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수지 2

패션계에서 ‘사무라이 수지’로 불리는 저격의 평론가 수지 멘키스. 그녀가 일흔이 넘은 나이에 난생처음 서울을 방문했다. 그녀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서울의 패션계부터 찬찬히 훑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녀는 대체 어떤 인물인가? 마지막 날 DDP에서 열린 패션 학도들과의 대담에서 궁금증의 일부를 해소할 수 있었다.

“서울은 에너지가 넘칩니다. 도시 자체가 흡입력 있고 자석처럼 아시아인들을 끌어들이고 있어요. 90년대 이미 독자적인 스타일을 완성한 진태옥, 세계적인 수준의 정욱준, 서울의 젊은 문화를 대표하는 김재현과 스티브 J & 요니 P, 한복의 현대화를 제시하고 있는 김영진 등. 서울에서 만난 디자이너들이 많진 않지만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알기엔 충분했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해외로 유학 가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뉴욕과 런던의 유명 패션 학교에서 한국 학생 수는 아시아 어느 국가에도 밀리지 않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렇게 많은 돈과 시간을 들였을 때 무엇을 배워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구를 사귀면서 춤도 추고 옷에 대해서도 좀 배운 그저 멋진 여행일 수도 있고, 혹은 그곳에서의 시간이 너무나 행복해서 평생 옷을 디자인하겠다는 생각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죠. 한국의 많은 대기업이 인재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의 후원을 받는 과정에서 질, 가격, 디자인의 완성에 있어 때로는 타협도 필요할 겁니다. 이때 유학하면서 익힌 기술, 정보를 제대로 적용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앞다퉈 서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이유는 뭘까요?

“저도 그들의 의중을 알 수는 없지만, 멋지고 매력적인 매장은 더 많은 사람에게 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심어줄 수 있을 거예요. 아마도 그들이 서울을 아시아의 허브로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뒤이어 누구나 수지 멘키스에 대해 궁금해할 만한 질문이 속속 튀어나왔다. 당신의 헤어스타일!

“내 헤어스타일에 대해 각종 루머가 떠돌고 있죠. 칼 라거펠트가 이렇게 하라고 했다는 둥 그가 내 헤어스타일을 따라 한다는 둥. 사실은 이렇습니다. 당시 전 영국 여왕의 주얼리에 대한 책을 쓰고 있었죠. 그런데 머리카락이 자꾸만 얼굴 앞으로 흘러내려서 몹시 짜증이 났어요. 책을 쓰다 알게 된 사실인데, 여왕은 왕관을 쓰는 데 익숙해서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왕관을 쓸 수 있을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헤어 드레서에게 농담으로 나도 왕관처럼 쉽게 매만질 수 있고 하루 종일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들어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빗으로 앞머리를 휙 뒤로 말아 올린 이 헤어스타일을 만들어줬어요. 그때부터 늘 이 스타일을 유지해왔답니다.”

어떻게 패션 에디터가 됐나요?

“전 항상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우리 어머니는 내가 다섯 살 때 만든 작은 신문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죠. 그리고 전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서 열여덟 살 때 파리에서 패션을 공부했습니다. 패션 에디터가 되려면 좋은 소재, 좋은 디자인을 봤을 때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는 자질이 필요하니까요. 지면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따르는 패션 에디터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소셜 네트워크는 멋진 변화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그것을 공유함으로써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하나의 패션 가족이 형성되는 겁니다. 멋진 일이죠.”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질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요?

“운전하는 법,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는 것과 똑같습니다. 일단 시작하고 하면서 배우는 거죠. 중요한 건 어떤 옷을 보고 좋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내 개인적인 취향인지 객관적으로 좋은 디자인인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측면은 배제해야죠. 그리고 늘 ‘정말 멋져’라고 듣기 좋은말만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컬렉션 또한 인생처럼 멋지기도 하고 때로는 좋지 않기도 하니까요. 언제나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멋진 컬렉션에 대해 멋지다고 평했을 때 그게 진실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겁니다. 제2의 칼 라거펠트가 되겠다는 생각은 버려요.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이 얼마나 창의적인 사람인지 잊지 마세요. 당신 자신을 지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