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나데쥬 바니 시뷸스키와의 인터뷰

2016.03.15

by VOGUE

    나데쥬 바니 시뷸스키와의 인터뷰

    에르메스 가을, 겨울 컬렉션이 열린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 오렌지빛 성지의 여왕, 나데쥬 바니 시뷸스키와 쇼 시작 1시간 전. 미니 인터뷰를 가졌다.

    Nadège Vanhee-Cybulski

    Nadège Vanhee-Cybulski

    “음악 소리가 너무 크죠?” 에르메스의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나데쥬 바니 시뷸스키가 갈색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파리지엔 특유의 헝클어진 붉은 머리와 잘 어울리는 선명한 빨강 실크 셔츠를 입은 그녀는 지금 한창 리허설 중인 쇼장으로 연결된 커다란 문을 닫고 천천히 내게로 걸어왔다. “반가와요. 나데쥬 바니 시뷸스키예요.” 지난 3월 파리에서 선보인 에르메스 데뷔 컬렉션을 들고 도쿄로 날아와 쇼를 여는 이 흥분된 순간에 그녀는 프레스 인터뷰를 시작했다. 쇼가 열리기 몇 시간 전의 긴장과 약간의 여독, 그리고 특유의 여성스러움이 섞인 새침한 미소를 머금고 속삭이듯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그녀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렌지빛 성지의 여왕이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거기엔 물론 타고난 좋은 취향, 좋은 디자인을 선별하는 능력, 불필요한 것을 배제하는 안목, 그리고 장기적 투자 가치에 대한 판단력 등이 포함돼 있었다.

    Hermès 2015 F/W

    Hermès 2015 F/W

    VOGUE KOREA(이하 VK) 들어오면서 보니 박물관 정원이 근사하던데요? 이곳을 쇼장으로 고른 이유를 직접 듣고 싶군요.
    NADEGE VANHEE-CYBULSKI(이하 NVC) 이곳 도쿄 국립박물관 안에서 쇼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좋은 기회라 생각했어요.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이곳에서 파리에서 진행된 쇼 컨셉을 유지하되, 이곳 환경과 특성을 반영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죠.

    VK 참, 인사가 늦었군요. 에르메스의 여왕이 된 걸 축하합니다. 데뷔 컬렉션에서 강조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나요?
    NVC 우아함에 대한 새로운 정의! 여자의 강인한 모습과 우아함을 동시에 표현하고 싶었죠. 컬렉션을 준비하는 동안 에르메스의 원천과 가장 뛰어난 점이 무엇인지 탐구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면, 마구 안장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가죽에 대한 노하우가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VK 에르메스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맨 먼저 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NVC 어마어마한 실크 컬렉션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큰 영감을 줬어요.

    VK ‘에르메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뭐죠?
    NVC 퀄리티에 대한 무한한 애정!

    VK 그럼 에르메스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NVC 많은 점이 있지만, 에르메스는 특별함 그 자체죠.

    VK 예전에 셀린과 더 로우 등에서 일한 경험이 당신에게 끼친 영향이 있을 텐데요.
    NVC 전 정말이지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과 일할 수 있었던 엄청난 행운아였어요. 그들은 패션에 대해 혁신적이고 날카롭게 접근하는 사람들이었죠. 과거 경험에서 가져오고 싶은 것도 바로 그런 날카로움입니다. ‘샤프한 스타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에르메스 2015 F/W 컬렉션이 열린 도쿄 국립박물관 입구엔 행사를 위해 거대한 목각 말이, 내부엔 나무 아치 터널의 런웨이가 세워졌다.

    에르메스 2015 F/W 컬렉션이 열린 도쿄 국립박물관 입구엔 행사를 위해 거대한 목각 말이, 내부엔 나무 아치 터널의 런웨이가 세워졌다.

