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F/W 오뜨 꾸뛰르 리포트 – 발렌티노

어떤 것이 좀더 극적으로 로마스러운 모습일까? 고요하고 푸른 하늘에 대비되는 아주 오래된 돌 색깔의, 유행을 타지 않는 망토? 아니면 결투를 벌이는 검술사들 곁에 전시된 드레스? 아마도 빌라 메디치의 둥근 천장에서 영감을 받은 긴 드레스가 바로 그 답이지 않을까?

발렌티노 쇼는 배경으로 이러한 로마의 보배들을 사용하면서 하이엔드 패션의 숨 멎을듯한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선사했다. 발렌티노 쇼는 스페인 계단 근처 미냐넬리 광장에 있는 발렌티노의 본사 앞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와 피엘파올로 피치올리가 선사한 이번 쇼는 로마 역사의 금광을 찾아내는 패션 ‘보물찾기’이면서 이 영원한 도시에 보내는 연서와도 같았다.

 

“이게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로마지요.” 촛불이 켜진 빌라 오렐리아의 정원에서 열린 만찬에서 친구들과 고객을 맞이하며 이 디자이너 듀오는 입을 모았다. 이날 하얀 색 수트를 입은 우아함의 현신 발렌티노 가라바니는 스칼렛 빛 옷을 입은 기네스 팰트로와 함께 앉았다. 기네스 펠트로의 드레스는 이번 쇼에 등장한 의상 중 3/4가 검은색이었다는 점에서 비록 그 텍스처와 디테일이 빛에 가렸음에도 불구하고 대담한 선택이었다.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매장의 과감한 오픈을 포함해 이틀 간의 행사를 그들 말대로 “우리 로마”에 바치는 헌사라 표현했다. “마법과도 같고, 은밀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 천 년을 견뎌온 대조되는 것들의 하모니”가 바로 그 스토리 라인이었다. 그러나 로마와 관련한 총체적인 경험은 그 이상이었다. 로마의 오뜨 꾸뛰르 패션 위크 <알타 로마(Alta Roma)>의 중심부에서 느껴지는 정교한 장인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버기를 타고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리아 그라치아와 피엘파올로가 18세기 지어진 카사나타 도서관에 진열된 고서들로부터 받은 영감들을 함께 느껴보는 엉뚱한 선물을 즐겼다. 나는 로마의 오페라 극장 창고에서 컬러풀한 무대의상과 강렬한 바닥깔개 사이에 전시되어 있던 2014년도 발렌티노 꾸뛰르 현장을 기억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로마종족 특유의 장식과 희미한 퇴폐주의의 향기가 살며시 가미된 컬렉션의 미묘함을 감지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실루엣은 길고 우아했다. ‘새로운’ 발렌티노 커플이 소개하는 룩이었다. 그러나 살갗이 비치는 거미줄 같은 레이스 드레스에 납작한 샌들을 신은 섬세함은 꾸뛰르의 예술과도 같았다. 디자이너들은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뒤돌았을 때 맨 살갗 위로 고르지 않게 드리워진 가느다란 스트랩들을 보여주며 등에 관능미를 부여했다.

 

옷들의 형태가 오직 수녀복들과 품격 있는 위엄에만 기댄 건 아니었다. 다리를 따라 스트랩을 감아 올린 로마식 샌들과 함께 짧은 레이스 드레스들도 등장했다. 또한 매우 세련된 검은색은 풍부한 벨벳과 새틴으로 만들어진 갑옷과 같은 역사적인 느낌의 의상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이후 프로그램 노트를 읽어본 후에야 어떤 드레스는 900시간의 작업을 거쳐 만들어지기도 했다는 걸 알았다.

드디어 쇼의 3/4가 지나가고 유채색들이 등장했다. 풍부한 붉은 색이나 밝은 금색의 드레스들은 역사적인 위엄을 보여주면서도 현대적인 가벼움을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 맞춰 장신구들 역시 같은 효과를 줬는데, 목걸이와 섬세한 머리장식들은 예뻤지만 거만하지 않았다.

