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넥을 위한 특급 처방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목이 앞으로 나오고 등이 새우처럼 휘는 ‘텍스트 넥’이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떠올랐다. 우리의 척추가 보내는 적신호, 이를 위한 자세 교정 전문가의 특급 처방.

그래픽적으로 표현한 레오퍼드 패턴 보디수트는 디올. 보디라인을 드러내는 타이트한 줄무늬 톱과 팬츠는 겐조, 앵클 부츠는 모두 지미 추.

그래픽적으로 표현한 레오퍼드 패턴 보디수트는 디올. 보디라인을 드러내는 타이트한 줄무늬 톱과 팬츠는 겐조, 앵클 부츠는 모두 지미 추.

맨해튼의 한 갈라 쇼장. 이곳에 아이리스 아펠(Iris Apfel)이 등장하자 모든 이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올해로 93세인 노장 패셔니스타의 선택은 깃털 달린 검정 알베르타 페레티 드레스. 하지만 이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그녀의 우아한 자세였다. 아펠은 아름답게 곧은 척추가 완벽하게 재단된 의상이나 강력한 박피 시술보다 더 효과적인 마법을 부린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나이 들면서 화학약품이나 시술에 의지하지 않고선 젊어질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더군요. 하지만 자세는 의지 하나로 바꿀 수 있죠. 돈 들일 필요 없이 공짜로 얻을 수 있단 소리예요.”

양귀비꽃처럼 곧은 그녀의 척추는 푹 꺼진 나의 뼈마디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대체 언제부터 자세가 무너져 내린 걸까? 그 원인은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우리 두 손 안에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한 기기 중독은 바른 자세를 해치는 주범이다. 최근 <국제 외과 기술 저널(Surgical Technology International)>에서 스마트폰을 쓸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지속적으로 목을 앞으로 내밀게 된다고 보도하자 전 세계 언론이 이 문제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일명 ‘테크 넥(Tech Neck)’으로 알려진 ‘텍스트 넥(Text Neck)’이 그것이다. 고개를 15도 정도만 숙여도 척추가 느끼는 머리 무게는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이런 지속적인 긴장은 우리 몸에 아주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어디 그뿐이랴. 관절염 유발에서부터 척추의 퇴행성 변형에 이르기까지 영구적인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우린 그걸 간과한 채 스마트폰의 노예로 살고 있다. 예일의과대학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조교수인 피터 G. 황 박사는 기기에 대한 인간의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앞으로 구부정한 자세로 인한 척추 손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겁의 시간 동안 우리는 똑바로 걷도록 진화하고 아이에게 바른 자세를 강요해왔지만 결국 보모에게 아이의 안부를 묻는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로 인해 점점 무너지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오래전부터 사회는 늘 머리를 세우고 똑바로 서 있는 자세를 장려해왔다. 존 싱어 사전트의 초상화나 아이부터 어른까지 하나같이 꼿꼿한 자세로 서 있는 고야의 ‘카를로스 4세의 가족’만 봐도 알 수 있다. 고작 한 세대 전만 해도 여자들은 재클린 오나시스나 C.Z. 게스트의 몸가짐을 이상적인 본보기로 여겼는데, 그녀들은 승마 선수처럼 등을 꼿꼿이편 자세를 자랑한다. 잔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바른 자세는 보기에도 좋을뿐더러 업무 성과를 높이는 촉매제로도 이어진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사회심리학자이자 고전무용가인 에이미 커디는 최근 테드(Ted) 강연에서 바른 자세의 기적을 연설했다. 그녀는 하루에 한 번, 단 2분간 하이 파워 포즈(원더우먼처럼 등을 꼿꼿이 세우고 발을 벌리고 서서 양손을 허리에 올린 자세)를 취한 실험 참가자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약 20% 증가한 데 비해 코르티솔 수치는 25%가량 감소했음을 발견했다. 테스토스테론과 코르티솔 수치는 인간의 자신감과 연관 있으며, 힘든 상황에서 더 높은 성과를 내도록 도와준다.

