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텍스처 전성시대

감쪽같이 싹 사라지더니 어느덧 물방울이 촉촉히 맺히는 찰나의 마술이 지금 피부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바야흐로 텍스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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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립스틱은 헤라 ‘루즈 홀릭 실크’, 파우더리한 파운데이션은 케이트 ‘파우더리스 리퀴드’.

10년 전만 해도 봄에는 핑크, 가을에는 브라운처럼 컬러가 메이크업 트렌드의 전부이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지구촌을 반나절 간격으로 넘나드는 세상이 되다 보니 계절감이 없어지고, ‘시즌 컬러’에 대한 의미도 퇴색된 지 오래.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바로 질감이다. 작은 스마트폰 안에도 1,600만 화소의 기능이 탑재돼 있는 지금, 도자기처럼 매끈한 피부나 촉촉한 듯 보송한 세미 매트의 마무리감, 혹은 속부터 꽉 차오르는 듯한 피부 결 등 미세한 질감의 차이를 두고 수식어들은 점점 더 장황해지고 있다.

이에 발맞추기 위해 코스메틱 연구소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포뮬러 개발에 총력을 다하는 상황. 피부에 닿는 순간 제형이 변하는 ‘트랜스포머 제형’은 이미 한 카테고리를 이룰 만큼 다양해졌지만 코스메틱 관계자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볼까? 케이트 ‘파우더리스 리퀴드’는 리퀴드 파운데이션 제형이 피부에 닿는 15초 동안 보송보송한 파우더로 변하는 깜짝 마술쇼를 펼치는 덕분에 ‘15초 파운데이션’ 이란 애칭으로 더 유명하다. “비밀은 휘발성 오일에 있어요. 기존 파운데이션은 포뮬러 속 오일이 서서히 마르면서 피부 위에 끈끈한 유분감을 남기는 반면, 이 포뮬러는 휘발성 오일의 함유량이 높아 피부에 닿는 즉시 그대로 증발, 즉 기화하는 거죠.” 케이트 마케팅팀 배금진 팀장은 제품의 15초 마술은 그간 느꼈던 파운데이션의 아쉬운 점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수분을 강조하는 파운데이션은 바른 직후엔 차르르한 윤기 때문에 피부가 좋아 보이지만 금세 무너지고 지저분하게 묻어나는 단점을 피하기 힘들었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파우더를 톡톡 두드려야만 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없었고요.”

여자들의 애로 사항이 두드러지는 또 다른 부위를 꼽자면 바로 눈가. “펜슬 타입 라이너는 금세 지워지고, 리퀴드 타입은 마른 후 특유의 광택이 거슬리며, 붓펜 타입은 쩍쩍 갈라지는 단점을 피하기 힘들었죠. 팟(Pot)에 담긴 젤 라이너는 가루 날림이 문제고요.” 그렇게 해서 탄생된 베네피트 ‘데아 리얼 푸쉬 업 라이너’는 바르기 편한 젤 포뮬러지만 눈가에 닿는 순간 완벽하게 매트한 질감으로 변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그려낸다. 게다가 24시간 워터프루프 기능이 첨가되면서도 클렌징 시에는 부드럽게 닦이는 등 아이 메이크업 시 느낄 수 있는 작은 불편함까지 고려했다.

스킨케어 연구소들 또한 피부 위에서 펼쳐지는 반전 드라마에 심취해 있긴 마찬가지다. 키엘 마케팅팀 최미경 부장은 얼마 전 출시한 동안 볼륨 에센스의 효능이 독특한 제형 덕분에 상승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쭈글쭈글한 건포도가 탱탱한 청포도처럼 쫙 펴지는 효능의 성분들은 쫀득한 제형에 담겨 있죠. 하지만 이를 피부 속 깊이 전달할 수 있는 메신저가 필요했어요.” 쫀득한 에센스 제형은 피부에 문지르는 몇 초 사이 미세하게 쪼개져 ‘마이크로 워터 텍스처’로 변신 완료한다. “덕분에 건조한 피부에 드라마틱한 사용감을 전달하고, 결과적으로 수분이 채워지는 듯한 볼륨을 느끼게 하죠.”

 

피부 위에서의 기능만큼이나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바르는 순간의 재미와 촉감이다. 디어 바이 엔프라니의 ‘바운스 치즈 크림’은 마치 피자 광고에서나 볼 법한 쫀득한 치즈 스트링을 그대로 재연했다. 덕분에 뉴질랜드에서 공수한 치즈 유청 단백질의 뛰어난 탄력 효과가 가시적으로 더 돋보이게 된 셈. 손끝에서 주욱 늘어나는 치즈 스트링은 ‘나 이렇게나 탄력적이에요’라고 온몸으로 호소하는 것 같다. “단순히 문지르며 바르기보다는 스패출러로 적당량을 덜어 쫀득하게 늘어나는 치즈 텍스처를 즐기면서 톡톡 두드리듯 발라보세요. 최근 20~30대 여성들은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바르는 순간의 촉감과 향, 디자인 등 감성 항목에도 까다롭게 점수를 매기고 있죠.”

올가을 출시를 앞둔 두 가지 질감의 헤라 ‘루즈 홀릭’ 립스틱도 까다로운 여심 공략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 루즈 홀릭은 애초에 개발 단계에서부터 한국의 평균 온도인 18~20℃에서 가장 사용감이 부드럽도록 설계됐는데, 이를 위해 찾아낸 것은 고탄성 폴리머. 탄성이 뛰어난 수백 가닥의 실을 묶어 만든 번지점프의 로프처럼 입술에 닿는 순간 부드럽게 휘는 것이 원리다. 기존 제품보다 50% 이상 잘 휘어지고 탄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부드럽게 발리면서 잘 부러지지 않는다. 루즈 홀릭 ‘글로우’에는 여기에 선명한 발색과 유리알처럼 투명한 광택이란 전혀 상반되는 질감을 한데 넣기 위해 ‘투명한 필름형 페이스트’란 장치가 고안됐고, 이에 반해 루즈 홀릭 ‘실크’는 이름처럼 보다 매끄럽게 입술을 감싸는 질감을 구현해내기 위해 왁스 사용을 최소화하고 무게가 가볍고 표면적이 넓은 파우더를 다량 사용했다.

헤라 최유진 BM도 피부에 닿는 찰나의 감성까지도 철저하게 설계되고 있는 것이 최근 코스메틱 업계의 추세라는 데 동의한다. “한국 여자들은 매우 스마트한 소비 성향을 지녔죠. 아무리 유행 컬러라 해도 자신과 어울리지 않으면 결코 구매하지 않아요.” 자, 이제 준비할 것은 찰나의 순간 피부에 닿는 작은 물방울의 촉감까지도 포착해내는 날 선 감각과 예민함뿐. 지금은 바야흐로 15초 마술이 펼쳐지는 텍스처 전성시대.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는 만큼 예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