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털과의 전쟁

2016.03.15

by VOGUE

    털과의 전쟁

    7월, 온몸의 털을 정리해야 할 마지막 시점이다. 비키니 라인, 겨드랑이, 인중과 팔다리 솜털 등 눈에 거슬리는 털과의 전쟁을 끝내고 싶다면?

    핑크색 가정용 레이저 제모기는 실큰, 리본 매듭의 비키니는 빌브레퀸, 미러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

    핑크색 가정용 레이저 제모기는 실큰, 리본 매듭의 비키니는 빌브레퀸, 미러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

    “뿌듯해요. 그리고 되게 보들보들해요. 돌 지난 아기 다리 같아요.” TV를 보면서 이렇게 온몸으로 공감하긴 처음이다. 지난 5월 말,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선 털 많기로 소문난 방송인 전현무의 왁싱 현장이 공개됐다. 긴장감이 감도는 방 안, 새하얀 침대에 고요히 누워 있는 그의 자태는 어제의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년 여름이면 늘 왁싱에 대한 열망이 있었지만 고통을 참아낼 자신이 없었기에 ‘내년엔 기필코!’ 하며 미뤄온 지 5년째. 이번만큼은 내 인생 최대의 거사를 치르고야 말았다. 장소는 청담동 언덕바지에 자리한 무무 왁싱 스튜디오와 AnG 클리닉, 그리고 우리 집. 곧 떠날 부산 여행을 앞두고 이보다 기막힌 타이밍은 없었다.

    말끔한 비키니 라인의 비밀, 브라질리안 왁싱

    “처음 하시는 거면 아예 다 없애버리는 올 누드를 권해요. 새로 자라는 음모의 굵기가 균일해지고 나중에 모양을 디자인할 때도 훨씬 수월하죠.” 무무 왁싱 스튜디오 장정윤 대표의 설명을 듣고 보니 문득 올 누드 예찬론을 펼치던 동갑내기 뷰티 기자의 생생한 증언이 떠올랐다.“무엇보다 그날의 찝찝함이 사라졌어. 냄새 걱정 없지, 습기 찰 일 전혀 없지. 날이 슬슬 더워지는 이맘때 특히 더 좋아. 샤워하면 개운함이 두 배거든!” 여자라면 이보다 솔깃한 제안은 없을 거다. 속옷을 탈의한 채로 가운을 걸치고 천장을 보고 누운 지 1분쯤 지났을까?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왁싱의 제왕’으로 불리는 이로다 실장이 들어왔다. “조금 아플 거예요.” 캐러멜처럼 끈적해진 왁스를 나무 막대에 덜어 제모 부위에 펴 바르고 그 위에 흰색 테이프를 붙인 다음 손으로 꾹꾹 눌러 털과 왁스를 밀착시킨다. 그리고 죽음의 카운트다운 시작. 3, 2, 1, 땡! 털을 끈적하게 감싸 안은 테이프가 뜯겨지는 순간 등허리가 새우처럼 휘어졌다. 우리 몸을 통틀어 가장 예민한 부위인 만큼 느껴지는 고통은 상상 초월! 뒷목과 이마엔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손끝과 발끝이 차가워졌으며 입을 틀어막은 두 손 사이로 쉴 새 없이 외마디 비명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1시간쯤 지났을까? “내 다리지만 정강이의 혈관을 오늘 처음 봤다”는 전현무의 심정이 백번 이해됐다. 32년간 수풀 속에 가리워진 그곳의 실체는 아기 엉덩이처럼 뽀얀 우유 빛깔에 보들보들한 감촉까지, 말로는 차마 설명할 수 없는 올누드의 신세계가 펼쳐졌다. 덕분에 부산에서 물놀이 한번 제대로 즐겼다. 관찰 결과 왁싱한 여자들은 수영복을 입을 때부터 태가 난다. 쭈뼛거리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다. 거두절미하고 이 좋은 걸 왜 지금 했나 싶었다.

