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다 사이프리드와의 인터뷰

순수함의 결정체였던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이제 씩씩하고 날카로운 선택을 한다. 배우라는 역할을 넘어 진짜 삶을 존중하는 그녀의 연기에는 진정한 자유가 묻어난다.

TAKING THE PLUNGE “너무 무서워요.” 로마의 빌라 로케이션 촬영장에서 그녀는 떨며 말했다. “하지만 제가 딱 원하던 거예요.”  크롭트 톱 형태의 수영복은 메리시아 포 에브리띵 벗 워터(Marysia for Everything but Water), 구멍을 낸 에나멜 가죽 스커트는 디올(Dior), 선글라스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TAKING THE PLUNGE
“너무 무서워요.” 로마의 빌라 로케이션 촬영장에서 그녀는 떨며 말했다. “하지만 제가 딱 원하던 거예요.”
크롭트 톱 형태의 수영복은 메리시아 포 에브리띵 벗 워터(Marysia for Everything but Water), 구멍을 낸 에나멜 가죽 스커트는 디올(Dior), 선글라스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아만다 사이프리드(Amanda Seyfried)는 진지하게 포옹을 한다. 정치적이거나 생색을 내기 위한 포옹이 난무하는 요즘 세상에서 사이프리드의 깊은 포옹은 단연 인상에 남는다. 4월 초 어느 비 오는 날 아침, 43번가와 8번가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한 세컨드 스테이지(Second Stage) 연습실에 도착했을 때 검정 진과 후드 티를 입은 사이프리드는 접이식 금속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안고 오랫동안 그대로 있었다. 맞다. 우리가 만난 지난 몇 주 동안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포옹을 했지만, 이번 포옹에는 더욱 강렬한 무언가가 있었다. ‘친근한 느낌이 들어 정말 좋아요’라고 말하는 듯한 포옹이었다.

그날은 리 실버맨이 연출을 맡은 닐 라뷰트의 새로운 희곡 <The Way We Get By>의 세 번째 리허설 날이었다. 작년 말 서른 살이 된 사이프리드는 10대부터 TV와 영화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연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이 연기에 진지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나선 또 한 명의 할리우드 여배우로 보일 수 있지만, 사이프리드에게 이번 연극 출연은 엄청난 일이다. 관객들 앞에 선다는 생각은 늘 긴장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2년 전 그녀는 <레터맨 쇼>에 나가기 전에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위스키 두 잔을 마셨다가 TV에 술 취한 것처럼 나온 사건으로 유명하다. “술을 마신 덕분에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TV를 보고 ‘이런 방식으로 나를 홍보하고 싶진 않아’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정신과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불안감과 평생 싸워왔어요. 정말 무섭지만 이 연극은 제가 정말 하고 싶던 거예요.”

<The Way We Get By>가 오프 브로드웨이 연극이고, 그녀가 맡은 역할이 아름다운 스물아홉 살 여성이라는 사실은 분명 손해될 것이 없다. 연습실에서 사이프리드와 동료 배우인 토머스 새도스키는 실버맨과 라뷰트와 함께 커다란 정사각형 테이블에 앉아 대사를 한 줄 한 줄 분석하고 있었다.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술에 취해 처음 섹스를 한 두 사람의 다음 날 아침 상황을 그린 연극이라 그들은 오럴 섹스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가령 ‘어떤 상황이 그로 하여금 절대적으로 아름답고 이미 발가벗고 있는 여자의 오럴 섹스 제안을 거절하게 만들었을까?’ 같은 이야기다. “이 상황의 배경으로 그녀가 오늘 처음으로 그에게 오럴 섹스를 하려 한다는 설정이 더 흥미로울까요? 아니면 그것이 이미 일어났었다면…” 라뷰트가 말했다. “오, 그건 이미 했죠”라고 사이프리드가 말하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좋아요. 이런 쓸데없는 토론은 집어치우자고!” 라뷰트가 말했고 더 큰 웃음이 터졌다. 그는 대본을 몇 페이지 앞으로 넘겨 사이프리드의 대사 중 하나를 인용했다. “우리는 이미 미친 듯이 그걸 했잖아.” 그런 다음 덧붙였다. “그러니까 둘 중 하나겠네요. 우린 어젯밤엔 그걸 하지 않았어. 혹은 잠깐만, 벌써 그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는데 왜 지금 나를 막는 거지?” “그러니까 엊그제 상황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일이었는지 묘사하는 방식이 중요해요. 저는 그들이 오랫동안 그것을 했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사이프리드는 말했다. “다시 말하자면 기본적인 과정은 이미 다 거쳤다?”라고 라뷰트가 물었다. “바로 그거예요”라고 사이프리드가 말했다. “엉덩이만 빼고요.” “그건 또 무슨 근거죠?”라고 라뷰트는 웃으며 말했다.

