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태옥의 시적인 비전

수공예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면 셔츠(2016 S/S)

백색은 빛깔인가? 그 대답은 분명 “그렇다”일 것이다. 투명한 얼음에서부터 더블크림에 이르는 하얀 색감들을 바라보면 말이다. 그 효과는 색깔의 변화뿐 아니라 시적인 효과를 자아내는 텍스처에서 온다. 소용돌이 치는 튤 혹은 쉬폰 프릴 한 가운데에서 하얀 면 셔츠가 그러하듯.

진태옥은 반 세기 동안 다양한 차원에서 작업을 해온 패션의 마술사다. 진태옥의 독보적인 디자인 커리어를 기념하기 위해 서울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바로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미래지향적 빌딩인 DDP에서 열린 <앤솔로지(Anthology: Jin Teok, Creation of 50 Years)>다.

얇은 오간자 드레이프가 드리워진 견고한 철제무대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의상들에 있어 매혹적인 배경이 되면서도 개인적인 비전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은은한 색감, 그리고 선과 텍스처의 활용(2016 S/S)

이번 전시는 백색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진태옥의 디자인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검은 색도 아니다. 강렬한 붉은 색에 데님과 실크, 자수와 퀼팅이 함께 쓰였다. 그 결과 전통적인 한복의 정신을 담아 데님 풀스커트 위에 피처럼 붉은 색 앞치마가 씌워졌고 꽃으로 수 놓인 톱이 등장했다.

진태옥은 간결한 색깔들을 선호한다. 대부분은 백색이지만 2016 S/S에는 붉은색과 부드러운 검은색 등의 예외가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는 중성색은 샌드 베이지나 크림색 등의 색감으로 발전한다. 가끔은 정직한 무명 레이어드가 내려와 실크 속치마와 맞닿았다.

서울에서 열린 진태옥 전시에서 옅은 색조들이 전시된 구역

나는 진태옥이 옷을 다룰 때만큼이나 언어로의 표현에 있어서 분명하다는 점이 좋았다. “고요”에는 “오간자, 스티치, 엷음, 수공예, 재단, 페이스트리, 빅토리아 풍” 등으로 발전하는 설명이 붙는다. 이는 1999년 S/S시즌에 등장한 옅은 드레스에 대한 묘사다. 그리고 1995년 만들어진 붉은 의상에는 굵은 글씨체로 “피”라고 쓰인 이름표가 붙었다.

진태옥에게는 면사로 감은 소포처럼 미가공 패브릭으로 묶어 만든 복잡한 레이어드부터 컷 아웃된 가죽과 레이스로 접근법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진태옥이 추상을 향해 가고 있다고 느낄 때쯤 단호하게 재단한 검은색 레이스 가죽 톱이 등장하면서 “아방가르드, 어둠, 검은색, 고독”이라는 설명이 등장한다.

영광스럽게도 진태옥은 자신의 50주년 기념책자 <앤솔로지(서울디자인재단 출간)>에 내 글을 싣고 서울 전시회에서 공개했다. 다음은 내가 쓴 서문이다.

 

Jin Teok: Like a Poem

백색은 빛깔로 구분되지 않는다. 백색은 눈과 마음에 평안을 주는 중성적인 색이다.

이러한 정의는 특히나 과감한 색감과 패턴이 난무하는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K팝의 세계에서 특히나 빛을 발한다. 백색은 배경으로 한발 물러나, 오늘날 한국의 에너지 넘치는 예술을 위한 캔버스가 된다.

그러나 진태옥의 접근은 다르다. 그녀의 패션에서 백색은 전면에 놓여있다. 매끄러운 새틴과 바스락거리는 메쉬, 날아갈듯한 쉬폰, 촘촘한 레이스와 너무나 부드러운 실크 같은 서로 다른 텍스처를 통해 진태옥의 비전은 백색을 빛깔로 인식한다.

진태옥의 상상력과 솜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창작품을 오감으로 느끼도록 직접 접할 필요가 있다. 손가락으로 패브릭을 훑는 것만으로도, 심지어 내 두 눈을 감고도 나는 그녀의 감수성에 감탄하게 된다.

진태옥의 옷은 시와 같다. 진태옥의 옷은 그녀의 영혼으로부터 말을 건넨다. 때로는 속삭이고 가끔은 소리치지만 언제나 우아하다.

나는 파리에서 진태옥의 컬렉션을 보았던 때를 기억한다. 진태옥의 컬렉션은 혼란한 패션세계에서 우아함과 스타일을 드러냈다. 그런지룩이 때론 천박하리만큼 노골적인 섹슈얼리티가 혼재하는 추함의 문화를 만들어내던 당시였다.

