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테라피

울퉁불퉁 못생긴 겉모습과는 달리 톡 쏘는 향과 샛노란 속살을 지닌 뿌리채소가 험난한 슈퍼 바이러스의 세상에서 한껏 주목받고 있다. 체온을 높여주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생강의 무궁무진한 효능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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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연락이 뚝 끊긴 후배에게 날아온 사진 한 장. 그녀의 조그맣고 귀여운 입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주먹만큼 퉁퉁 부어 마치 터질 듯한 입술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입술은 물론이고 입안, 목구멍까지 염증으로 뒤덮여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어요. 일을 중단하고 외출도 자제하다 보니 너무 우울하더라고요.” 병명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원인은 제로에 가깝게 떨어진 면역력! “염증을 가라앉히는 처방 외에도 비타민 정맥 주사를 매일같이 맞았죠. 없던 불면증까지 생겼더랬죠. 금세 가라앉긴 했지만 조금만 피곤하다 싶으면 입술 근처가 간지럽기 시작해 불안해 죽을 맛이에요.” 가뜩이나 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뒤덮은 시점, 면역력 제로의 후배를 위로해줄 묘약은 없는 걸까?

많은 전문가들은 체온을 올리면 면역력이 배가된다고 조언한다. “인류의 체온은 50년 전과 비교해보면 36.8℃에서 0.5~0.7℃ 낮아진 것이 최근의 통계 결과입니다. 체온이 1℃ 저하될 때마다 면역력은 30%, 기초대사는 약 12%가 저하되죠.” <면역이 살길이다>의 저자 조성훈은 저체온인 사람은 자율 신경계의 밸런스가 무너져 있고, 특히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 양이 줄어들게 된다고 경고한다. 감기나 피로감처럼 일상에서 자주 느끼는 가벼운 증상부터 알레르기, 아토피성 피부염은 물론 암,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슈퍼 결핵에 이르기까지 면역력이 저하된 신체는 각종 질병을 이겨낼 리 없다. 그저 손을 자주 씻으라는 게 전부였던 메르스 예방법에서도 알 수 있듯, 면역력을 키우기 위한 최고의 처방은 건강한 생활 습관이다!

정상 체온을 유지해주고 면역력을 높여줄 일상생활 식단으로는 현미, 시금치, 양배추, 키위, 딸기처럼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가득한 식품들이 꼽힌다. 특히 일본에서는 생강 열풍이 대단하다. 의학박사 이시하라 유미는 비단 한방뿐만 아니라 서양 의학에서도 오랫동안 인정받아온 식재료로 생강을 꼽는다. “‘ginger’의 또 다른 뜻이 ‘활기’일 만큼 영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생강의 효능에 대한 믿음이 각별하죠. 우리가 아는 진저 브레드는 16세기 영국 헨리 8세가 페스트를 예방할 대책으로 생강을 장려하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음식이에요. 이 외에도 인도의 아유베르다에서는 신이 내린 치료의 선물로 기술돼 있고, 철학자 피타고라스도 생강을 소화제로 사용해왔다고 전해지죠.” 생강의 주 성분은 알싸한 매운맛을 내는 ‘진저롤’과 ‘쇼가올’. 혈행을 촉진시켜 체온을 높여주고 흔히들 말하는 ‘냉증’을 개선시켜주는 효과가 있으며, 백혈구 수를 늘려 면역력을 상승시킨다.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도 효능을 보이는데, 미국암연구학회에서 진행한 암세포를 이식한 쥐 실험에서는 6-진저롤을 투여한 그룹에서 종양 세포의 수가 확실히 적었다는 발표도 있었다.

진저 브레드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 강한 살균력 또한 생강이 가진 매력 중 하나. 생선 초밥에 늘 생강초절임을 함께 곁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한의학에서는 우울증 개선에도 생강이 처방되며, 혈행을 좋게 하기 때문에 현기증이나 이명에도 종종 사용되는 것이 바로 생강이다.

물론 모든 식재료가 그렇듯 만병통치약은 없다. 임산부의 입덧 예방에 활용되는 생강이지만 많은 양의 복용은 금하고 있으며, 위장 기능을 높여주는 효능 때문에 평소 위궤양이나 위장 장애가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썩은 생강에 함유된 샤프롤이란 성분. 식약처에서는 마약류 원료 물질로 지정한 성분으로 간세포를 파괴할 만큼 치명적인 독성을 지녔다.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조리 이후에도 남아 있고, 썩은 부위가 일부라 할지라도 생강의 치밀한 섬유조직을 타고 전체로 퍼지므로, 썩은 생강은 주저 없이 버리는 것이 옳다.

무궁무진한 효능을 자랑하는 생강이지만 일상 식단에서 응용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시하라 유미가 제안하는 최고의 레시피는 ‘생강 흑설탕 홍차’. 뜨거운 홍차에 생강을 적당량 갈아 넣고 여기에 흑설탕으로 단맛을 낸 것이다. 홍차에 함유된 붉은 색소인 테라블라빈에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생강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비타민과 미네랄(칼슘의 함유량은 백설탕의 150배)이 풍부한 흑설탕 역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 차 한 잔으로도 몸이 따끈따끈해지는 효과를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효능을 내는 알짜배기 성분들은 껍질 바로 밑에 있기 때문에 껍질째 사용하는 것이 좋고, 번거롭다면 한 번에 많은 양을 손질해 냉동 보관했다가 사용해도 괜찮다. 이시하라 유미는 아침 공복에 마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권하지만, 아침잠을 깨워주는 커피 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면, 하루 중 어느 때도 괜찮으니 한 잔씩 맛을 들여보도록. 감기 없이 한 계절을 보내고 나면, 어느덧 당신도 이 못생긴 뿌리식물의 치명적인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