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 레이디

창백하고 우울한 기운이 주는 아름다움. 멜랑콜리 레이디의 치명적인 매력 속으로!

레이스 보디수트는 라펠라. 카고 ‘아이섀도 몰튼베이’와 에스티 로더 ‘아이라이너 와일드 플럼’으로 깊은 눈매를 표현한 뒤 손앤박 ‘립크레용 허니 누드’로 립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레이스 보디수트는 라펠라. 카고 ‘아이섀도 몰튼베이’와 에스티 로더 ‘아이라이너 와일드 플럼’으로 깊은 눈매를 표현한 뒤 손앤박 ‘립크레용 허니 누드’로 립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올가을 메이크업 트렌드를 집중 탐구하고 싶다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나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부터 다시 보는 게 어떨까? 무슨 얘기냐고? 2015 F/W 컬렉션이 한창이던 지난봄 ‘스타일닷컴’은 “달빛이 환한 어느 바람부는 밤”으로 시작되는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몹시 서정적인 색채가 이번 시즌을 물들였다고 평했다.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이들 작가는 모두 1800년대에 활동했다. 종종 여러 디자이너의 영감의 원천이 되곤 하는 1800년대는 빅토리아 여왕의 시대(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는 “나는 항상 빅토리안 무드에 중독돼 있다”라고 말할 정도!). 빅토리아 여왕은 남편이 죽자 검은 상복으로 평생을 살았고, 덕분에 이 시대의 의상은 음울하고 황량하기까지 하다.

 

알렉산더 맥퀸의 백스테이지는 온통 엄숙하고 우울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멜랑콜리한 무드예요. 미완성의 아름다움이죠.” 스타일닷컴 팀 블랭크의 말처럼 모델들은 하나같이 창백한 피부 위로 형체가 뚜렷하지 않은 옅은 스모키를 얹은 채 유령처럼 걸어다니고 있었다. “<가위손>의 조니 뎁이나 에곤 실레 그림 속 주인공 같아요.” 오‘ 만과 편견’ ‘가위손’ 에‘ 곤 실레’까지. 자, 이제 이번 시즌 메이크업 트렌드가 어느 정도 머릿속에 떠오르는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래스는 코퍼 톤의 섀도를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꼽았다. “코퍼 컬러 섀도를 눈썹 뼈 있는 곳까지 넓게 펴 발랐어요. 게다가 음산한 기운을 더하고 싶어서 화이트 마스카라와 라이너를 사용했죠.” 여기에 마치 금세라도 바스라질 것 같은 윤기 하나 없는 헤어는 창백함을 배가시켰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가 완성시킨 이 헤어를 두고 영국 <보그> 사라 해리스는 “18세기 매드 헤어”라고 평했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서정적이고 아름답기 그지없다지만, 출근할 때 입을 룩이 필요하다고? 물론 좀더 접근 가능한 응용 편이 여기 있다. 시몬 로샤의 백스테이지에는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팀 버튼 영화의 한 장면이 재현되고 있었다. 모두 눈처럼 흰 피부와 핏기 없이 창백한 라벤더 섀도로 메이크업 중인 모델들은 팀 버튼 영화 속 위노나 라이너나 크리스티나 리치를 떠오르게 했다. “시몬은 항상 살짝 ‘아픈’ 듯한 요소를 넣곤 해요. 이번 헤어도 마찬가지죠.” 헤어를 맡은 제임스 페시스는 모델들의 긴 머리카락을 한껏 엉클어뜨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로 아이 메이크업에 집중했어요. 살짝 아픈 듯 창백한 룩이죠.” 눈두덩 가득 채운 브라운 톤의 섀도가 깊은 음영을 드리우고, 나머지 피부와 입술은 자연스럽고 가볍게 마무리하는 것이 포인트.

