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 뮤직

아델과 케이티 페리, 그리고 테일러 스위프트까지. 이게 다 한 앨범 안의 이름이다. 지금 팝 신에선 스타와 더 큰 스타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최종 사본

아델은 솔로 아티스트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혼자 노래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 ‘아델 현상’을 일으키며 ‘브리티시 소울’ 전성기를 연 앨범 <21> 이후 꽉 채운 4년 만에 돌아오는 그녀의 곁엔 장르와 국경을 초월한 다양한 아티스트의 이름이 늠름하게 늘어섰다. 그간 썩을 만큼 썩은 팬들의 마음고생을 이제야 알아주는 걸까. 아직 레이블 측의 공식 확인은 없지만 최근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를 비롯해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케이티 페리(Katy Perry) 등 여성 뮤지션들과의 환상의 호흡을 자랑해온 프로듀서 맥스 마틴(Max Martin), 그리고 비욘세(Beyoncé)나 마룬 5(Maroon 5) 같은 거물급 아티스트와의 작업은 물론 모그룹인 원리퍼블릭(OneRepublic)의 리더 역할까지 너끈히 해내고 있는 능력자 라이언 테더(Ryan Tedder), 2015년의 인디 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토비아스 제소 주니어(Tobias Jesso Jr.)까지 피처링 리스트가 어마어마하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초특급 블록버스터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아직 확정되지 않은 앨범 타이틀을 정해본다면 ‘아델과 어벤져스’ 정도가 어울릴 것이다.

셀프 프로듀싱을 앞세운 자전적 이야기로 범지구적 사랑을 받은 아델의 지난 앨범을 떠올려보면 가히 획기적인 변화다. 하지만 사실 아델의 이런 ‘변신’은 최근 음악계 동향을 살펴보면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길에서 찾아낸 하나의 해법에 가깝다. 아델 정도의, 1,0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가 가능하거나 전 세계를 구석구석 도는 월드 투어가 가능한, 또는 컴백만으로 온 업계가 들썩거리는 대형 아티스트들이 이제 혼자 노래하지 않는, 혹은 노래할 수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올 초 열세 번째 정규작 <Rebel Heart>를 발표하며 컴백한 마돈나의 경우를 보자. 그녀가 뽑아 든 올스타 카드는 <Ray of Light>(1998) 이후 가장 화려했다. <Ray of Light> 역시 당시 테크노 천재 윌리엄 오빗(William Orbit)을 과감히 영입해 성공적 변신을 꾀한 앨범이다. 아비치(Avicii)나 디플로(Diplo) 같은 일렉트로니카 챔피언부터 나스(Nas)와 칸예 웨스트(Kanye West)로 이어지는, 거의 힙합의 신구 조화를 고려한 듯한 협업, 그리고 이젠 어디든 빠지면 서운한 래퍼 니키 미나즈(Nicki Minaj)까지, 거의 헌정 앨범 수준의 라인업이었다. 놀라웠다. 일필휘지로 단칼 승부를 노리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메인 프로듀서로 일찌감치 점찍었던 아비치의 건강 문제가 얽힌 결과물이긴 했지만, <Ray of Light>부터 매번 다른 색채의 장르 아티스트를 데려와 음악적 변신을 시도한 마돈나 특유의 전술도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었다. 2015년은 아델과 마돈나를 성공시키기 위해 아델과 마돈나의 이름값에 가까운, 혹은 그를 넘어서는 또 다른 ‘네임드’가 필수인 시대다.

‘네임드 분리 불안’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이런 흐름은 우리가 잠시 한눈판 사이 무럭무럭 자라나 장르 음악이나 문화계 전반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이다. 영국 출신의 인기 일렉트로닉 듀오 디스클로저(Disclosure)는 지난 9월 대망의 새 앨범을 발표하며 요즘 대세 더 위켄드(The Weekend)에서 재즈 보컬리스트 그레고리 포터(Gregory Porter)까지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소환했다. 안정적인 팝 시장 진입을 꾀한 결과였다. 11월 개봉 예정인 영화 <007 스펙터(Spectre)>는 2015년이 택한 신예 샘 스미스(Sam Smith)에게 주제곡 ‘Writing’s on the Wall’의 마이크를 맡겼다. 1965년 개봉한 <007 선더볼 작전> 이후 50년 만에 영국 남성 솔로 가수를 택한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지난 그래미와 VMA 시상식 리뷰난에서 스탠더드 팝의 전설 토니 베넷(Tony Bennett)과 21세기 팝 시장의 아방가르드 아이콘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협업, SNS로 한바탕 신경전을 벌였던 테일러 스위프트와 니키 미나즈의 콜라보레이션 무대가 호사가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금 세상이 가장 혹하는 건 하나의 별과 더 빛나는 별을 어떻게든 만나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