AMERICAN CLASSIC 얼핏 보면, 사이프리드는 영화  속 미셸 파이퍼를 연상시킨다. 한쪽 어깨가 드러나는 비키니는 펜디(Fendi), 반지는 파비오 살리니(Fabio Salini).

AMERICAN CLASSIC
얼핏 보면, 사이프리드는 영화 <위험한 관계> 속 미셸 파이퍼를 연상시킨다.
한쪽 어깨가 드러나는 비키니는 펜디(Fendi), 반지는 파비오 살리니(Fabio Salini).

라뷰트는 사이프리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계속 대본을 다듬어왔다. “그녀는 표현이 풍부한 얼굴을 갖고 있어요. 눈은 정말 눈부시죠. 그녀에겐 최고의 배우들이 갖고 있는 그런 고요함이 있어요. 무대에 서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능력, 그건 타고나는 겁니다.” 정오가 됐고 사람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휴식 시간을 가졌다. 사이프리드는 나를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저 안은 어떤가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긴 금발 머리를 뒤로 넘겼다. “불안감을 떨쳐내려고 애쓰고 있지만 사실 그럴 수 없어요. 어느 배우에게나 불안감은 어느 정도 필요해요. 다른 배우들은 오랫동안 연극을 해왔어요. 그래서 제가 아마추어처럼 느껴져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요. 연극은 완전히 다른 행성 같아요.”

한 달 전 나는 업스테이트 뉴욕 스톤 리지에 위치한 그녀의 새로운 컨트리 하우스 근처 레스토랑에서 그녀와 아침을 먹었다. 그녀는 검정 SUV를 세우고 불안한 에너지가 넘치는 커다란 눈을 하고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 사이프리드는 최근에 하이웨이스트 블랙 진을 곧잘 입곤 한다. 왜냐하면 하이웨이스트 스타일이 상체를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상체가 너무 짧다고 걱정한다. 소매가 짧은 보라색 맥큐(McQ) 셔츠, 모피 안감이 들어간 부츠, 그녀를 완전히 집어삼킬 듯한 검정 파카도 입었고, 화장은 전혀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커다란 청갈색 눈, 도톰하고 창백한 핑크색 입술, 매끈한 피부를 가진 얼굴이라면 왜 화장이 필요하겠는가? 어떤 각도에서 보면 사이프리드는 <위험한 관계>에 출연한 미셸 파이퍼를 닮았다.

사이프리드는 독특한 존재감을 가졌다. 호기심에 가득 차 깊이 집중하는 동시에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듯 보인다. 때로 그녀는 대화를 툭 끊고 3분 전에 얘기하던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레미제라블>에 함께 출연했던 에디 레드메인은 사이프리드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녀에게는 엉뚱함이 있어요. 경계하지 않죠. 작품에서 보여주는 감정의 깊이와 달리 밝은 영혼과 유머 감각을 지녔어요. 친구들, 강아지 핀, 그리고 가족에게 얼마나 헌신적인지 보면 알 수 있죠.”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녀이기에 지난 한 달 동안 쉴 새 없이 바쁘던 스케줄은 그녀를 지치게 했을 것이다. 짧은 휴식 후 피츠버그에서 영화를 찍으며 핀(골든 브라운색의 호주 셰퍼드)을 보기 위해 뉴욕에 있는 그리니치빌리지 아파트에 잠시 들렀다. 그리고 런던으로 날아가 3일간 일을 마친 뒤 미팅을 위해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가 LA로 갔다. 그리고 피츠버그로 갔다가 뉴욕으로 갔다가 지금 이곳으로 온 것이다. 며칠 후 그녀는 지방시 광고 비디오를 찍고, 패션 위크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로 날아간다. 핀에 대한 그녀의 헌신은 집시 같은 여배우의 삶에 일종의 무게중심이 되어주는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이번엔 자신이 개에게 얼마나 의존적인지에 대해 걱정했다. “저는 그 아이를 떠나 있고 싶지 않아요. 그건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핀이 언젠가는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제 마음 어딘가에선 이렇게 말합니다. ‘그 아이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보다 일찍 죽게 될 거야.’”

