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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뎁과의 인터뷰

2017.07.13

by VOGUE

    조니뎁과의 인터뷰

    조니 뎁의 신작이 발표됐다.〈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도, 팀 버튼의 판타지도 아니다. 그는 디올의 새로운 향수 ‘소바쥬’의 얼굴이 됐다.3지난해 5월 조니 뎁은 보스턴에 있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콧 쿠퍼의 영화 <블랙 매스>를 촬영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고작 세 달 뒤인 8월. 그는 LA의 스튜디오에 있었다. 케빈 스미스의 연출작 <요가 호저스> 촬영장이었고, 동시에 그의 양손엔 차기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Alice Through the Looking Glass)>의 스크립트가 들려 있었다. 조니 뎁은 <요가 호저스>가 끝나자마자 곧장 영국으로 날아갔다. 조니 뎁은 워커홀릭이다. 그는 1년에 거의 영화 세 편 정도를 찍고, 1990년대 이후 오랜 공백기를 가져본 적이 없다. 당장 내년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의 개봉이 기다리고 있으며, 2017년 여름엔 그의 트레이드 판타지와 같은 <캐리비안의 해적> 속편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조니 뎁은 쉬지 않는다. “왜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냐고 묻는데 세상이 내가 한숨 돌릴 몇 년을 결코 기다려주진 않아요.” 그리고 이번에 그는 또 한 번 변신을 감행했다. 디올이 10년 만에 발표하는 새 남자 향수 ‘소바쥬’의 모델이 된 것이다. ‘고결한 야성’이란 뜻의 이 향수는 우디 향을 바탕으로 베르가모트의 상쾌함을 더한 제품이다. 거칠지만 은은하고, 야성적이지만 품격 있는 향이 조니 뎁과 그럴듯하게 어울린다. 조니 뎁은 포토그래퍼 장 밥티스트 몬디노의 모델이 되어 소바쥬 영상도 찍었다. 웬만한 아트 영화 못지않은 비주얼이다.

    사실 조니 뎁이 패션, 혹은 뷰티 브랜드와 그리 친숙한 배우는 아니다. 그는 패션쇼장이나 행사장보단 당연히 영화 촬영장, 혹은 시상식 무대에 더 많이 섰고, 패션 브랜드의 모델이 된 적도 거의 없다. 오히려 그에게 달라붙는 애칭은 일벌레나 책벌레와 같은 것. 조니 뎁은 출판 사업에 뛰어든 적도 있다. “패션에 대해 잘 몰라요. 아는 것이라면 약간의 느낌, 외양, 혹은 어떤 미학적인 것 정도랄까요. 그런데 이번에 디올은 일종의 중력에 이끌리는 것처럼 제게 다가온 부분이 있습니다. 거칠면서 야성적인 느낌으로.” 그래서 장 밥티스트 몬디노와 함께한 디올의 소바쥬 영상 작업은 한 편의 영화 같다. “장 밥티스트는 매우 시적인 사람이에요. 그와 단편영화를 찍을 땐 대화가 없는 신에서 오히려 더 호화로움을 느껴요. 그는 우리가 무성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소리가 가장 중요해지는 무성영화 말이죠. 장 밥티스트, 그리고 그의 이미지와 일한 것이 개인적으로 매우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조니 뎁은 이전에도 수차례 무성영화에 대해 예찬해왔다. “무성영화 시절의 배우들은 언어의 호화스러움을 누리는 대신 몸으로 표현했어요. 그래서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느끼는지, 그리고 표현하려 하는지가 어떤 존재의 성립으로 드러났죠. 전 그게 매우 훌륭하다 생각해요.” 그 무성의 사운드, 비어 있는 호화로움이 조니 뎁을 어딘가 별세계의 위인처럼 느끼게 만든다. 뮤지션 패티 스미스는 <베니티 페어> 취재차 함께한 자리에서 조니 뎁을 “여기와는 다른 세계에서 움직이는 생명체, 소중한 동시에 하찮은 존재”라 표현했다. 올해 52세인 배우 조니 뎁이 여전히 우리에게 판타지와 환상, 그리고 별세계를 꿈꾸게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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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이후 조니 뎁은 코미디 배우가 되어버렸다. 2003년 공개된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는 6억 달러 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대번에 그의 대표작이 됐기 때문이다. 보헤미안의 코믹한 아웃사이더 잭 스패로우는 조니 뎁을 상징하는 마스크가 됐고, 그는 이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작품은 물론,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앨리스>, 그리고 <모데카이> 등 유쾌한 코미디의 세계를 자주 왕래했다. 특히 예술 작품 딜러로 출연한 <모데카이>에서 조니 뎁은 위로 말려 올라간 콧수염에 집착하는 우스꽝스러움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그저 별난 연기로 웃음을 끌어내거나 가볍게 촐랑대며 관객을 웃기기만 하는 배우는 아니다. 팀 버튼과 호러 코미디 영화<다크 섀도우> 촬영을 막 끝냈을 무렵 조니 뎁은 한 인터뷰에서 “유머와 진지함 사이의 라인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니 뎁의 유머는 말초적이거나 노골적인 표현이라기보다 아웃캐스트 중의 아웃캐스트가 무심히 내뱉은 표현에 가깝고 그 무작위한 느낌에 웃음이 터져나온다. 조니 뎁은 미국의 작가 글렌 오브라이언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론 레인저>의 톤토를 얘기하며 “기이한 육체와 유머 감각을 가진 남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미디 영화 사이사이 마이클 만과 <퍼블릭 에너미>를 찍었으며, 2011년엔 직접 헌터 S. 톰슨의 집을 방문해 발견해낸 책 <럼 다이어리>를 영화화하기도 했다. 판타지와 엉뚱함, 그리고 남에겐 쉽게 내보이지 않는 내면의 철학이 담긴 유머가 조니 뎁의 연기엔 있다. 그는 결코 단순한 코미디 배우가 아니다.