오늘날 패션은 사람들이 주목 받기 위해, 사진 찍히기 위해, 또는 셀피를 자랑하기 위해 옷을 입게 되면서 소란스러워졌고 조용히 목소리를 내는 옷들이 예외가 되었다.

아름다움은 패션에서 멀어진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에는 고요함의 아우라가 있어야 한다. “귀여운(pretty)”이나 “매력적(attractive)”과 같은 단어들은 다른 이들에게 닿으려는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는 전혀 다른 태도를 지녔다.

새천년은 우리에게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기적을 가져다 주었다. 패션에 있어서 난잡한 패턴과 컬러를 만들어내고 24시간 내내 온라인에서 쇼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오늘날 내가 서울에서 목도하는 K팝은 에너지를 지닌 전기와도 같다.

조금 더한 소리, 조금 더한 컬러, 조금 더한 패션, 조금 더 가차없는 소음 – 이러한 “조금 더!”의 문화 속에서 진태옥은 반세기에 걸쳐 그녀만의 소중한 것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잔잔하고도 작은 고요함의 목소리다.

English Ver.

#SuzySFW: Jin Teok’s Poetic Vision

Is white a colour? The answer has to be yes, as you gaze at shades of white from translucent ice to double cream. The effect is not only of a changing colour, but also texture, creating a poetic effect – as when a white cotton shirt is the centre of whirls of tulle or frills of chiffon.

Jin Teok is the fashion magician who works different dimensions – and has done for half a century. To celebrate her exceptional design career, she has an exhibition in Seoul – “Anthology: Jin Teok, Creation of 50 Years”, at the DDP (Dongdaemun Design Plaza), the futuristic building designed by architect Zaha Hadid.

Rigid metallic scaffolding offset by filmy organza drapes make a striking backdrop to clothes that have changed with the times, yet retain a clear personal vision.

The show starts not with white – nor Jin Teok’s occasional black – but with vivid red, mixing denim and silk, embroidery and quilting. The result is a blood-red apron over a full denim skirt or a flower-embroidered top in the spirit of the traditional South Korean Hanbok.

The neutral colours then develop as shades of sandy beige or cream, often with plain cotton layers leading downwards to a silk underskirt.

I liked the way that this designer is as clear with words as she is with clothes. “Calm” led a description that developed as “organza, stitch, faint, handcraft, tailoring, pastry, Victorian”. This described pale dresses from Spring/Summer 1999, while the red outfits from 1995 were labeled in bold letters with a single word: “Blood”.

Jin Teok is able to shift her approach from complex layers of raw fabric tied up like a parcel with cotton string, to cut-out leather and lace. And just when you think that she might be heading towards abstraction, there is a firmly-cut, black lacy leather top and the words: “Avant-garde. Darkness. Black. Solitude.”

I am honoured that this designer chose to use the words I had written for her 50th anniversary book, Anthology (published by the Seoul Design Foundation), and to display them at the exhibition in South Korea. Here is what I said in the foreword:

Jin Teok: Like a Poem
White has never been considered a colour; it is a neutral shade that offers peace for the eyes – and the mind.

This definition seems especially valid in the vivid, vibrant world of K-Pop, with all its wild colours and patterns. White retreats into the background, a canvas for the energetic art of South Korea today.

But Jin Teok has a different approach. In her fashion, white is in the foreground. With the different textures of slithering satin, crunchy mesh, the lightest chiffon, dense lace and the smoothest silk, the designer’s vision is of white as a colour.

To understand her imagination and skill, you need to touch her creations so that they appeal to the senses. Just sliding my fingers across the fabric allows me to appreciate her sensibility – even when I keep my eyes shut.

Jin Teok’s clothes are like a poem. They speak from her soul, sometimes as a whisper, occasionally with a shout, always with grace.

I remember seeing her collections in Paris. They stood out for their elegance and style in a chaotic fashion world, when Grunge had created a culture of ugliness combined with an overt sexuality that often became vulgarity.

Today, fashion can be noisy, with so many people dressing to be noticed, photographed or to stage a selfie, that clothes that speak quietly are an exception.

Beauty is another word that has gone out of fashion. For true beauty, there needs to be an aura of stillness. The words “pretty” or “attractive” suggest a different attitude that requires an interaction, a reaching out to others.

The new millennium brought us the wonders of digital technology, which has produced an orgy of pattern and colour for fashion and the opportunity to buy online 24 hours a day. The K-Pop that I see today in Seoul is electric with energy.

In this culture of MORE! – more sound, more colour, more fashion, more relentless noise – Jin Teok has offered us, for half a century, something uniquely precious: the still, small voice of ca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