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RAMA!

snowcat20150612

 

어서 오세요,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디올 낙원으로 대한민국의 숙녀 여러분들을 모두 초대합니다!” 무슈 디올이 태어난 그랑빌도 아니요, 그렇다고 파리의 패션 성지 애비뉴 몽테뉴도 아닌 한반도 어디에 디올 낙원이 들어선 걸까요? 여러분이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지 않고, 만약 서울에 있다면 금세 갈 수 있는 곳에 디올 낙원이 생겼습니다. 하이패션 상표를 단 최고급 상점들이 밀집된 청담동, 그중에도 딱딱하고 견고한 루이 비통과 구찌 건물을 지나면 맞닥뜨리게 되는 새하얀 초대형 꽃봉오리 같은 건물이 디올 매장이죠.

서울에서 미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꼽힐지도 모를, 이름하여 ‘디올 서울 메종’이 문을 열었는데, 여러분은 누구보다 먼저 이곳을 탐험해봐야겠지요? 디올 건물을 세운 청담동 부지까지 매입했다는 LVMH 그룹 회장님(전직 농구선수처럼 키가 무진장 큰 럭셔리 거물이죠), 21세기 무슈 디올로 지칭되는 라프 시몬스(요즘 단정한 코트를 자주 입고 다니더군요), 실내장식을 담당한 피터 마리노(100m 전방에서도 그를 알아볼 수 있는 특유의 S&M 옷차림), 그리고 건축을 맡은 크리스찬 드 포잠박(프랑스 지성파 건축가로 유명하며, 1994년엔 프리츠커상도 수상했습니다) 등등 멋진 신사들이 여러분을 에스코트하며 곳곳으로 안내할지 모르니, 호흡 한번 가다듬으시죠(아쉽게도 매장 오프닝 행사 때 시몬스와 마리노는 오지 않았으니 ‘스노우캣’ 일러스트에서나마 함께하시길!).

“크리스찬 디올이 선보인 오뜨 꾸뛰르 드레스의 유려한 드레이핑을 형상화한 디자인!” 많은 사람들이 수려한 꽃을 표현한 게 아니냐고 그러는데,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러나 디올 가문에서 새어 나오는 고급 정보에 따르면 디올 꾸뛰르 드레스의 건축판이라 하는군요. 1층은 핸드백과 액세서리 존, 그리고 오뜨 꾸뛰르 향수 ‘라 콜렉션’이 마련됐습니다. 은회색 빛깔의 우아하기 짝이 없는 실내에서 색색의 핸드백들은 정말이지 갓 피어난 꽃봉오리 같죠?

이제 2층으로 올라가야 하니 나선형 계단에 발을 살포시 얹도록 하세요. 그나저나 뭔가 역사적 순간이라도 된 듯 짜릿하지 않나요?  아닌 게 아니라 원형 계단을 밟고 2층에 당도하면 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디올 파인 주얼리와 시계가 여러분을 향해 반짝반짝 눈인사를 건넵니다. 디올 보석 디자이너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의 야심작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여자는 여자도 아닙니다.

찬란한 보석에서 눈을 뗀 뒤 한 층 더 올라가면 입이 떡 벌어질 겁니다. 이름만 대면 조선 팔도가 다 아는 한국 명문가의 젊은 규수들부터 우아하게 쇼핑한 뒤 스포츠카를 직접 운전하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중년 여인들을 단숨에 사로잡은 기성복과 구두들! 시몬스 특유의 조형 감각과 색채 감각을 충분히 만끽하고도 남을 공간입니다.

1층부터 3층까지 너무 강행군인가요? 4층에서는 보다 은밀하고 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VIP 라운지가 준비돼 있으니 한 박자 쉬어가도 좋겠군요. 아울러 디올 헤리티지는 물론 디올 가문만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심미안과 변별력을 감상할 화랑도 있으니 기분 전환하시길 <Lady Dior As Seen By>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정상이 코앞입니다. 슬슬 ‘달달한’ 음식이 ‘땡길’ 때가 된 것 같죠? 피에르 에르메가 직접 운영하는 꾸뛰르 파티세리에서 여유를 즐기세요(그도 서울 매장 오프닝에 맞춰 방문했답니다). 오붓한 라이브러리도 있으니 디올 역사는 물론 최신 패션 잡지들을 보며 시간을 때워도 좋겠군요.

그나저나 동행한 남자 친구는 이곳에서 당신의 선물만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하 1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보죠(엘리베이터 홀 역시 예술품 뺨치는 설치물이 마련돼 있어 볼만하군요). 크리스 반 아셰가 디자인한 디올 옴므의 모든 것들이 1~2층을 합친 면적보다 더 큰 공간에 진열됐으니 맘껏 즐기라고 그에게 속삭여주세요.

참, 얼마 전 끝난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특유의 젠체하듯 고매한 말투로 열연한 백지연과 자주 마주칠지 모릅니다. 그녀가 ‘디올 서울 메종’에 합류했다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