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슈퍼 패션 펫 ⑥ – 입생로랑

2016.03.15

by VOGUE

    슈퍼 패션 펫 ⑥ – 입생로랑

    Yves Saint Laurent + French Bull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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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브 생 로랑 일대기를 다룬 최신 영화 <생 로랑>의 한 대목. 생 로랑이 키우는 프렌치 불도그 ‘무지크(Moujik, 프랑스어로 ‘러시아 농민’이란 뜻)’가 죽자 그의 파트너와 직원들은 똑같은 강아지를 간택하기 위해 엇비슷한 프렌치 불도그 여러 마리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 직전에 보여준 무지크 사망 장면은 꽤 충격적이다(응접실 바닥에 흐트러진 알약을 먹고 경련을 일으키는 무지크의 모습에서 애견가들은 몸서리를 쳤을 듯). 이 영화를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개하기 위해 한국에 들른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관객: “묻기 좀 겁나는 질문인데, 영화에서 ‘무지크’가 약을 먹고 죽었다. 그 장면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촬영했나?”

    베르트랑 보넬로: “정직하게 말하겠다. 마약을 줬다. 아, 그런데 그 개는 지금 아주 잘 지낸다. 그날은 그 개의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을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초반엔 환각제 같은 것을 먹였고, 그다음에는 일반 수면제를 먹였다. 그래서 그저 편안하게 하루를 보냈다.”

    어디까지가 농담인지, 또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촬영장 스태프나 무지크 역을 맡은 강아지만 알 것이다. 아무튼 무지크가 여러모로 유명세를 탄 강아지인 건 분명하다. 그건 앤디 워홀이 무지크를 위해 초상화를 그려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심지어 워홀의 마지막 초상화 작업이었다). 그러니 현재 생 로랑이라는 브랜드에 ‘무지크’ 백이 있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정말이지 ‘견생역전’을 이룬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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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프렌치 불도그는 이브의 작업실은 물론, 그가 친구들과 클럽을 전전할 때도 패거리에 끼어 있었다. 그리고 이브가 사망한 뒤, 2009년 파리에서 열린 이브 생 로랑 소장품 경매 때 생전의 그의 파트너였던 피에르 베르제와 경매 상황을 지켜봤다. 무지크는 19세기 샹들리에가 8만2,600유로에 낙찰되고, 나폴레옹 3세의 테이블과 가구 세트가 약 5만 유로에 낙찰되는 과정을 함께했다. 경매 수익금(적어도 400만 유로!) 전부가 에이즈 연구와 계몽운동에 기부되는 것에 대해 무지크 역시 동의했을 듯하다. 1993년 이브 생 로랑은 무지크에 대해 이렇게 기억한다. “초조함을 느낄 때 나는 무지크를 바라본다. 무지크는 아틀리에에 가는 걸 아주 좋아했기에 내가 일하러 나가지 않는 날엔 슬픈 표정을 짓는다. 이런 무지크 덕분에 다음 날은 일어나자마자 아틀리에로 직행한다. 무지크는 늘 나를 즐겁게 해준다. 무지크만 있으면 누구도 내 침대 근처에 올 수 없다. 내가 아파 누워 있을 때도 무지크 때문에 아무도 침대에 얼씬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하인들이 삽 끝으로 약을 전해준 적도 있다. 나와 무지크는 더없이 친밀했다.”

      에디터
      신광호
      일러스트
      SEO 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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