    VK 다시 첫 컬렉션 얘기로 돌아와, 데뷔 컬렉션에서 가장 아낀 룩은 뭔가요?
    NVC 그건 어떤 자식이 제일 좋냐고 부모에게 질문하는 것과 같아요.(웃음) 음… 반다나 컬렉션을 꼽을 수 있겠네요. 에르메스가 반다나 컬렉션을 만들고 있는지 예전엔 몰랐어요. 제가 특히 반다나 컬렉션을 좋아하는 건 소박한 작은 면 스카프인 반다나와 90cm 정사각형 실크라는 두 세계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 때문이죠. ‘로카바(Rocabar)’ 또한 브랜드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거론될 만합니다. 에르메스가 영국인 러그 제조자들을 공방에 초대했을 때, 프랑스어가 서툰 이들이 러그-아바르(줄무늬 러그)라고 발음하니 프랑스인들이 “뭐라고? 로카바?”라고 해서 생긴 이름이래요. 이런 우연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퀼팅 가죽 파카 또한 제가 정말 아끼는 아이템이죠.

    VK 저도 반다나를 이용한 4번 룩이 좋았어요. 스트리트 패션의 특징도 보이고요. 에르메스와 스트리트 패션은 ‘극과 극’인데 혹시 관심이 있나요?
    NVC 스트리트 패션의유행을 정말 환영해요.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즉흥적이니까요.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민주주의적 방법 같아요.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의 만남이 유행이라는 점에서 디자인이 더 재미있어질 것 같습니다.

    VK 기대할게요. 자, 그럼 당신이 만든 에르메스 컬렉션에 반드시 들어가는 아이템은 뭐죠?
    NVC 셔츠! 전 셔츠를 사랑해요. 어떤 디자인이든, 어떤 소재든 다 좋아요. 흰색 포플린 셔츠, 실크 셔츠, 남성용 셔츠, 어린이 셔츠 등등. 다양한 셔츠로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걸 즐깁니다. 모두가 제가 만든 셔츠를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웃음) 예전에 일했던 하우스에서도 전 늘 이렇게 말했죠. ‘자, 셔츠 도서관을 만들자!’

    VK 당신만의 비전이 가미된 에르메스 여성복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됩니다.
    NVC 아직 어떤 방향성을 구체화하긴 이릅니다. 저만의 정체성을 완성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해요. 시간을 두고 서로 적응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하우스 전통과의 연관성인데, 전 특히 가죽 소재에서 그 연관성을 찾고자 합니다. ‘가죽과 여성복의 공존’을 통해 혁신을 보여주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VK 디자인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두 번째 컬렉션에 관한 힌트 하나만 줄 수 있나요?
    NVC 오! 다음 컬렉션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군요.(웃음) 영감은 아주 다채로운 곳에서 얻습니다. 옷감에 사용되는 새로운 기법과 옷을 재단하는 새로운 방식 등에 관심이 많아요. 인테리어 디자인, 전통과 현대 예술, 민속 문화를 살펴보는 것도요. 물론 빈티지 패션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특히 30년대와 60년대는 제가 좋아하는 시대죠. 당시는 지금과 닮은 점이 많아요. 동시대의 변화하는 모습을 담고자 노력한 시대였죠. 지금은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이 공존하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특히 혁신과 창조성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창조는 때로 과거에서 비롯되기도 하죠.

    VK 자, 마지막 질문이에요. 당신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NVC 에너제틱!

    에르메스 2015 F/W 컬렉션이 열린 도쿄 국립박물관 입구엔 행사를 위해 거대한 목각 말이, 내부엔 나무 아치 터널의 런웨이가 세워졌다.

    에르메스 2015 F/W 컬렉션이 열린 도쿄 국립박물관 입구엔 행사를 위해 거대한 목각 말이, 내부엔 나무 아치 터널의 런웨이가 세워졌다.

      에디터
      이지아
      포토그래퍼
      COURTESY OF HERMÈS, INES VAN LAMSWEERDE AND VINOODH MATA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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