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를 둘러싼 기막힌 진실

마릴린 먼로가 사이즈 ‘66 반’을 입었다면? 하지만 그녀의 허리가 22인치였다면?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한, 사이즈를 둘러싼 기막힌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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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인 몸매로 50년대를 풍미한 마릴린 먼로의 몸매 사이즈는? 실제 그녀가 입었던 드레스에는 사이즈 8~10이라고 적혀 있다(우리에게 익숙한사이즈로는 66~77). 사진 속 먼로의 모습은 꽤 풍만하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66반’과는 분명 다른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의 실측 신체 사이즈는? 허리 22인치, 가슴 35인치! 군살이라고는 단 1g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몸매의 슈퍼모델 지젤 번천과 거의 유사한 수치다(물론 지젤의 신장은180cm, 마릴린은 166cm). 그렇다면 지젤은 사이즈 0인 반면, 마릴린은 사이즈 8~10을 입은 이유가 대체 뭘까?

얼마 전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50년간 여성복의 표기 사이즈와 실측 사이즈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도표를 공개했다. 허리와 가슴 둘레를 기준으로 만든 도표를 통해 한눈에 알 수 있는 사실은? 같은 표기 사이즈를 기준으로 했을 때 실측 사이즈는 지난 50년간 지속적으로 커졌다는 것. 가령 흔히 평균으로 여기는 사이즈 8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의 사이즈 8은 1958년에는 사이즈 16, 2000년에는 사이즈 12로 불렸다. 또 허리 28인치를 기준으로 보면, 1958년에는 사이즈 16, 2000년에는 사이즈 8, 지금은 사이즈 4로 표기된다. 결국 50년대 사이즈 8~10 드레스를 입었던 마릴린이 지금 환생한다면 사이즈 0~2를 입을 것이라는 뜻이다. 60년대 광고 회사를 배경으로 한 인기 미드 <매드맨>에서 모래시계 실루엣을 자랑하는 여배우 크리스티나 헨드릭스가 실제로 ‘매드맨 시대’에 태어났다면? 현재 사이즈 14를 입는 그녀가 60년대로 돌아가면 사이즈 20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여성들의 평균 신체 사이즈는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통계에 따르면 현재 평균 여성 몸무게는 60년대 평균 남성 몸무게와 유사하다). 그럼에도 여성복 표기 사이즈는 점점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은 브랜드의 상업적 전략 때문이다. 실제 사이즈가 어떻든 상관없이 표기된 사이즈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고, 또 구입 여부가 좌우되는 여성의 심리를 반영한 것. 그래서 탄생한 신조어가 ‘배니티 사이징(Vanity Sizing)’이다. 옷 치수를 실제보다 작게 표기해 날씬해진 기분이 들게 한다는 뜻. 요즘식으로 표현하자면, 사이즈에 ‘MSG’를 뿌려 사고 싶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것이라고나 할까?

패션 브랜드에서 본격적으로 배니티 사이징을 도입하기 시작한 건 90년대 말, 케이트 모스를 비롯한 깡마른 모델들이 주목받던 시기다. 모든 여성이 모델과 같은 몸매를 꿈꾸던 당시, 브랜드에선 사이즈를 한 단계씩 낮춰서 표기하기 시작했다. 평소 자신의 사이즈보다 하나 더 작은 사이즈의 팬츠, 혹은 드레스가 편안하게 맞는 순간, 비로소 고객들은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이다. 사이즈 0이 처음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어느 날, 세일즈 매니저가 표기 사이즈를 바꾸자고 제안했어요. 그날부터 사이즈 8을 사이즈 6이라 부르기 시작했죠.” 여성복에 처음으로 사이즈 0을 붙여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디자이너 니콜 밀러가 회상했다. “아주 작은 사이즈를 찾는 고객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사이즈 0을 추가했습니다. 최근에는 00 사이즈까지 나왔죠.”

결국 각 브랜드마다 표기 사이즈와 실측 사이즈가 천차만별이 됐다. 같은 표기 사이즈를 기준으로 볼 때 유난히 넉넉한, 다시 말해 ‘인심 좋은’ 실측 사이즈로 유명한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마크 제이콥스, 도나 카란, 드리스 반 노튼, 막스마라 등) 가장 큰 사이즈조차 웬만큼 마르지 않으면 입을 수 없는 악명 높은 브랜드도 있다(돌체앤가바나, 프라다, 디올 등). 몇 년 전 <뉴욕 타임스>에서 1,000벌 이상의 팬츠를 직접 조사한 결과, 표기 사이즈는 모두 같았지만 실제 허리둘레는 무려 5인치까지 차이가 났다. 이렇듯 브랜드마다 표기 사이즈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현실에서 쇼핑할 때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삭스 피프 애비뉴의 패션 디렉터 콜린 셰린은 자신이 즐겨 입는 브랜드의 실측 사이즈를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주로 프랑스와 영국 브랜드는 정확한 사이즈를 표기하는 편입니다. 이탈리아 브랜드는 표기 사이즈보다 작은 편이죠. 미국 브랜드는 표기 사이즈보다 실측 사이즈가 큰 경우가 많습니다.”

할리우드의 스타일리스트들은 여배우가 자신의 사이즈를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모든 옷의 태그를 자른다. 아무리 자신의 몸에 완벽히 맞아도 표기 사이즈가 4~6이 넘으면 절대 입지 않으려고 하니 말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날씬하고 싶은 여자의 심리가 존재하는 이상, 여성복 표기 사이즈는 앞으로도 계속 작아질 듯하다. 결국 표기 사이즈는 아무 의미가 없는 기가 막힌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