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친구들 2

마음이 잘 맞는 사람끼리 일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건 분명하다. 나이, 성별, 직업 등 모든 게 다르지만, 함께라서 더없이 즐거운 패션계 친구들!

202 팩토리 이보람, 스타일리스트 문승희, 스타일리스트 김민주, 익스클루시브 강성도, 프리랜스 에디터 서동범. 장소 / 모모

202 팩토리 이보람, 스타일리스트 문승희, 스타일리스트 김민주, 익스클루시브 강성도, 프리랜스 에디터 서동범. 장소 / 모모

WARM HEARTED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나도 늘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 다섯 사람. 그들이 모인 한남동 ‘모모(Mo Mo)’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익스클루시브’ 디자이너 강성도와 ‘202 팩토리’ 디자이너 이보람, 스타일리스트 문승희와 김민주, 그리고 프리랜스 에디터 서동범은 시간만 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이태원 근방으로 모인다.

이들의 인연은 신기하게 얽혀 있다. 성도와 민주는 4년 전부터 페이스북 친구로 알고 지내다 성도가 뉴욕에서 귀국하자마자 실제로 만났다. 보람과 성도는 ‘서울 창작 스튜디오’ 시절 처음 만났고, 친구 생일 파티에서 성도를 만나 친해진 동범은 잡지 촬영을 통해 보람과 알게 됐다. 보람이 일본 출장을 갔을 때 통역사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민주! 또 202 팩토리 룩북 스타일링을 맡기도한 승희는 어느 잡지 촬영장에서 성도와 친해졌다.

우연이 계속돼 운명처럼 다섯 명 모두가 모이게 된 것이다. 이들은 각자 떨어져 있을 때도 늘 ‘단톡방’에서 함께한다. “각자 작업한 이미지를 공유하고 의견을 묻곤 합니다. 서로의 피드백이 많은 도움이 되니까요.” 성도가 말했다. “애매하게 돌려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단호히 말해주니까 오히려 고맙죠.” 승희의 설명에 보람은 다섯 명의 관계가 가족 같다고 덧붙인다. “성도 오빠는 늘 좋은 말만 해주는 다정다감한 아빠 같고, 민주는 가끔 잔소리도 하지만 잘 챙겨주는 엄마 같아요. 그리고 당연히 동범 오빠는 친오빠, 승희는 친동생이죠!” 동생들이 ‘프로페셔널’하게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맏형 동범부터, 형과 누나들이 겉으론 개성 넘치고 강해 보이지만 다들 속이 여리고 눈물이 많아서 걱정된다는 막내 승희까지. 이들은 언젠가 함께 이비사로 여행을 떠나거나(승희), 잡지를 만들거나(동범), 레스토랑을 오픈하길(성도) 꿈꾼다.

 

creative companions

글렌체크 김준원  강혁준, 새들러 박성민, 그랑블루 강석현, 91.2 이구원, 뮌 한현민.

CREATIVE COMPANIONS

경리단길의 ‘그랑블루’는 이미 소문난 맛집이지만, 모든 업무가 끝난 후 이곳에서 소소한 파티가 열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파티 멤버는 ‘서울 창작 스튜디오’ 시절 맺은 인연으로 몇 년째 친하게 지내는 디자이너 셋(‘새들러’의 박성민, ‘뮌’의 한현민, ‘91.2’의 이구원), 개성 있는 음악 세계로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뮤지션 둘(‘글렌체크’의 김준원과 강혁준). 파티 호스트는 그랑블루의 셰프 강석현이다.

여섯 명이 모여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즐기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가령 뮌과 91.2 컬렉션에 새들러 가방을 함께 스타일링하거나, 뮌 패션쇼를 위해 글렌체크가 배경음악을 편곡하거나, 석현과 성민이 함께 앞치마를 만들거나. “글렌체크 기타에 제가 만든 가죽 스트랩을 부착할 수도 있죠.” 성민이 이야기하자 저마다 아이디어를 꺼냈다. “글렌체크 무대의상도 만들고 싶어요.(구원)” “제가 요리를 준비하고 글렌체크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세 디자이너의 옷을 드레스 코드로 한 파티를 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석현)” “서로의 역할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요리하고 다른 형들이 우리 노래를 부르는 거죠.(혁준)” “건물을 세워 각 층마다 작업실, 레스토랑, 브랜드 쇼룸을 차렸으면 좋겠어요.(준원)”

그 가운데 성민과 현민은 가로수길의 쇼룸을 공유한다. “현민이는 저의 동반자 같아요. ‘Not 게이’라고 꼭 넣어주세요!” 성민이 이야기하자 현민이 덧붙였다. “늘 함께 작업하며 밤을 새우다 보니 서로 의지할 수 밖에요. 이때 듣는 음악은 물론 글렌체크!” 준원은 오히려 디자이너 형들에게 영감을 얻는다고 대답한다. “밴드도 하나의 ‘브랜드’로 키워가야 하기에 형들 모습에서 많은 점을 배우고 있어요.” 여기에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구원과 늘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석현까지. 여섯 명의 청년들은 앞으로 또 어떤 재미난 일을 벌이게 될까?

