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으로의 초대

왜 굳이 곤충까지 먹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곤충만이 유일한 먹거리인 세상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한우보다 맛있진 않지만 영양가가 많고 태생이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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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에겐 좀 미안한 말이지만 미국에서 엑소는 귀뚜라미 에너지바로 유명하다. 엑소 바 한 개에 들어가는 귀뚜라미는 40마리. 미슐랭 스리 스타 셰프는 귀뚜라미 분말에 블루베리, 시나몬, 바닐라 등 조화로운 식재료를 섞었고, 엑소는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영양소를 갖춘 무적의 에너지바가 됐다. 클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한 이 신생 기업에게 뉴욕의 페어웨이와 홀푸드는 매장 진열대를 내줬다. 소호와 이스트빌리지로 나오면 메뉴판에서 곤충을 발견할 수 있다. 멕시칸 레스토랑 안토제리아 라파퓰러의 상시 인기 메뉴는 귀뚜라미 타코이고, 줄 서서 먹는 또 다른 멕시칸 레스토랑 블랙 앤트는 구운 개미와 칠리를 곁들인 생선 요리를 내놓는다. ‘괴식’ 체험 공간 같은 느낌은 없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똑같다. 닭고기, 대구 살을 선택하듯 메뚜기를 고를 수 있을 뿐. 곤충이라는 식재료가 추가된 식당은 요즘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구레이 구스가 곤충 단백질로 큐브를 만드는 업체 엔토와 선보인 파인다이닝 코스는 그 어떤 식탁보다 아름다웠다. 덤플링에 장식된 나방의 날개는 그날 코스의 백미였다. 숲이나 다용도실에서 마주치는 게 더 익숙한 곤충이 우리 식탁에 올랐다.

<동의보감>에는 누에고치를 비롯, 95가지 곤충이 지닌 약재로서의 효능에 대해 적혀 있고, 부모님 세대는 벼메뚜기나 누에고치 애벌레를 간식 삼아 먹던 시절이 있었으니 ‘재등장’이다. 재등장의 이유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과거에는 ‘먹을 게 없어서 먹던 음식’이었다면 지금은 ‘먹을 게 없어서 먹게 될 때를 대비해 먹어야만 하는 음식’이다. 곤충이 지구를 구하는 먹거리라는 건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한 접시의 스테이크를 위해 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환경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메르스처럼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를 전염병도 위험 요소다. 우리는 이미 파나마 병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바나나를 경험했다. 식용 곤충은 말하자면 전기차 같은 것이다. 너무 편리한 가솔린차가 있지만 석유가 사라질지 모를 먼 훗날에 대비해 전기차 기술을 개발한다.

곤충은 영양학적으로도 굉장히 우수한 비율을 자랑한다. 50%는 단백질, 30%는 지방이다. 게다가 지방의 80%는 불포화지방산. 완전식품이라 불리는 달걀과 같은 수준이다. 영화 <설국열차>에 등장한 바퀴벌레 바는 실제로도 완전식품에 가깝다. 이토록 간편한 영양식을 둘러싼 이슈는 역시 선입견과 혐오감 걷어내기다. 모조리 갈아서 아예 형태가 보이지 않게 할 것인가, 곤충의 형태를 남겨 먹는 즐거움을 줄 것인가. 일단 전자가 힘을 얻는 추세다. 생으로 먹는 것과 분말 처리해서 먹는 것은 영양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효율성도 분말 형태가 높다. 메뚜기를 50마리씩 챙겨 먹기엔 수고가 너무 많다.

7월 초 약수역에 오픈한 국내 최초의 곤충 레스토랑 ‘빠삐용의 키친’의 코스 요리에서도 곤충을 목격하긴 힘들다. 빠삐용의 키친은 점심에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이었다가 오후엔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길 수 있는 카페로 변신한다. 간판 메뉴 시푸드 토마토 파스타를 먹어본 사람들 대부분의 평가는 ‘똑같은데?’다. 통통한 해산물도, 새콤한 토마토소스도 다를 바가 없다.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파스타 면의 색깔 정도다. 밀웜 분말이 들어간 파스타 면은 약간 갈색빛을 띠고, 단백질 함유량은 1.5~2배가량 높다. 빠삐용의 키친 연구진은 반죽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음식에 곤충을 넣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곤충이 분말이 되자 곤충 식용법에 한계가 없어졌다. 에너지바, 쿠키, 한방차 등을 생산하고 카페도 운영하고 있는 이더블 버그 역시 곤충 먹는 재미가 없다는 원성에 밀웜 세 마리를 통째로 넣은 쿠키류를 제외하고는 분말 형태로 처리해 곤충식을 만든다. 운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파우더, 다이어트를 위한 저칼로리 파우더도 개발 중이다. 류시두 대표는 식용 곤충을 단순히 미래 먹거리의 대안으로 제안하기보다 정말 필요한 기능이 있는 음식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말한다. ‘식량 부족을 겪을 자손을 위해 곤충을 먹읍시다’보다 ‘완벽 다이어트 밀웜 파우더, 굶지 말고 건강하게 살 빼세요’라는 메시지가 훨씬 와 닿는다. 밥 먹기 귀찮을 때 편의점에서 사 먹는 곤충 블록은 어떤가? 은근히 칼로리 높은 곡물 에너지바보다 10배는 자주 사 먹을 듯싶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갈색거저리 애벌레(밀웜)와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를 식용 곤충 1, 2호로 지정했다. 친근한 이름을 공모해 고소애와 꽃벵이라는 애칭도 붙여줬다. 3호와 4호로 장수풍뎅이 애벌레와 귀뚜라미가 대기 중이다. 전 세계 20억 명 이상의 인구가 1,900여 종의 곤충을 먹고 있지만,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 공식적으로 인정한 국가는 우리가 처음이다. 정부에서 안전성을 검증한 만큼 규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까다로운 편이다. 곤충에 따라 다르지만 아직 가격도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추천하는 경로로 사먹는 곤충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해산물은 자연산이 싱싱하지만, 곤충은 통제된 농장에서 사료를 먹고 자란 게 더 안전하다. 육류나 해산물에 비해 손질법도 간단하다. 1~2일 굶겨 변을 보게 해서 제거하면 그만이다. 곤충의 내장은 영양의 보고라서 그대로 먹는다. 물론 꿈틀꿈틀 모여 있는 모습, 더듬이를 삐죽거리는 모습에 익숙해졌을 때 얘기다.

식용 곤충을 취재하며 먹을 수 있는 곤충의 비주얼을 대략 확인했고 조리 과정도 지켜봤다. 식용 곤충의 하이레벨로 생각했던 중국 광둥 지방의 바퀴벌레볶음까지 눈으로 정복하고 나니, 어떤 이미지가 뜰지 몰라 스크롤을 내리기가 두렵던 공포가 사라졌다. ‘곤충은 먹는 것’이라는 반복된 전제 하나가 밀웜을 날씬한 번데기로, 메뚜기를 건어물로 보이게 하니, 식품학자들이 그토록 주장한 ‘음식은 뇌로 먹는 것’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비로소 이해가 간다. 200년 전만 해도 로브스터 역시 혐오 음식이었다. 먹으면서 뿌듯함을 안겨주는 음식은 많지 않다. 먹는 욕구에도 매슬로우의 5단계가 있다면, 곤충을 먹는 건 가장 상위 단계를 충족시켜줄 것이다. 게다가 아직은 선택이 가능하다. 졸음이 밀려 오는 오후, 밀웜으로 만든 오트밀 쿠키 한 조각과 메뚜기 한방차 한 잔 어떨까. 밀웜이 괜히 고소애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