 출연진에 합류했고, 철의 왕좌(Iron Throne)는 비어 있으며, 백귀(White Walker)들이 오고 있고, 절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은 과연 주요 위치에 오를 수 있을까? “아마도요.” 클라크는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풍성한 에보니 장식은 판타지에 극적인 면을 더한다. 자수를 놓은 튤 톱과 실크 자카드 소재 스커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리베(Giorgio Armani Privé).

풍성한 에보니 장식은 판타지에 극적인 면을 더한다. 자수를 놓은 튤 톱과 실크 자카드 소재 스커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리베(Giorgio Armani Privé).

고립에서 벗어나게 되는지 묻자 그녀는 다시 “아마도요” 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대너리스는 아스타포와 윤카이 같은 자유 도시들을 정복하고, 자신의 아기들을 완전한 용으로 키우고(“기술적이고 섹시하지 않은 종류의 연기죠. 커다란 피클처럼 생긴 것을 향해 과장된 감정 연기를 해야 하니까요”라고 베니오프는 말한다), 때를 기다리며 자신의 독립된 왕국에서 살아왔다. 사실 클라크가 동료 출연진(레나 헤디, 찰스 댄스, 피터 딘클리지, 키트 해링턴 등)과 어울리는 경우는 사진 촬영과 시상식 때뿐이었다. 그녀가 줄 수 있는 유일한 정보는 “대니는 저보다는 친구들이 많아요”라는 것뿐이다. 그녀는 애정을 듬뿍 담아 자신의 캐릭터를 대니라고 부른다.

“시즌 5에서 대니는 아주 힘든 처지에 있습니다” 베니오프와 와이스는 말한다. “아이들은 구금 상태에 있거나 전쟁통에 행방불명이 되죠. 그래서 그녀는 정복하는 것과 지배하는 것이 같지 않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클라크를 위한 촬영은 스페인, 크로아티아, 아이슬란드, 북아일랜드에서 6개월 넘게 진행됐다. 헤어와 메이크업에 2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녀의 하루 일과는 보통 새벽 3시에 시작됐다. 촬영이 진행되는 6개월 동안 다른 일로 왔다 갔다했기 때문에 지칠 때가 많았다. 이렇게 <왕좌의 게임>에서 승승장구하는 동안(2013년 그녀는 에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할리우드에서 클라크의 위상도 올라가고 있다. 이번 여름 그녀는 수백만 달러의 프랜차이즈 영화의 5편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Terminator Genisys)>에서 사라 코너 역을 맡아 제이 코트니,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함께 출연한다.

샤넬의 정교한 재단이라면 과하지 않은 관능미는 쉽게 연출할 수 있다. 세퀸과 꽃 모양 자수를 놓은 리넨 드레스는 샤넬 오뜨 꾸뛰르(Chanel Haute Couture).

샤넬의 정교한 재단이라면 과하지 않은 관능미는 쉽게 연출할 수 있다. 세퀸과 꽃 모양 자수를 놓은 리넨 드레스는 샤넬 오뜨 꾸뛰르(Chanel Haute Couture).

“사라 코너는 정말 거칠어요.” 클라크는 미소 지으며 말한다. 사라 코너 역을 위해 클라크는 하루에 6시간 가까이 훈련을 했다.“<터미네이터> 촬영을 끝내는 건 롤러코스터에서 뛰어내리는 일 같았어요, 당시에 저는 자신에게 물었어요. ‘나는 어떤 종류의 커리어를 원하는가, 그리고 그 커리어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왕좌의 게임> 촬영장으로 돌아오니 집에 온 듯 했어요. 호텔 냄새조차 안도감을 주었어요. 저는 스스로에게 ‘거창한 전략은 잊어라. 내가 원하는 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라고 말했어요.”

클라크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터프한 여주인공 역에 딱 어울리는 강철 같은 정신력을 지녔다. “어릴 때부터 늘 어떤 갈망과 투지가 있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엄마는 글로벌 경영 자문 회사의 마케팅 부사장인데 정말 열심히 일하세요. 제 직업윤리는 분명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거예요. 엄마는 남동생을 낳고 몇 시간 후에 마케팅 회의를 주관하기도 했어요.” 아버지는 성공한 극장 음향 엔지니어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성향에 딸이 불안정한 연예계 생활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아버지를 더해보라. “아빠에게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앞으로 제가 외워야 할 대사는 ‘거기에 프렌치프라이도 추가할까요?’ 단 한 줄밖에 없을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다행히 아버지는 딸에게 일이없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클라크는 지난 5년 동안 휴가를 간 적이 없다. 옥스퍼드에 있는 세인트 에드워즈 스쿨에 함께 다니던 친구들은 결혼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지만 클라크는 여전히 싱글이다. 과거에 의 크리에이터인 세스 맥팔레인과 사귀기도 했지만 연기로 인정받는 것 외에 어떤 것도 서두르지 않는다. <왕 좌의 게임> 시즌 5를 찍다가 며칠 여유가 생겼을 때도 집에서 쉬는 대신 로마에 가서 이태리 예술영화인 을 찍었다. 그리고 시즌 6의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헝거 게임>의 배우인 샘 클라플린과 조조 모예스의 베스트셀러 소설 를 각색한 영화에 출연할 예정이다.

“ 촬영을 끝내는 것은 롤러코스터에서 뛰어내리는 것 같았어요. 정말 짐승 같은 영화였어요.  촬영장으로 돌아왔을 땐 집에 온 듯 편안한 기분이었어요.” 세퀸 장식의 시폰 드레스는 지방시 오뜨 꾸뛰르(Givenchy Haute Couture).

“<터미네이터> 촬영을 끝내는 것은 롤러코스터에서 뛰어내리는 것 같았어요. 정말 짐승 같은 영화였어요. <왕좌의 게임> 촬영장으로 돌아왔을 땐 집에 온 듯 편안한 기분이었어요.” 세퀸 장식의 시폰 드레스는 지방시 오뜨 꾸뛰르(Givenchy Haute Couture).

내일 그녀는 LA로 떠난다. <왕좌의 게임> 출연진이 미국 배우 조합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시리즈 부문 앙상 블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결국 <다운튼 애비>에 밀렸다). 오드리 헵번의 골수팬이자 멋지게 차려입는 걸 좋아하는 클라크에게 레드 카펫 의상을 고르는 건 꿈같은 일이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한다. “런웨이에 등장한 드레스와 종종 사랑에 빠져요. 샤넬, 프라다, 알베르타 페레티를 특히 좋아하죠. 그래서 스스로를 잘 타일러야 합니다. 그 옷들을 반으로 자르면 그렇게 근사해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자그마한 체구의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클라크가 시상식에서 가장 즐거워하는 시간은 함께 출연한 배우들을 다시 만나는 것이다. 게다가 처음만큼 두렵지도 않다. “제가 처음 미국 배우 조합 시상식에 참석한 건 2011년이었어요. <왕좌의 게임> 시즌 1이 방송되기 직전이었지요. 가까이 죽 늘어선 사진기자들에게 다가가며 혼자 생각했어요. ‘자! 할 수 있어. 그냥 서서 미소 지으면 돼.’ 그리고 사진 기자들 앞으로 걸어가 멈춰 선 뒤 미소를 지었어요. 그랬더니 모두들 카메라를 내리고는 ‘당신 누구야?’라고 소리쳤어요.” 그때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녀의 얼굴에 굴욕적인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그 후로 상황이 점점 좋아졌어요. 그렇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