웨이터가 왔을 때 사이프리드는 오믈렛을 주문한 다음 집에 있는 남자 친구 저스틴 롱에게 가져다줄 프렌치토스트를 추가했다. 몇 년 전 그들은 친구들을 통해 만났고, 2013년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를 팔로우 했어요. 한번은 그가 올린 달팽이 사진을 보고 미친 듯이 웃었어요. 사진 밑에 ‘오라지게 천~천히 움직이네’라는 캡션이 달려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사귄 기간은 길지 않지만 두 사람은 마치 몇 년 동안 함께해온 커플처럼 보인다. “그와 사귀고 있지만 제 정체성은 잃지 않고 있어요. 그게 옳다고 생각해요.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것 역시 좋아요.” 사이프리드는 다른 배우와 공개 연애하는 배우의 건강한 태도를 보여준다. 사이프리드와 롱의 공통점 중 하나는 가족과 아주 가깝다는 것이다. 롱은 두 형제와 함께 코네티컷 주 페어필드에서 성장했다. 사이프리드는 언니 제니퍼와 펜실베이니아 주 앨런타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의 어머니 앤은 작업 치료사이고, 아버지 잭은 약사다. “저스틴은 부모님과 집에 있는 걸 좋아해요. 그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요. 저도 지난 주말에 앨런타운에 갔는데 돌아오고 싶지 않았거든요.”

MODERN HEROINE 사이프리드는 샤를리즈 테론과 아네트 베닝 같은 아름답고 강인한 여배우들을 선망한다.  면 소재 메시 드레스는 롤랑 뮤레(Roland Mouret), 다이아몬드 팔찌는 핀(Finn), 숄더백은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플랫폼 샌들은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MODERN HEROINE
사이프리드는 샤를리즈 테론과 아네트 베닝 같은 아름답고 강인한 여배우들을 선망한다.
면 소재 메시 드레스는 롤랑 뮤레(Roland Mouret), 다이아몬드 팔찌는 핀(Finn), 숄더백은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플랫폼 샌들은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선택권이 있다면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묻자 그녀는 “이곳 스톤 리지예요”라고 말했다. “아이를 갖고 싶고, 그 아이들이 동네 학교에 다니길 바라니까요. 이 근처엔 아주 훌륭한 학교가 많아요. 제 삶이 지금과 같길 바라지만 일과 스트레스는 줄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그녀는 작품 선택에 있어 좀더 신중해졌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선택을 후회한 영화 얘기도 꺼냈다. “그 영화를 위해 그들은 제게 너무 많은 돈을 지불했어요. 그냥 도망쳐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거 알아요? 그 영화를 찍으면서 아주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아! 그 돈으로 집도 샀네요! 하지만 영화를 찍는다는 건 두 달 가까이 매일 14시간씩 일하는 걸 의미해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망칠 수 있는 가능성이기도 해요. 연달아 잘못된 결정을 너무 많이 내리면 사람들은 더 이상 당신을 찾지 않을 겁니다.”

사이프리드는 지난해 10월 스톤 리지에 거대한 농장을 사서 리노베이션 했다. 말과 트랙터가 있는 농장이다. 농장 얘길 하며 사이프리드는 너무 바빠 그곳을 즐길 여유가 없어 안타깝다는 느낌을 내비쳤다. 그래도 올여름에는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8월에 이 집에서 언니의 결혼식을 계획 중이기 때문이다. “언니는 최고의 남자를 만났어요. 결혼식은 정말 근사할 거예요. 모든 관심이 언니에게 집중될 거고 저는 슬쩍 빠져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거예요.” 사이프리드는 관심의 중심에 서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만으로 무척 행복해 보였다. “저는 레드 카펫을 좋아하지 않아요. 너무 요란하고 부자연스러우니까요. 하지만 그런 행사를 위해 옷을 입으면 여전히 신이 나요.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저는 지방시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어요. 리카르도가 디자인한 건 무엇이든 입을 거예요. 그의 작품은 늘 흥미로워요.”

사이프리드보다 네 살 위인 언니 제니는 LA에 살고 있다. 영화 특수 효과 부서에서 일하다 지금은 수의과 간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 중이다. “꿈의 결혼식 같은 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동생이 아주 신이 나서 진두지휘한 것에 대해 정말 감동받았어요”라고 제니는 말했다. 사이프리드의 어린 시절을 묻자 제니는 이렇게 답했다. “사이프리드는 정말 열정적이었어요. 음… 그 아이가 욱하는 성격이 있다고 말했던가요?” 그녀는 웃었다. “아주 정직해요.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보여주죠. 그런 성격이 변하지 않아 기뻐요. 잠시 걱정하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아주 강단이 있으니까요.”