    장 밥티스트 몬디노와 디올 소바쥬 영상 촬영 이후 미국의 작가 글렌 오브라이언과 인터뷰차 마주 앉은 조니 뎁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사실 그는 배우보다 뮤지션 지망생이었고, 직접 녹음한 곡도 20여 곡에 이른다. 조니 뎁은 뮤지션 톰 웨이츠가 그의 스튜디오를 방문한 일화를 들려줬다. “제가 기타를 좀 과하게 많이 가지고 있어요. 셀 수 없을 정도예요. 정말 아름다운 디자인의 기타도 있고, 유서 깊은 빈티지 기타도 있죠. 전부 다 벽에 걸어놓았는데 톰이 들어와 벽을 둘러보더니 “내가 빈티지 기타 가게를 두어 곳 둘러봤는데 다 팔리고 없더니 이게 다 여기 와 있네”라고 했어요.” 조니 뎁은 1984년 영화 <나이트메어> 오디션에 합격하기 전까지 LA에서 밴드 활동을 하며 고군분투했다. 본인의 표현대로 “엘비스 코스텔로나 더 클래쉬, 리버틴스 등과 유사한 음악”이었고, 그는 기타를 쳤다. 하지만 80년대 미국에선 헤어밴드(건즈 앤 로지스, 스키 드로우 등 장발을 한 뮤지션들의 LA 메탈 밴드)들이 중심이었고, 당시 시장에서 조니 뎁의 음악은 설득력이 없었다. “영화에는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었어요. 근데 정말 어쩌다 배우가 됐죠. 어릴 때 저는 기타를 너무나도 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열두 살 때는 1년 동안 방 안에만 틀어박혀 25달러짜리 기타로 연습을 했어요. 사람들은 다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요.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은 다 삶의 일부예요. 저는 창의적인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데, 그게 자연스레 배우의 길까지 오게 한 것 같아요.” 그렇게 이어진 조니 뎁의 배우 인생은 올해로 32년째다.4조니 뎁은 변화무쌍하다. 잭 스패로우와 팀 버튼 영화 속 우스꽝스러운 코믹 캐릭터의 이미지로 쉽게 기억되지만 그는 본래 <가위손>의 순수함을 애절하게 표현하는 배우였고, 짐 자무쉬, 줄리안 슈나벨 감독 등의 우울한 세계와도 곧잘 어울리는 마스크였다. 조니 뎁에게 캐릭터는 몰입해 수행해야 할 변신이라기보다, 무한하게 펼쳐진 풍경 위를 유영하는 것과 같고 그 영토는 판타지와 스릴러, 런던과 LA의 촬영장 사이를 오가듯 광범위하다. 조니 뎁은 한 인터뷰에서 “작품을 탐닉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캐릭터가 나를 방문한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한 적 있다. 그는 <스위니 토드>를 촬영할 땐 스위니가 되어 꿈을 꿨고, <리버틴>을 찍을 땐 로체스터가 되어 꿈을 꿨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온 역할들은 결코 떠나지 않는다. 향기와 마찬가지다. “향이란 음악, 영화와 마찬가지로 특정 시간이나 장소, 그리고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다준다고 생각해요. 향은 더 즉각적이죠. 가령 얼마 전 저는 오래된 약국에서 파는 저렴한 향수의 향을 맡았어요. 그 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죠. 왜냐하면 그 향은 저에게 친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했거든요. 향수는 누가 뿌리느냐에 따라 다른 향을 내고, 피부의 체취와 섞이며 또 다른 맛을 내요. 약국의 싸구려 향수가 제 삶 속 하나의 향기가 된 이유예요.”

    조니 뎁은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가위손>으로 순수와 청춘의 기억을 남겼다. 팀 버튼과의 협업으론 유쾌한 판타지의 세계를 보여줬고, 바다 위의 해적 잭 스패로우가 되어서는 코믹한 헛웃음을 안겼다. 그리고 이제 그는 하나의 향을 전한다. 와일드하지만 품위가 있고, 고상하면서도 남성적인 디올의 향이다.

      인터뷰
      글렌 오브라이언(Glenn O’brien)
      에디터
      정재혁
      포토그래퍼
      NATHANIEL GOLD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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