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아크리스의 수장, 알버트 크리믈러

2016.03.15

by VOGUE

    아크리스의 수장, 알버트 크리믈러

    절제미, 모던함, 남자들 사이에서 일하는 강한 여자들을 위한 전투복. 아크리스의 수장 알버트 크리믈러가 서울에서 〈보그 코리아〉와 대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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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머리칼과 날카로운 눈매, 길고 마른 체구의 알버트 크리믈러는 패션 디자이너보다는 투자 전문가에 가까워 보인다. 스위스에서 시작된 브랜드 아크리스를 할머니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이끌고 있는 주인공. 형과 함께 경영하
    면서 1년에 두 번 파리에서 열리는 컬렉션 의상도 직접 디자인하는 그가 상당히 꼼꼼하고 디테일한 타입임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촬영하는 동안 짙은 잿빛 셔츠의 소매를 접었다 펴기를 반복하고, 한동안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아크리스 컬렉션에 대해 ‘실용적’이라든가, ‘웨어러블’하다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끔찍하게 싫어했다. 단조로워 보일 정도로 간결한 아크리스 컬렉션에는 그렇게 간단명료하게 정의하기엔 아주 많은 것이 담겨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래서 당신이 최근에 본 아크리스 쇼가 뭐였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Vogue Korea(이하 VK) 이번 가을 컬렉션이요.
    Albert Kriemler(이하 AK) 좋아요. 디자이너들에겐 늘 최근에 치른 쇼가 가장 중요하죠. 이번에 서울에 들른 것도 다음 컬렉션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예요. 상하이, 일본, 서울. 이제 곧 홍콩으로 갈 거예요.

    VK 다음 컬렉션이 무척 기대되는군요. 올가을 컬렉션은 무엇에 대한 것이었나요?
    AK 아크리스의 핵심인 재킷! 매시즌 컬렉션은 항상 재킷으로 시작합니다. 재킷의 어깨선, 소매길이, 전체적인 비율 등을 다양하게 변형하면서 컬렉션을 발전시키죠. 이번에도 점퍼 재킷, 코트 재킷, 드레스 재킷, 심지어 재킷 스타일로 가운도 만들었어요. 여기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실버 그레이 컬러를 입혔습니다.

    VK 컬렉션 의상이 매우 실용적이군요.
    AK 레디투웨어를 실용적이라고 한다면 그건 모던함에 대한 것이기도 하죠.만약 어떤 옷이 입기 복잡하다면 그건 현대사회에 맞지 않으니까요. 동시에 아크리스와도 맞지 않고요. 그렇지만 그저 실용적이기만 하다면 그것 또한 모던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옷 한 벌 입고 비행기 타고 전 세계를 오가며 일도 하고 잠도 자고 미팅도 하고 저녁 파티에도 참석하는 세상이죠. 그런 패턴에 맞는 옷은 실용성이외에 일상성과 간결함도 갖춰야 합니다. 아크리스에서는 절대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운 걸 볼 수 없어요. 그렇지만 더블 페이스 울, 산갈렌 레이스, 라텍스, 울 레이스 등 질 좋고
    다채로운 소재가 룩을 풍부하고 흥미롭게 만들죠.

    VK 디자이너들은 컬렉션을 위해 좀더 강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따로 커머셜 라인을 두기도 하죠.
    AK 그것은 브랜드의 애티튜드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카디건은 비대칭 라펠에 지퍼가 달려 있어서 숄 스카프처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고, 뒤집어 입을 수 있는 양면 재킷은 호주머니도 안팎으로 달려 있죠. 아크리스 의상에는 한눈에 보이는 실용성이나 단순함, 그 이상의 많은 것이 들어 있습니다. 나는 아크리스를 사는 사람들이 그 옷을 다음 시즌에도 계속해서 입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부분 화려한 옷으로 차려입는 특별한 날조차도 심플하고 편안한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죠. 나도 실용성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실용적’ ‘입기 쉬운’ ‘상업적’ 같은 표현을 좋아하진 않아요.

    VK 그렇다면 요즘 여자들에게 필요한 건 뭘까요?
    AK 심플한 옷장! 요즘 여자들은 이삼일의 짧은 여행에 짐이 많은 걸 부담스러워하죠. 아마도 포멀한 재킷, 가죽 재킷, 팬츠, 스커트, 드레스, 화려한 톱, 또는 셔츠가 다일 거예요. 디자인 뮤지엄과 협업으로 제작한 아크리스 캡슐 컬렉션 ‘건축학 컬렉션(Architectural Collection)’이 여행에 적당한 아이템들입니다. 구김이 잘 가지 않고 신축성 있는 더블 페이스 울 재킷 같은 것이죠.

    VK 디자인 뮤지엄과는 어떻게 협업하게 됐나요?
    AK 지난해 디자인 뮤지엄의 <우먼 패션 파워>전에 모나코의 샤를렌 왕비가 입었던 아크리스 의상이 포함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죠. 남자들이 지배하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자들의 의상에 대한 전시였습니다. 아크리스의 고객 중에는 그런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야후 CEO 마리사 메이어, 전 미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도 우리의 충실한 고객이죠. 나는 겉으로 아름다워 보이면서도 입은 사람 또한 스스로 편하게 느끼도록 소재와 구조에 특히 신경을 씁니다. 사람은 스스로 편안하게 느낄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VK 당신이 생각하는 아크리스 우먼은 어떤 사람인가요?
    AK 파리 일간지의 저명한 저널리스트가 우리 가을 컬렉션에 대해 쓰면서 아크리스의 여인은 “비즈니스뿐 아니라 예술, 정치, 쇼 비즈니스, 창의적인 산업과 과학 전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새로운 여성”이라고 썼더군요. 내가 들은 가장 멋진 칭찬이었어요.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모델
      엄유정, 지이수
      스탭
      헤어 / 김선우, 메이크업 / 구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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