 

사실 멜랑콜리한 메이크업 트렌드는 이번 시즌 큰 맥락을 이루는 ‘슈퍼 내추럴’ 피부 표현과 일맥상통한다.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한 피부 톤은 유지하되, 여기에 검붉은 버건디나 음산하고 황량한 브라운, 창백한 라벤더 컬러 등을 얹어 서정적인 무드를 더하는 것. 단, 최대한 욕심을 버리고 과하지 않게 끄적이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번 촬영을 맡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 역시 피부 톤과 아이섀도의 베이스만 마무리한채로 모델을 카메라 앞에 세웠다. 테스트해본 후 수정한 부분은 눈 앞머리의 메탈릭한 골드 포인트와 입술 중앙을 보다 검붉게 물들여 마치 장미 봉오리처럼 색감을 입힌 것뿐. 피부 톤은 창백하고 건조하게 마무리했지만, 눈가와 광대 쪽으로는 하이라이트를 줘 입체감을 더했다. 물론 화장대 위에는 여느 때와는 좀 다른 준비물이 필요하다. 평소보다 한 톤 어둡고 깊은 눈가 음영을 만들어줄 바비 브라운의 ‘아이섀도 차콜’이나 ‘슬레이트’와 같은 컬러, 혹은 골드, 브라운, 코퍼 등 보다 섬세하지만 다채롭게 눈가를 물들일 수 있는 슈에무라의 ‘슈 팔레트’ 같은 아이섀도 팔레트는 기본. 여기에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처럼 메탈릭한 터치를 가미하고 싶다면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가을 룩 ‘이클립스 컬렉션’도 좋은 준비물이 될 수 있겠다. 태양의 일식에서 영감을 받은 이클립스 룩은 이름처럼 신비로운 플럼, 미드나잇 블루, 골드 등의 신비로운 컬러가 메탈릭한 질감과 함께 어우러진다. 자, 이제 미완성의 아름다움, 우울한 기운의 치명적인 매력에 푹 빠질 준비가 됐는가? 다음 아티스트들의 조언을 명심하도록. 어서 찬 바람이 불고 낙엽이 뒹구는 계절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될 테니까!

SMOKY LAYERING

“다양한 컬러의 섀도를 시기적절하게 사용하세요. 밝은 컬러는 눈가에 하이라이트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지우개와도 같은 역할을 하죠. 진한 컬러의 섀도를 사용하다 보면 욕심이 과해질 때가 있어요. 그러다 보면 자칫 지저분해지기 십상이죠. 이때 밝은 컬러로 톤을 낮춰주세요. 자연스러우면서도 음영감있는 눈매를 연출할 수 있을 거예요.” -박성애(슈에무라 메이크업 아티스트)

METALLIC TOUCH

“눈가 가득 어두운 음영을 드리웠다면 눈 앞쪽에 메탈릭한 터치를 가해 더 효과를 높일 수 있죠. 메탈릭한 질감의 펜슬도 괜찮고, 섀도도 상관없습니다. 단, 선택할 때는 글리터의 입자를 꼭 확인하세요. 글리터 입자가 작을수록 밀착력이 높고 깔끔한 아이 메이크업을 완성할 수 있으니까요. 또 눈 점막 안쪽으로 최대한 가깝게 그려 넣어야 메탈릭한 컬러가 돋보인다는 점도 명심하시고요!” -신일호(조르지오 아르마니 메이크업 아티스트)

PALE SKIN

“페일한 느낌을 살린다고 파우더만 잔뜩 바르기보단 라일락 컬러나 화이트가 많이 가미된 핑크 톤의 블러셔, 특히 케이크 타입의 블러셔를 적절히 활용해보세요. 얼굴 전체에 음영을 주면서 페일한 효과를 더 살릴 수 있죠. 눈 밑은 컨실러로 밝혀주고, 파운데이션을 바른 후 파우더로 유분감을 눌러주세요. 이후 케이크 타입 블러셔를 피부에 얹듯
톡톡 두드려주면 매트하면서도 신비로운 피부 표현이 가능해지죠.” -노용남(바비 브라운 메이크업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