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Vogue St – 샤를로 거리

 

북쪽 마레라 일컫는 샤를로 거리(rue Charlot 75003). 이 곳은 공기를 메우는 활발하고 흥겨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지역이다. 마레가 지나치게 관광객들이 많은 반면 이 곳은 현지의 보보족들이 리빙과 문화를 함께 즐기는 곳으로 파리지엥적 삶의 매력을 엿 볼 수 있어 더 생생하다.

마레와 리퍼블릭 바스티유와 인접해 있어 교통도 편리하다.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편집매장 메르시(Merci, 111Bd Beaumarchais) 덕에 더욱 활성화되어 주변에 패션, 리빙, 액세서리를 파는 새로운 숍들이 많이 생겼다. 서울로 치면 가로수와 세로수 길이라 하겠다.

피카소 박물관 근처에서 브르타뉴(rue de Bretagne)를 거쳐 템플 거리(Bd de temple)로 이어지는 이 길이 특히 주목될 만한 이유는 바로 뒤 앙팡루즈 시장(Le Marché Enfants des rouges, marchedesenfantsrougesfr.com) 때문이다. 이 시장은 화~토요일,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7시 반까지 연다.

이 시장에선 각종 신선한 과일 채소, 수산물은 물론이고 빵집, 치즈, 꽃, 식탁 위에 오르는 모든 것을 살 수 있다. 날이 조금이라도 좋으면 멋쟁이 파리지엥들이 플랫 슈즈에 바구니를 들고 나와 장을 보는 모습들은 보기만 해도 흥겹다.

게다가 중동 요리, 모로칸 요리, 샌드위치, 일식 도시락을 파는 노천 식당이 있어 그냥 눈 요기 뱃속 요기로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음식은 십 유로면 푸짐히 먹을 수 있다. 특히 중동 요리와 모로칸의 쿠스 쿠스 로얄은 가격대비 양과 맛이 한 끼 흥겹게 먹기 충분하다. 게다가 풍성한 야채와 요리 속 향신료 덕에 분위기 만으로도 건강해지는 느낌!

장터 주변으로는 서점, 치즈숍, 앤틱 사진숍, 와인숍이 있다. 특히 치즈숍의 콤테는 정말 일품이다. 치즈 중 가장 지방이 적고 칼슘이 많아 제일로 건강한 치즈, 콤테는 12, 24, 36개월 숙성한 것으로 나뉘는데 맛과 가격이 개월 수에 비례한다.

이렇게 장과 식사로 한때를 즐기곤 건너편 카페 샤를로(Café Charlot)의 테라스에서 커피나 와인을 즐기며 오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재미다. 이 곳은 청담동 카페의 원조인 하루에 마냥 끼리꾼들의 만남의 장소다. 한껏 모양을 낸 패셔너블한 파리지엥을 구경하기엔 봉 마르쉐 앞 바빌론 카페(Babylon Café)와 더불어 이만한 스팟도 없다.

앙팡루즈 시장에서 야채와 콤테 치즈를 사서 나오는데 누군가 내 앞으로 야생 살쾡이처럼 걸어온다.

“누나!”

“어머, 언제 왔어 파리엔.”

바로 배우 류승범이었다. 그는 내가 운영하던 레스토랑 ‘파크’의 단골을 인연으로 나의 파리 생활이 시작된 작년 여름 또 다른 우연의 해우로 친해졌다.

베가 본드, 피터팬, 집시 킹, 그 무엇과도 닮고 다른 그만의 방식대로 떠 다니는 자유로운 영혼! 작년 말, 영화 촬영 후 다시 뉴욕, 독일, 태국, 다시 파리, 베를린, 쉼표를 찍기가 바쁘게 다닌다.

“식사하셨어요? 난 배고파 뭐 좀 요기하려 가던 차예요! 내가 뚫은 버거 집이 있는데 함께 가요.”

이런 친구는 이렇게 약속 없이 만나야 좋다.

그가 끌고 간 이탈리안 카페는 우리나라 홍대 앞 분위기로 카페 주인의 영어엔 이탈리아 액센트가 섞여 있었다. 내가 카페 구석 구석을 눈으로 훔치는 사이, 토스카나에 다녀온 그는 어느새 카페 주인과 친해져 메뉴에 대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다.

작년 여름이었다. 파리 서쪽 끝 강가에 있는 노천 카페에서 느긋이 한 나절을 보내고 강둑을 따라 걷는데, 힙합을 하는 거리의 청소년들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더니 함께 한 사위 논다. ‘끼돌이’. 연예인은 ‘끼’가 있어야 한다. 어릴 적부터 아무것도 정식으로 해 본 게 없는 언더 아닌 언더. 그리고 이제는 언더도 자겨워 ‘보보’가 되어 떠다니는 그.

요즘 그는 드문 드문 떠오르는 생각들을 끄적여 자기 만의 글 쓰기를 한다. 쓰다 맘에 안 들면 찍찍 그어 지워 버린다. 내게 보여준 줄 없는 노트북엔 지워 버린 페이지가 더 많다. 책을 쓰기 시작한다는 건, 생각이 많던지 정리 할 때가 온 것이다.

집을 떠나면 평상시 못 하는 생각이 많아진다. 두려움도 오히려 줄어든다. 어느 순간 자유로운 자신을 읽기 시작한다. 몰랐던 자신을 꺼내 볼 때마다, 그 모습을 그 자유를 기억해 두고 싶다.

‘일부러 낸 모양은 아닌데 왜 저리 모양이 날까?’

같이 걷다가 타던 자전거를 나한테 맡기고 담배를 사러 건너편 상점으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치노 팬츠에 검정 티셔츠 그 위에 낡은 청 셔츠를 걸치곤 무명으로 된 토트 백을 어깨에 메더니, 그가 작별 인사를 한다.

“어제 기타 부품 하나를 샀는데 제대로 안 돼서 고치러 바스티유로 가요! 낼 모레 베를린 갔다 와서 봐요!”

그래 저 정도 자유롭다면 뭔가를 찾아 낼 거야. 못 찾는다 해도 그대로 멋지지 않은가?

“뭐가 되려고 하는 걸 하면 안 되죠. 무행 같은 행, 그런걸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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