    CHECK POINT 왁싱 직후 모근이 치유되는 3일 동안 수분 공급과 피부 진정에 효과적인 알로에 젤을 충분히 발라주자. 일주일쯤 지나 샤워할 때 스크럽제로 살살 문지르면 새로 자라는 털이 피부에 박히는 인그로운 헤어 방지에 도움을 준다.

    겨드랑이에 콕콕 박힌 샤프심과 이별하기, 레이저 제모

    레이저 제모의 원리는 간단하다. 털을 품고 있는 검은색 모낭을 파괴하기 위해 검은색에만 흡수되는 레이저를 조사해 털주머니를 파괴하는 것. 하지만 기존의 레이저 제모기(다이오드 레이저)는 빛이 나오는 시간이 한정적인 데다 에너지 변환의 폭이 적어 기대만큼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최근 이런 단점을 보완한 프리미엄 제모 시술 ‘젠틀맥스 레이저’가 화제다. “신체 부위별 털의 굵기와 색상, 피부 톤에 따라 다양한 파장의 빛을 발산하고 에너지를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어 이제껏 레이저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솜털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AnG 클리닉 강정민 원장도 젠틀맥스 레이저 효과를 톡톡히 봤단다.“ 나오자마자 직접 테스트해봤는데 정말 만족스럽더군요. 팔에 있는 잔털들을 젠틀맥스 레이저로 싹 없앴어요.” 레이저 제모의 진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레이저 조사 시 냉각 가스가 분사돼 열 손상으로부터 표피를 보호해 색소침착 등 부작용의 위험을 덜었고, 기존 레이저와 비교했을 때 통증이 경미해 비키니 라인처럼 민감한 부위도 고통 없이 시술받을 수 있다.

    매번 관리받을 시간이 없다면 가정용 레이저 제모기, 특히 실큰을 추천한다. 6월 신제품으로 출시된 ‘실큰 글라이드 150K’는 출력창이 넓어 한쪽 겨드랑이 기준으로 서너 번 왔다 갔다 하는 걸로 충분하다. 왁싱처럼 드라마틱한 제모 효과는 없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왁싱보다 빨리 영구 제모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평균 2주 간격으로 4회 이상 꾸준히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지금 바로 고 고!

    CHECK POINT 햇볕에 그을렸거나 털이 지나치게 긴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레이저 효과를 볼 수 없다. 열에너지가 모낭이 아닌 피부와 털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단, 해당 부위 면도는 필수이지만 족집게로 털을 뽑진 말 것. 모낭이 사라지면 무용지물이다.

    인중과 팔다리 솜털의 눈속임 효과, 염색

    예뻐지는 것도 좋지만 일단 아픈 건 딱 질색이라면? 왁싱이나 레이저만이 해답은 아니다. 고통 없이 예뻐지는 방법으로 염색만큼 편안한 차선책은 없다. 특히 인중에 뒤덮인 잔털은 한번 눈에 들어오면 계속 신경 쓰이는 부위인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데, 왁싱의 힘을 빌리자니 돈이 아깝고, 족집게로 한 올 한 올 없애자니 반쯤 뽑다 지치는 일이 다반사. 이럴 때 유용한 제품이 바로 샐리한센의 ‘크림 헤어 블리치’다. 팔다리는 물론 인중 잔털 고민을 날려주는 유용한 셀프 염색제로, 가격 또한 저렴해(7,000~1만원대) 여러모로 추천할 만하다. 주황색 박스에 들어 있는 크림과 파우더를 2:1 비율로 섞어준 다음 해당 부위에 도포하고 10분 후에 쓱쓱 닦아주면 끝. 인중 전용으로 알려져 있지만 팔다리 잔털 부위에 사용해도 무방하니, 올여름 고통없이 털과의 전쟁을 끝내고 싶다면 셀프 염색에 도전해보시라!

    CHECK POINT 민감성 피부라면 손등이나 귀밑에 사전 테스트는 필수. 염색제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바래지만 모질에 따라 염색이 안 될 수도 있다. 실패를 줄이려면 바른 지 5분 후 틈틈이 중간 점검을 할 것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모델
      박희현
      스탭
      메이크업/ 이자원, 네일/ 최지숙(브러쉬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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