우리 엄마는 내가 첫 걸음마를 뗄 때부터 바른 자세를 요구해왔다. 엄마는 남부 미인 대회 수상자 출신으로 성인이 된 지금의 내 구부정한 자세를 보고 크게 실망할 게 분명하다. 어릴 적 엄마의 지속적인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린 시절 내내 축 처진 자세로 살아왔다. <롤링스톤>지 기자로 일할 당시 자세는 더욱 흐트러졌다. 클럽에선 최대한 무심한 자세로 벽에 등을 대고 기대서 있었으며, 사무실에선 전날 숙취에 시달리는 동료들과 더불어 나른하게 의자나 소파에 늘어진 모습이 일상이었다. 건강에 좋은 자세는 어떤 의미에서건 쿨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이런 자세를 유지하는 데 한몫했다. 남들은 눈살 찌푸릴 일이지만 나름대로 확고했던 나의 사고방식은 이제 180도 달라졌다. 얼마 전 휴가차 떠난 파리의 한 식당에서 차가운 아티초크 수프를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거울 속 내 모습은 몹시도 지쳐 있었고 기가 한풀 꺾인 듯 초라해 보였다. 꽃시장에 들러 흐드러지게 핀 꽃을 바라보며 근심 걱정 없는 아침을 보낸 직후였기에 기분은 최상에 가까웠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의 척추는 눈앞에 놓인 수많은 전자 기기 모니터 앞에서 고장 난 꼭두각시 인형처럼 무너져버렸다. 태블릿 PC로 아침 뉴스를 읽는 것부터 시작해 온종일 아이폰으로 메일과 문자를 보내고밤에는 노트북 화면에 머리를 숙인 채 손가락으로 네타포르테(Net-A-Porter)에 올라온 신상 드레스를 검색할 뿐 그 어떤 미동도 하지 않는다. 꽤 오래전부터 의사들이 가능한 한 앉지 말고 서 있으라고 말해왔지만 그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종종 목과 등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머리를 옆으로 돌릴 때마다 움찔하고 놀라는 건 이제 그러려니 넘겨버리는 일상이 됐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의식적인 교정만으로 흐트러진 자세의 악영향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마흔 평생 굳어진 나쁜 자세를 완벽하게 되돌릴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어느새 40대 초반이 됐지만 이제라도 엄마의 잔소리를 따르기로!

바른 자세를 위한 노력은 통증 없이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를 찾는 것부터 시작됐다. ‘텍스트 넥’ 연구자이자 자세 전문가인 린지 뉴위터는 듣던 대로 빨대처럼 날씬하고 꼿꼿한 자세의 소유자였다. “이곳을 찾는 고객 대부분은 좋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에 굉장히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으며 억지로 해야 하는 숙제쯤으로 여기더군요. 하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입니다. 좋은 자세는 노력할 필요가 없어요.” 그녀는 나를 전신 거울 앞에 세우며 말했다. “왜냐하면 이게 바로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자세니까요.” 새우등처럼 구부정한 등허리를 똑바로 펴려고 애쓰는 나를 보고 뉴위터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척추 마디마디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어깨뼈는 뒤로 당기고 가슴은 올라가 있군요. 이러니 등 아래쪽이 딱딱하게 뭉칠 수밖에요.” 그녀는 정수리가 천장과 맞닿을 수 있도록 자세를 바로잡아보라고 말한다. “이 자세는 목뒤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줘요. 샴페인병의 코르크를 딸 때 거품이 위로 몽글몽글 올라온다고 상상하면 이해가 빠르죠.” 뉴위터는 내게 평소처럼 휴대폰을 들고 메일을 확인해보라고 했다. 그녀의 말대로 행동을 취하자 즉시 ‘텍스트 넥’을 야기하는 가장 일반적인 행동 중 두 가지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휴대폰을 볼 때 턱을 앞쪽으로 내미는데 이로 인해 척추가 머리에 눌리는 데다 화면을 터치할 때 손을 올리는 게 아니라 어깨 전체가 올라가요.” 그녀의 처방이 이어졌다. “어깨를 사용하지 말고 스마트폰을 가슴 높이로 부드럽게 가져오세요. 그런 다음 코를 살짝 내린 상태에서 눈으로만 읽는 것이 바른 자세입니다. 또 글자 폰트를 최대한 큰 사이즈로 조정하세요. 글자가 작으면 그만큼 고개를 앞으로 당기게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어깨너머로 뒤를 본 다음 천천히 상체를 그 방향으로 돌려주고 30분마다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주면 ‘텍스트 넥’을 피할 수 있죠.”