나는 <퀸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s)>을 좋아하고 몇 시즌 동안 <빅 러브(Big Love)>를 보았지만 <뉴욕 타임스>에서 <디어 존(Dear John)>에 대한 A.O. 스코트의 비평을 읽을 때까지 그녀의 커리어를 완벽하게 연결 짓지 못했다. 그는 사이프리드를 “부지런히 자신을 무비 스타로 만들어가고 있는 기량 있고 매력적인 젊은 여배우”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작은 독립 영화, 코미디, 뮤지컬,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소름 끼치는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는데, 이런 선택은 의도적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많은 것을 자제하고 있어요. 제 안에는 늘 일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분해주는 건 선택과 충전을 위한 휴식이라고 생각해요.”

낮 시간대 드라마에 출연하던 10대부터 <맘마미아>를 찍기 전까지 그녀는 주로 ‘순수함’을 연기했다. 첫 성인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그녀가 아톰 에고이안의 에로틱 스릴러 <클로이(Chloe)>를 꼽은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줄리안 무어가 자신의 남편(리암 니슨)을 유혹하도록 고용한 매춘부 클로이 역을 맡았다. “그 영화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저 자신이 어른스럽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실제로 찍으면서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고요.” 그 역할 덕분에 <러브레이스(Lovelace)>에 캐스팅되었고, 이 영화는 그녀 스스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연기를 선보인 작품이 되었다. 사이프리드는 용커스(뉴욕 주 동남부 도시) 악센트, 컬이 있는 갈색 머리, 주근깨, 그리고 일관되게 심드렁한 성행위를 소화하며 완벽하게 린다 러브레이스 역에 녹아들어 갔다. 롭 엡스타인과 제프리 프리드먼이 감독한 이 영화의 극장 흥행 성적은 끔찍했지만, 입소문 덕분에 꾸준한 VOD 흥행을 이어갔다. “사람들이 뒤늦게 그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프리드먼은 말했다. “아주 역겨운 영화는 아니라는 소문이 돌았던 것 같습니다.” 엡스타인이 덧붙였다. “우리는 사이프리드가 이 역할로 인정받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해서 정말 실망했어요. 그녀는 카메라가 돌아 가면 깊고 어두운 연기를 펼치다가도 곧바로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습니다.”

BABY IT’S YOU 배우 저스틴 롱과의 연애에 관해 사이프리드는 “남자 친구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도 제 자아를 찾은 느낌이에요”라고 말했다.  엠파이어 웨이스트 톱은 프라다(Prada), 수영복 하의는 토리 버치(Tory Burch).

BABY IT’S YOU
배우 저스틴 롱과의 연애에 관해 사이프리드는 “남자 친구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도 제 자아를 찾은 느낌이에요”라고 말했다.
엠파이어 웨이스트 톱은 프라다(Prada), 수영복 하의는 토리 버치(Tory Burch).

사이프리드의 차기작은 피터팬 탄생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 조 라이트 감독의 <팬>이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피터의 엄마 역할을 맡아 영국식 악센트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똑똑하고 날카로운 변신이다. 세스 맥팔레인 감독의 <19곰 테드 2>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테디 베어가 인간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절친의 정자를 제공받아 아기를 가지려고 하는 이야기다. 사이프리드는 양육권을 얻어내기 위해 그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하는 변호사로 나온다. 세스 맥팔레인 브랜드에 걸맞게 이 작품은 착하고, 깔끔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가족 영화다. 맥팔레인은 사이프리드의 엄청난 팬이다. 사이프리드는 그가 감독한 <밀리언 웨이즈(A Million Ways to Die in the West)>에 출연했다. “2월에 사막에서 한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는 재킷 여덟 벌을 껴입었는데도 엄청 추웠어요. 그런데 사이프리드는 바람이 미칠 듯이 부는 야외에서 시대 의상을 입고 파라솔을 들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한 번도 불평하지 않는 그녀를 보고 앞으로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맥팔레인에게 사이프리드가 곧 자신을 정상에 올려놓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19곰 테드 2>에서 그녀는 너무나 연기를 잘했어요. 정말 재미있고 사랑스러웠어요. <19곰 테드 2>가 바로 그 작품이 되 었으면 좋겠네요.” 사이프리드는 <19곰 테드 2> 촬영을 두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순수하게 저를 믿어주는 친구와 작업을 하러 매일 아침 현장에 나가는 느낌이었죠”라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를 위해 사이프리드의 프로필을 살펴보다 그녀가 <밀리언 웨이즈>에서 샤를리즈 테론과 함께 작업했다는 걸 알게 됐다. “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그녀가 우리의 생존 캠프를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끊임없이 우리의 사기를 높여줄 겁니다.” 웃으며 말하던 그녀는 말을 잠시 멈췄다. “지금 당신이 아네트 베닝과 친구라고 말한다면 저는 ‘그분 멋진가요?’라고 물을 거예요. 그녀를 정말 좋아해요. 매 순간 진실하고, 아주 현실적인 분 같아요.” 사이프리드는 이 밖에도 영화 두 편을 완성했다. 다이안 키튼, 존 굿맨, 그리고 마리사 토메이 등이 출연하고 제시 넬슨이 감독한 코미디 <러브 더 쿠퍼스(Love the Coopers)>와 가브리엘 무치노가 감독한 <파더스 앤 도터스(Fathers and Daughters)>이다. 함께 출연한 배우 아론 폴은 “사이프리드는 버림받아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 인물을 연기합니다. 여러 남자와 잠자리를 하면서도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하지만 저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엽니다. 제 생각에 이 작품은 그녀의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 중 하나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CURTAIN CALL 극작가 닐 라뷰트는 “그녀의 얼굴에는 무수히 많은 표정이 담겨 있어요. 사이프리드의 눈은 정말 환상적이에요”라고 말한다. 자수를 수놓은 실크 드레스는 나르시소 로드리게즈(Narciso Rodriguez), 목걸이와 반지는 파비오 살리니(Fabio Salini).