 

FINAL_050

타투이스트 독고, 예컴 장성욱, 씨잼(C Jamm), 한준혁(Haan Jay), 바스코(Vasco).

SECRET SOCIETY

늘 시끌벅적한 홍대 앞, 영화에서나 볼 법한 오래된 코카콜라 자판기가 왠지 수상한 모습으로 서 있다. <쇼 미 더 머니>를 통해 더욱 화제가 된 래퍼 바스코가 5주 전 오픈한 클럽 ‘시크릿 소사이어티’ 입구다. 자판기를 열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생각지도 못한 비밀 공간이 등장한다. 한쪽의 기다란 바를 지키고 있는 건 바텐더 재이. “오픈 준비를 하면서 실력 있는 바텐더를 찾았는데 지인을 통해 재이를 소개받았죠. 실력은 물론 인간적으로 무척 잘 통하는 친구라 망설임 없이 의기투합하게 됐어요.” 바스코가 설명했다.

그야말로 출근하듯 이곳을 방문하는 멤버들 중에는 래퍼 씨잼과 타투이스트 독고, 그리고 ‘예컴’ 홍보 담당자 겸 DJ 장성욱이 있다. 바에 둘러서서 얘기하는 다섯 명의 모습에서 맨 먼저 눈에 띄는 건 온몸을 뒤덮은 타투. “다들 올드 스쿨 계통의 타투를 좋아하죠. 예쁜 디자인보다 진짜 남자다운 타투!” 그들이 가장 신뢰하는 타투이스트는 단연 독고다. 이미 독고에게 네 개의 타투를 받은 바스코부터 도무지 빈틈이 없는 몸이지만 빈 곳만 있다면 독고에게 맡기고 싶다는 재이까지(바스코는 독고가 LA에서 러브콜을 받아 서울과 LA를 왕복하며 작업할 정도로 실력 있는 타투이스트라고 칭찬했다).

‘시크릿 소사이어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다섯 명이지만 제약이 없다면 커다란 요트에 각자 오토바이를 싣고 여행을 떠나고 싶단다. “육지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달빛 아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바스코)” “육지에 도착하면 내려서 길거리 공연도 하고 칵테일도 팔고 타투도 해주면서 자유롭게 지내는 거죠.(재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4개 국어 정도는 능통하게 되지 않을까요? 하하!(독고)”

맏형 바스코와 막내 씨잼은 무려 열세 살 차이다. 그러나 이토록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는 이유? “나이를 떠나 서로를 ‘리스펙’하는 부분이 있어요.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존중하죠.” 재이가 말하자 바스코가 덧붙였다. “음악이든 타투든 장르는 다르지만 자기 분야에서는 다들 아티스트입니다. 가령 재이는 아무리 힘들어도 일할 때 늘 웃는 모습이 멋지고, 씨잼은 저보다 한참 어린 동생이지만 랩을 들으면 자괴감에 빠질 만큼 감탄할 때가 있어요.” 그렇다면 동생들이 맏형 바스코를 이토록 따르는 이유가 뭘까? “존경하는 형이자 신비로운 인물입니다.(성욱)” “끊임없이 배울 점이 있는 형이죠. 건강관리를 잘했으면 좋겠어요.(재이)” “저의 ‘구글’입니다. 언제든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죠!(씨잼)”

 

free spirits

리타 손희락, 나비컴 이자영, 페이보릿 매거진 홍성모, 모델 손민호, 미술감독 이태훈, 디스이즈네버댓 최종규, 푸아푸 신재혁. 장소 / 하이드 앤 라이드

FREE SPIRITS

서울 멋쟁이들이 죄다 모인다는 경리단길에서 집 앞 편의점에 가듯 편안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이태원 주민으로서 이곳에서 늘 시간을 보내는 모델 손민호와 개성 넘치는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들(‘리타’ 손희락, ‘디스이즈네버댓’ 최종규, ‘푸아푸’ 신재혁), ‘나비컴’ 홍보 담당자 이자영, 반려동물 매거진 <페이보릿> 편집장 홍성모, 그리고 <간신> 미술감독이자 ‘방범포차’ 주인 이태훈이다.

