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터틀넥 헤어 스타일

2016.03.15

by VOGUE

    터틀넥 헤어 스타일

    터틀넥 위로 꽃받침처럼 봉긋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좁은 시냇물처럼 얼굴 위로 한 가닥 흐르는 머리칼. 터틀넥 스웨터로 포근하게 목을 감쌀 때 당신이 시도해야 할 의도한 듯 의도하지 않은 헤어스타일.

    Giambattista Valli

    Tod’s

    J. Crew

    House of Holland

    Nina Ricci

    터틀넥의 계절이 돌아왔다! 소매 끝부터 목 끝까지 타이트하고 섹시하게 달라붙는 쫀쫀한 리브 조직의 터틀넥,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굵은 조직의 넉넉한 오버사이즈 터틀넥, 몸을 타고 흐르는 부드러운 소재의 헐렁한 터틀넥 등등. 늘 옷장 한구석을 차지하던 클래식 아이템이 다양한 레이어드 룩으로 트렌드가 된 지금, 목을 감싸는 니트만큼이나 눈에 띄는 건 머리카락이 터틀넥 안으로 실종된 모델들의 헤어스타일. 맨리펠러 린드라 메딘은 이 헤어스타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무신경해 보이죠. 침대에서 일어난 지 얼마 안 됐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대충 정리한 거예요. 터틀넥 밖으로 머리카락 몇 가닥이 좀 삐져나오긴 했지만요.” 진공청소기가 빨아들인 것처럼 머리카락이 터틀넥 안으로 쏙 들어간 이 헤어스타일의 명칭은 ‘터틀넥 헤어’ 또는 ‘헤어 턱(Hair Tuck)’.

    가짜 단발머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스타일은 바람이 매서워질 무렵 포니테일로 묶자니 맨 얼굴이 너무 시리고, 그렇다고 풀어 헤치자니 강풍에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휘날릴 때쯤 시도하기 딱 좋다. 머리카락이 목을 한 번 더 감싸 따뜻해 보일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모양이 멋지기까지. 어느 블로거는 ‘무관심, 무계획’적으로 보이는 이 헤어스타일이 사실상 어떤 헤어 제품도 필요하지 않으며 일단 머리카락을 터틀넥 안에 밀어 넣은 다음에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상당히 패셔너블한 스타일입니다. 패피들을 제외하곤 일상적으로 이런 헤어를 연출하는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죠.” 헤어 스타일리스트 오종오는 보기와 달리 수월하지 않을 뿐더러 손이 꽤 많이 가는 스타일링이라고 설명했다. 아베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혜영 역시 이 헤어스타일을 위해 갖춰야 할 기본 조건부터 나열하기 시작했다. “우선 목이 길고 가늘수록 좋겠죠. 목 주위에 머리카락을 감으면 목이 더 짧고 두꺼워 보일 테니까요. 헤어 컬러는 따뜻한 색감이 좋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짙으면 덩어리진 듯 무거워 보입니다. 초콜릿 브라운 톤 정도가 적당하죠. 전체적으로 층이 많고 약간의 컬이 있으면 더 좋고요.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머리 손질에 관심이 많아야 합니다.”

    직접 시도해보면 깨닫겠지만, 아무 준비 없이 머리카락을 터틀넥 안으로 밀어 넣고 외출했다간 움직일 때마다 머리카락이 도로 밖으로 밀려 나오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기 쉽다. 더군다나 층이 없는 긴 머리칼의 소유자가 타이트한 터틀넥에 이 헤어스타일을 시도하면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위로 밀려 올라가서 버섯돌이나 머핀 톱처럼 머리 전체가 둥글게 부풀어 오르는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기 십상. 결코 쉽진 않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우선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고 그런지하게 손질한 다음 느슨하게 아래쪽으로 내려 묶어줍니다. 묶은 부분 위쪽 머리카락을 조금씩 빼서 볼륨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바싹 당겨 묶으면 머리카락이 납작하게 눌린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리고 묶은 부분을 옷 안으로 넣어주면 끝!” 이혜영의 스타일링 팁에 따르면 형태를 잡아서 머리를 묶는 게 가장 헝클어질 염려가 적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소녀적인 의상, 토즈의 폭신한 모피 스톨, 제이 크루의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노랑 스웨터에 어울리는 부스스하고 자연스러운 터틀넥 헤어를 연출할 수 있다. 그녀에 의하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머리카락을 터틀넥 안에 넣고 그 위에 스카프를 둘러서 고정하는 것(하우스 오브 홀랜드처럼).

    Edun

    The Row

    Prabal Gurung

    Markus Lupfer

    Mary Katrantzou

    한편 이든, 프라발 구룽, 더 로우, 웨스 고든 같은 도회적이고 깔끔한 터틀넥 헤어도 있다. “더 로우처럼 터틀넥 목 부분이 충분히 높지 않거나 프라발 구룽처럼 목둘레가 넉넉하면 정확하게 가르마를 타서 ‘슬릭’하게 연출하는 편이 좋습니다. 터틀넥으로 고정할 수가 없어서 머리카락이 앞으로 흘러내리거나 쉽게 빠져나와서 스타일 유지하기가 힘들거든요.” 오종오는 뒤이어 얇고 타이트한 터틀넥의 경우엔 반드시 적당히 볼륨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못하면 머리카락을 빼다 만 것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이기 때문.

    인터넷에 터틀넥 헤어를 검색해보면 온갖 방법으로 연출한 터틀넥 헤어가 나타난다. 말 그대로 머리칼을 제멋대로 쑤셔 넣어 지푸라기처럼보이거나, 머리숱이 너무 많아서 물이 흘러넘치는 화병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은 너무 바빠서 머리카락 빼는 걸 잊은 듯이 보이는 이도 있다. 어쨌거나 그냥 질끈 묶은 포니테일이나 별생각 없이 풀어 헤친 헤어스타일보다는 뭔가 묘하게 눈길을 끄는 매력이 있다. 한동안 “머리카락 좀 빼!”라는 핀잔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주위 사람들도 의도치 않은 듯 의도한 터틀넥 헤어의 마력에 중독될지도 모른다.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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