CURTAIN CALL
극작가 닐 라뷰트는 “그녀의 얼굴에는 무수히 많은 표정이 담겨 있어요. 사이프리드의 눈은 정말 환상적이에요”라고 말한다.
자수를 수놓은 실크 드레스는 나르시소 로드리게즈(Narciso Rodriguez), 목걸이와 반지는 파비오 살리니(Fabio Salini).

폴과 얘기를 나눴다고 사이프리드에게 말하자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 멋진 남자 아닌가요? 피츠버그에서 함께 촬영했어요. 우리가 한 번도 데이트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 빼면 옛날 남자 친구와 함께 있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식이죠. ‘나는 네 몸을 기억하고 있어! 난 네가 어떻게 키스하는지 기억하고 있어!’” 이것은 사이프리드의 커리어에 있어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다. 실제로 그녀는 생기가 넘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지만, 많은 영화에서 자기 파괴에 이를 정도로 성적 대상화된 역할을 연기해왔다. “겁낼 필요는 없어요. 말하자면 아주 은밀한 연극 같은 거예요. 현실적이지 않거나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거나 너무 어리다면 아주 쉽게 어떤 길로든 빠질 수 있는 게 인생이니까요.” 사이프리드는 여전히 신비로움과 배우의 품위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쓴다. 예를 들어 그녀는 향수를 제작하자는 수많은 제안을 거절해왔다. 상업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이프리드의 노래하는 목소리는 아름답고 심지어 작곡도 하지만 앨범을 내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레드메인은 그녀가 그냥 자신을 위해 노래 수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커리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을 위한 것이다.

4월의 어느 날 사이프리드는 내게 전화를 걸었다. <19금 테드 2>를 재촬영하느라 LA에서 막 돌아와서 지쳐 있었지만 동시에 들떠 있었다. “맥팔레인이 어제 제게 메모를 줬는데 전 동의하지 않았어요. 그는 결국 ‘오케이. 그래요, 좋아요’라고 말했죠. 의견을 제시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정말 신나요.” 그녀는 연극 테이블 리딩을 끝내고 무대 연습을 하고 있다는 근황도 전했다. “대본의 40쪽을 가리고 연습했어요. 이제 꽤 많이 암기한 것 같아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LA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His Girl Friday)>를 보면서 ‘맙소사, 로사린드 러셀이네!’라는 생각을 했어요. 대사 한 줄 한 줄에 혼신을 다하더군요.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느낌이었어요.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저는 평생 그렇게 연기해본 적이 없어요. 모든 것을 본능에 맡겼음에도 그럭저럭 잘해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연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연기 방식의 일부이긴 하지만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해요.”

테론, 베닝, 러셀 등 사이프리드가 존경하는 여배우들이 말솜씨가 좋고 스크린과 현실 속에서 그 누구보다 용감한 건 우연이 아니다. 당신은 아직도 가끔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사이프리드가 성숙한 투지나 단호한 대담함을 갈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녀는 잠시 딴 생각에 빠졌다. “로사린드 러셀의 연기를 보면서 생각했어요. 왜 나는 더 잘하지 못하지? 더 나아져야 해!”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앞으로 점점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