며칠 뒤 나는 자세 교정 치료를 위해 맨해튼에 위치한 펠덴크라이스 연구소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마레크 비신스키는 나의 골반을 뒤로 기울였다 앞으로 기울였다 하는 간단한 동작을 통해 완벽한 앉는 자세를 찾는 걸 도와주었다. “당신의 좌골이 머리와 일직선이 되게 하세요. 그리고 어떻게 척추가 더 길게 늘어나고 골반이 당신의 머리를 더 잘 지탱하는지 느껴보세요.” 순간 자세가 바로잡힌 느낌이 들었다. 세상을 떠난 이스라엘 물리학자 모셰 펠덴크라이스(이스라엘 전 수상인 데이비드 벤-구리온도 그의 오랜 단골이다)가 고안한 방법은 몸을 좀더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서로 연결되는 부드러운 동작을 통해 뼈마디가 결리는 증세를 완화해준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올바른 자세는 부상을 막고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도 무척 중요한 포인트다.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운동영양학과 조교수로 일하는 토드 밀러 박사는 필라테스를 강력 추천한다. “필라테스와 요가는 아주 좋아요. 왜냐하면 많은 동작이 사실상 몸을 회전시키기 때문에 상체의 힘을 향상시킵니다.” 그는 균형 감각, 근력, 유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체중을 이용하는 TRX 운동과 트라이셉스 푸시 다운(Triceps-Push-Down) 기계를 이용한 페이스 풀(Face-Pull) 동작을 추가하라고 조언했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있어 간과할 수 없는 마지막 한 가지 요소는 수면 습관이다. UCLA 정형외과 센터장인 오렐리아 내티브 박사는 “잠을 잘 때도 우리는 자세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반듯이 누워서 잠들도록 노력하세요. 그래야 척추가 편안하고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쉽거든요.” 침대에 누워 책을 읽을 때 절대 눕지 말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쿠션을 허리 지지대로 사용하고 무릎 위에 쿠션을 하나 얹은 다음 그 위에 책을 올려놓고 침대 머리에 기대앉도록 하세요.” 실제로 그 자세를 취해보니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곧 깊은 숙면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문득 짐으로 가득 찬 구찌의 신상 버킷 백이 일직선이 된 나의 척추를 망가뜨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디애나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백의 무게가4kg이 넘을 때 피실험자들에게 요통과 함께 척추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호기심으로 나는 내 백을 저울에 올려보았는데 이게 웬일! 가방의 무게는 무려 5.5kg에 달했다. 물론 군인처럼 몸을 꼿꼿이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경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처럼 나는 똑바로 편 척추의 느낌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요즘 나는 가능한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몸을 최대한 많이 움직였다. 이 작은 변화로 ‘텍스트 넥’ 증상은 눈에 띄게 호전됐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예전과 비교해 키가 살짝 커졌다. 구부정한 자세가 쿨해 보이던 시대는 끝났다. 등허리를 펴는 순간 자신감이 붙고 우아해지며 당당해진다. 뭘 더 망설이나? 이 모든 건 당신의 의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