어째서 이번 쇼는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고 몇몇은 눈물을 훔칠 정도로 감동적이었을까? 쿠키커터로 찍어내듯 비슷비슷한 패션계에서, 모든 것들이 최저가를 향해 맞춰가는 이 세계에서 발렌티노는 꾸뛰르가 자랑스레 자리할 수 있는 저 높은 곳까지 예술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마리아 그라치아와 피엘파올로는 또한 자신들이 바라보는 로마에 대한 시선에도 포커스를 맞췄다. 그 결과 모습은 개인적이면서도 디테일은 독특했고 희귀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English Ver.

Suzy Menkes in Milan: Valentino Couture 

To Rome, With Love 
Which was the more spectacular Roman vision? The timeless cloak in the colour of ancient stone, set against a serene blue sky? Or the dress displayed beside a pair of fencers sparring? Perhaps it was the installation of a long dress in the Villa Medici, under the cupola that inspired it?
After using these gems of Rome as a backdrop to Valentino designs, came the mesmerising beauty and grace of the high-fashion Valentino show. It was held outdoors in the Piazza Mignanelli, near the Spanish Steps – and in front of Valentino’s original fashion palazzo.
The show that creative directors Maria Grazia Chiuri and Pierpaolo Piccioli sent out was – like its fashion “treasure hunt” of nuggets of Roman history – a love letter to the Eternal City.
“It’s our Rome that we love,” chorused the duo as they greeted friends and clients at a dinner in the candle-lit gardens of the Villa Aurelia. There, Valentino Garavani, the epitome of elegance in a white suit, sat with Gwyneth Paltrow in scarlet. Hers was a daring fashion choice, given that three-quarters of the show was black – although the texture and workmanship shaded dark with light.

The designers described the two-day event, which included the opening of a bold new store, as an ode to Rome, “our Rome” as they put it. “Magical, secret and unexpected – a harmony of contrasts that has endured for millennia”, was the story line. But the entire Roman experience was more than that: it was an affirmation of exquisite craftsmanship at the heart of “Alta Roma”, Rome’s haute couture fashion week.

I had so much enjoyed the whimsical dash around the city in a buggy that my mind was full of Maria Grazia and Pierpaolo’s inspirations, drawn from the ancient books lining the 18-century Casanatense Library. I was remembering the sight of 2014 Valentino couture on display among the colourful stage costumes and vivid floor covers in the storage of Rome’s Teatro dell’Opera. But nothing had prepared me for the subtlety of the collection, with its touches of tribal adornment and a faint perfume of Dolce Vita decadence.

The silhouette was long and elegant – a look that the “new” Valentino couple has introduced. But the delicacy of the dresses spoke for the art of couture: spider’s-web lace with just a flash of skin in feet slipped into flat sandals. The designers played with the sensuality of the back as dresses turned to show thin straps undulating over bare flesh.The shapes did not draw only on nuns’ habits and courtly grandeur. There were also short lace dresses, grounded by Roman sandal straps winding up the leg. They appeared, too, when hyper-sophisticated shades of black morphed into more historic-seeming pieces, dense with rich velvet or satin armour plates. When I studied the programme notes afterwards, I realised that that particular dress had taken 900 hours of work.

By the time that the colour arrived – three-quarters through – it was in rich red or bright gold, giving the suggestion of historic grandeur but the lightness of modernity. The jewellery was one example of this effect: chains and delicate headpieces that were pretty, not pompous.

Why was the show so admired that the audience leapt to its feet and a few wiped away tears? It was because in our cookie-cutter fashion world, where everything comes down to the lowest price, here were designers who elevated their art to where couture should proudly stand.

Maria Grazia and Pierpaolo also focused on their vision of the city – their Rome. The result was personal in its vision and unique in its craft and rare beau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