“느닷없이 연락해도 선뜻 나와주는 형과 누나들이에요. 희락 형과 종규 형은 남자다운 멋을 아는 사람들이죠. 아직 저에겐 없는 부분이라 부러워요. 성모 형은 친구처럼 편하고, 재혁 형은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서 더 친근한 느낌이에요. 푸아푸 룩북 촬영 할 때도 느낀 거지만 정말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죠. 자영 누나는 그야말로 친누나 같아요. 태훈 형은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많이 해줍니다.” 모임의 막내 민호가 말했다.

그렇다면 민호는 형과 누나들에게 어떤 동생일까? “모델로서도 훌륭하지만, 배우로서도 무한한 가능성이 보입니다. 민호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죠.(태훈)” “동생들보다 주로 형들과 친한 편인데, 민호는 특별한 친구예요.(재혁)” “그야말로 요즘 세상에서 보기 드문 청년이에요. 늘 겸손하죠.(자영)” “밝고 경쾌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곤 합니다.(희락)” “생각이 깊고 늘 새로운 것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생이죠.(성모)” “아는 모델들은 많지만 민호는 다릅니다. 함께 무인도 여행을 떠나도 즐거울 것 같아요.(종규)”

그 가운데 민호, 자영, 태훈, 재혁은 ‘일요모임’ 멤버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최선을 다해 일한 멤버들이 일요일 하루, 자유를 만끽하며 스트레스를 풀자는 의미로 만든 모임이다. “이태훈 감독의 작품을 단체 관람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가기도 하죠. 최근에는 봉포해변을 다녀왔는데, 물이 그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라 다들 흥분했죠!” 저마다 다른 일에 종사하고 성별과 나이도 다르지만 일곱 명의 청춘은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그들은 다 함께 머리를 맞대면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를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단계였다면, 이제 실행 키를 누를 때가 온 것 같아요!”

 

artistic minds

모델 엄유정, 모델 박재근, 고엔제이 정고운, 아티스트 조기석.

ARTISTIC MINDS 

룩북 촬영을 위한 세트를 만드는 아티스트, 이 룩북의 주인공인 모델, 그리고 이들이 모두 인정하는 완성도 높은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어찌 보면 가장 완벽한 조합이 아닐까? 아티스트 조기석, 모델 엄유정과 박재근, 그리고 ‘고엔제이’ 디자이너 정고운이 바로 이런 관계다.

“기석이는 지난해 3월 로우 클래식 쇼장에서 처음 봤어요. 당시 로우 클래식 무대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죠. 얼마 후, 고엔제이 2014 가을 룩북 촬영을 앞두고 세트 디자인을 부탁했어요.” 고운이 기석과의 첫 만남을 설명했다. “고백하자면, 촬영 하루 전에 급하게 연락했는데 밤을 새우며 완벽하게 만들어왔어요. 그러니 무한 신뢰할 수 밖에요!” 2015 봄 캠페인의 콜라주 역시 기석의 작품.

그런가 하면 모델들과의 만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에서 우연히 고운과 유정이 대기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 것. “솔직히 <도전! 슈퍼모델>을 통해 유정이를 봤을 때는 인상이 좋지 않았어요. 악마의 편집 때문이죠.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굉장히 착하고 순수한 친구였어요.” 유정은 고엔제이 룩북 모델로서 한동안 활약했다. “옷장에 90%이상이 고엔제이예요. 제 몸매와 분위기에 고엔제이만큼 잘 어울리는 옷이 없죠.” 재근은 고엔제이를 입을 순 없지만 디자이너로서 그녀의 모습을 보며 늘 감탄한다. “최근에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너무 쉬운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고운 누나는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를 지닌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요.”

사실 네 사람은 취향이 조금씩 다르다. 좋아하는 브랜드만 보더라도 고운은 라프 시몬스, 기석은 꼼데가르쏭, 유정은 프라다, 재근은 베르사체! 제각기 다른 취향을 지녔지만 서로의 감각을 신뢰하고 인간적으로 좋아하기에 친하게 지낸다. “모두 나이가 다르기에 각자의 고민과 생각이 달라요. 저마다 미래에 대해 얼마나 심층적으로 고민하는지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이들이 함께 준비 중인 미래는? “함께 패션 필름을 찍고 싶어요.” 고운의 말에 기석이 덧붙였다. “단순한 룩북 작업이 아닌, 단편영화처럼 만들어보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