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워크 옆 영화관> 17일 상영관

9월 17일 <캣워크 옆 영화관>에서는 패션영화보다 더 패셔너블한 ‘싱글맨’,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관능을 얘기하는 ‘베르사체 살인사건’, 패션계 사람들의 실제 모습을 담은 ‘마드모아젤 C’가 상영 중 입니다.

싱글맨

<A SINGLE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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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패션 영화로 완전하게 분리되진 않지만, 영화 <싱글 맨> 은 감독의 취향 때문인지 어쩔 수 없이 지나치게 패셔너블하다. 패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톰 포드이기에 미적 안목과 취향, 미장센을 완성하는 힘은 본능적으로 타고난 듯하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특정 장면을 꼽는 일이 힘들 만큼 모든 장면이 패션 화보처럼 근사했다. 그렇다고 스토리에 방해를 주는 ‘투 머치’도 없었다. 게다가 잔잔하게 흘러가는 애틋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열연까지 곁들여져 더없이 꽉 찬 느낌이었다. — 정지연(‘렉토’ 패션 디자이너)

베르사체 살인사건

<THE VERSACE MU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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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옷이 아니다. 감정이다. 그것이 극대화될수록 남들이 칭송하는 진정한 패션이 된다. 1998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베르사체의 옷을 깊이 있게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러나 지아니 베르사체에 대한 흠모와 질투, 집착을 가장 뜨거운 도시인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그려낸다. 이 영화에서 내가 선택한 결정적 장면은 지아니가 죽은 후 그의 저택 앞 계단에서 울고 있는 여성들 중 한 명의 모습이다. 그녀는 뭘 하고 있느냐는 행인의질문에 베르사체 선글라스를 벗으며 이렇게 말한다. “I came for my Gianni.” 지아니의 죽음은 결국 관능의 죽음이었다. — 이현범(<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편집장)

마드모아젤 C

<MADEMOISELLE C>

MAC

평소 나는 허구보다 사실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형식의 패션 필름이 줄줄이 등장하는 것이 전혀 질리지 않는다. 패션계 사람들은 흔히 오리에 비유되곤 한다. 겉으로는 우아하게 유영하는 것처럼 보여도 물 밑으론 가열차게 발차기를 하기 때문이다. <마드모아젤 C>를 보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파리 <보그> 편집장으로 10여 년을 일하다 사직서를 던지고 자신의 이니셜을 딴 <CR> 매거진을 론칭한 카린 로이펠트를 취재한 이 다큐멘터리는 강인한 겉모습과 달리 누구에게나 친절한 태도로 유명한 그녀의 이야기이기에 더 애정을 갖고 봤다. 흥미로운 장면은 카린 주변 인물의 평상시 모습이다. 전 <V> 매거진 편집장이자 발행인 스티븐 간은 패션쇼 앞자리에 멋지게 앉아 있는 모습만 익숙했는데, 의외로 느린 말투에 썰렁한 개그를 던지고 머쓱해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촬영장 전체에 훈훈한 공기를 돌게 하는 포토그래퍼 브루스 웨버의 너털웃음은 사랑스러웠고, 너무 완벽해서 인간미 없던 칼 라거펠트의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모습을 본 것도 뜻밖의 수확. 영화를 보고 나면 헤로인 시크의 대명사 톰 포드, 패션계의 왕언니 같은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옆집 오빠나 언니처럼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 명수진(프리랜스 패션 에디터, 〈최고의 명품, 최고의 디자이너〉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