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닝의 매력속으로

속옷이 흠뻑 젖을 만큼 격렬하게 운동해본 적이 언제였나? 신나는 음악에 맞춰 페달을 밟고 몸을 흔들다 보면 겨우내 방심한 군살은 알아서 쭉쭉 빠진다. 까다로운 뉴요커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피닝의 매력 속으로!

브라 톱과 러닝화는 나이키, 팬츠는 아디다스 바이 스텔라 맥카트니.

브라 톱과 러닝화는 나이키, 팬츠는 아디다스 ,바이 스텔라 맥카트니.

뉴욕의 한 온라인 매체 화보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몸짱 여신은 ‘소울사이클(SoulCycle)’ 트레이너. 흩날리는 머리칼 따윈 아랑곳하지 않은 채 노란색 자전거 페달을 세차게 밟고 있는 그녀의 자태는 체지방 제로에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정말 즐거워요. 자전거를 타면서 춤추는 기분이죠. 지루한 일상에 엔도르핀이 넘쳐나요.”

소울사이클은 요즘 뉴욕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피닝 스튜디오다. 실내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하는 스피닝은 시간 대비 소모되는 열량이 어마어마해 ‘체지방 태우기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그만큼 다이어트 효과가 뛰어나며 흥겨운 음악에 맞춰 열중하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간다는 게 특징.

그래서일까? 켄달 제너, 다코타 패닝, 제니퍼 로렌스가 요즘 빠져 있는 운동도 소울사이클이다. “트렌디하고 패셔너블한 사람들도 스피닝 수업을 위해 이곳에 모여들죠.” 크리니크 글로벌 컬러 아티스트 제나 메나드도 올해로 3년 차 소울사이클러다. 뉴요커로 바쁜 일상을 사는 한국계 지인의 스피닝 예찬론은 나를 무장 해제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떤 운동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이건 좀 달라.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렸지.”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뉴욕이 아닌 서울이기에 수소문 끝에 소울사이클과 가장 비슷한 커리큘럼을 갖춘 스피닝 스튜디오를 찾아냈다. 논현역 사거리에 위치한 ‘DJ스피닝’의 1회 수업 시간은 소울사이클과 마찬가지로 40여 분. 소울사이클 스튜디오처럼 올 화이트의 세련된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샛노란 자전거만큼은 마음에 쏙들었다. 겨우내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아디다스 스텔라 맥카트니의 러닝 톱과 룰루레몬의 블랙 팬츠로 갈아입고 스튜디오 맨 뒤에 있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DJ스피닝 조성훈 대표가 주의사항을 전했다. “앉아서 탈 땐 상관없지만 서서 탈 땐 페달을 돌리지 말고 스테퍼를 밟듯 꾹꾹 눌러주세요.” 시곗바늘이 8시 5분을 가리키자 불이 꺼지고 휘황찬란한 사이키 조명이 들어왔다.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의 전주가 흐르자 핸즈 프리 마이크를 매만지던 트레이너의 한마디. “자, 모두 일어설 준비하세요!” 이럴 수가. 비트에 맞춰 상체를 좌우로 비트는 건 기본, 두 팔과 고개를 흔들고 핸들 가까이 상체를 숙여 섹시 웨이브도 해야 한다. 그것도 두 다리는 페달을 밟고 있는 상태에서! 1분도 못 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허벅지가 후들거렸다. 빨간 구두 아가씨의 고통이 이런 건가 싶었다.

소울사이클 웹사이트에 따르면45분 한 세션에 소모되는 최대 열량은 700kcal. 남이 할 때는 코웃음 쳤지만 직접해보니 살이 안 빠지고는 못 배길 정도로 운동량이 어마어마하다. 노래 한 곡이 끝나면 1분간 휴식하는데 생수로 목을 축이며 숨을 고르는 행복은 잠시, 곧 2차전이시작됐다. “자자, 일어설 준비들 하세요!” 이어진 선곡은 티아라의 ‘섹시 러브’. 더는 못할 것 같던 내가 일어서는 걸 보면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 게 확실했다. ‘섹시 코, 섹시 입’이란 유치찬란한 가사에 맞춰 코와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는 율동까지 은근슬쩍 따라 하자 트레이너의 폭풍 칭찬이이어졌다. “이주현 회원님, 지금 완전 좋아요!”

스피닝의 매력은 이런 거다. 초보자, 아마추어, 전문가 등 레벨에 상관없이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라 다른 사람 눈치 보며 기싸움 할 일 없다. 또 노래들이 워낙 경쾌하고 신나다 보니 힘들고 괴로워도 3분 까짓것 참고 견디자는 심정으로 버틴다. 이런식으로 한 다섯 곡의 노래가 흘렀을까? 눈 깜짝할 사이에 30분이 지나갔고, 눈부신 사이키 조명도 잦아들었다. 마무리 스트레칭을 위한 트레이너의 선곡은 정엽의 ‘낫띵 베러’. 부드러운 선율에 맞춰 상하체로 뭉친 근육들을 풀어주니 잠이 쏟아질것만 같다.

몸이 힘드니 얼음 가득한 생수 외에는 뭘 먹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한마디로 식욕 제로! “이건 종교와 다름없어. 겉모습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영혼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라니까.” 이제 막 소울사이클 수업을 마쳤다는 친구의 카톡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잠깐, 그런데 물렁했던 허벅지 안쪽이 살짝 쫀쫀해진 기분이 드는 게 착각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