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패션, 오노 요코의 전시

오노 요코의 1960~1971년 사이일대기를 다룬 전시가 5월 17일부터 9월 7일까지 MoMA에서 열린다. 당대 그녀의 진보적 패션 감각과 2015년 최첨단 트렌드 사이의 평행이론!

 

다음은 한국 나이로 여든세 살의 오노 요코가 자신의 고유 영역인 예술이 아닌 패션계에서 어떻게 주위 이목을 끄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MoMA에서 대규모 전시(‘Yoko Ono: One Woman Show, 1960~1971’, 5월 17일부터 9월 7일)가 열리는 지금, 전시 주제인 60~70년대에도 그녀의 옷차림은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지금은 단정한 커트 머리다. 그러나 앞가르마를 타서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과 자그마한 체구, 새까만 눈망울 등을 돋보이게 했던 옷차림은 그녀의 당시 예술관만큼이나 진보적이었다(지금은 그녀를 향한 품평이 극과 극으로 나뉘지만). 세상에! 여든 살 전후의 보통 여인이라면 누가 핫팬츠와 베르사유 시대처럼 가슴 윗부분이 불룩 드러나는 톱 차림으로 대중 앞에 설 수 있겠나. 왕년에 패션계를 주름잡으며 인기를 누린 모델이나 한가락 하는 연예인이라도 그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노 요코는 2012년 영국 <보그>를 위해 그런 옷차림으로 사진가 닉 나이트 앞에 앉았다(심지어 다리를 벌린 채). 뉴욕 ‘오프닝 세리머니’ 팀이 오노 요코와 협업으로 남성복 컬렉션을 발표한 것도 그 해다. 1969년 존 레논과의 결혼식을 기념해 직접 그렸던 ‘Fashions for Men’ 스케치들을 기본으로 18개 스타일을 선보인 것. “존의 아주 섹시한 몸을 강조하는 옷을 만들지 않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죠.”

이렇듯 패션은 그녀의 도발적 예술성만큼 그녀의 패션 감각을 아끼고 있다. 희대의 연인과 함께 미국 <보그>가 멋쟁이 뮤지션들을풍자하는 화보에도 재현될 만큼 패션 한 귀퉁이에서 상징적 인물이 그녀다(화보에서 데본 아오키가 오노 오코 역할을 맡았다). 미국 ‘스타일닷컴’은 오노 요코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수십 년 동안 늘 최신 유행을 반영하는 정장, 끝부분이 둥글게 휘어져 있는 선글라스, 그리고 최상의 군인 모자를 고집해온 그녀의 스타일은 항상 세련된 멋을 풍긴다.” 또 어느 블로거는 “젊음의 비결 중 하나는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달려 있는지 모른다”며 오노 요코 스타일에 관해 온라인상에 기록했다. “우리가 오히려 거꾸로 그녀에게서 젊음을 수혈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지극히 동양적인 자신의 신체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여기저기 자주 입고 다니던 핫팬츠와 초미니스커트. 여기에 대범하게 고고 부츠를 신거나 커다란페도라부터 베레 등을 보란 듯 쓰고 다녔다. 또 이런저런 사교 파티에서는 흑발이 지닌 카리스마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듯 새하얀 슬립 드레스와 역시 흰색 모피를 곁들여 좌중을 압도했다(그녀 곁에서 다분히 시적이고 철학적인용모의 존 레논이 짝을 이뤘기에 왜소한 그녀의 ‘아우라’가 더 부각된 것도 사실). 아울러 우리가 지난달 다룬 초커 유행에서 뺄 수 없는 인물이 그녀다. 끝에 진주를 달아 그로그랭으로 곱상하게 리본을 매듭지어 묶은 게 아닌, 버클이 달린 가죽 초커! 이런 도발적 패션 성향은 성장 배경과 관련이 있다. 오쿄 오노는 일본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 은행가 집안의 딸로 자랐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일본과 미국을 오가는 등 꽤 개방적인 일상을 즐겼다. 말하자면,60~70년대 요코의 선구적 옷차림은 그녀의 활기찬 성격과 장난을 좋아하는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 주제이기도 한 오노 요코의 60~70년대 스타일은 현재 패션이 꽂힌 시대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옷차림을 보며 이번 시즌 유명 디자이너들의 결과물을 찾는 재미가 있다(그렇다고 ‘유명 디자이너들이 오노 요코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단언하는 건 아니다). 말하자면 60~70년대 오노 요코와 우리 시대 디자이너들 사이의 평행이론! 가령 생로랑의 에디 슬리먼이 60~70년대를 표현하며 무대에 올린 팬티처럼 짧은 반바지라든가 군인용 베레를 보자. 디올의 라프 시몬스와 구찌가 지속적으로 탐구했던 60년대 룩도 마찬가지다. 또 루이 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나 톰 포드의 모피코트와 러너 톱, 푸치의 피터 던다스가 재해석한 70년대식 팬츠 수트, 랑방을 위해 알버엘바즈가 정제된 감성을 십분 발휘해 만든 새하얀 여신 드레스 등등. 이뿐인가. 스타일리스트 카린 로이펠트가 여기저기 자주 쓰고 다니는 대형 고글 선글라스는 오노 요코가 자주 쓰던 것과 영락없이 똑같다.

그렇다고 예술과 문화와 패션을 아우르는 소수의 사교계에서만 자신의 패션 감각을 사용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옷을 하나의 예술로 활용한 패션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오노 요코의 역사적 공연 중 하나로 기록되는 1965년 ‘Cut Piece’를 떠올려 보시라. 그녀는 마룻바닥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자신에게 관중이 다가와 자기가 입은 옷을 잘라 가도록 놓아두었다. 60~70년대를 회고한 요즘 디자이너들도 오노 요코의 그 시대 스타일 요소들중에서 하나 둘씩 슬쩍 잘라 갔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