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패션은 무너지고 있는가

라프 시몬스가 올해 9월 열린 2016 S/S 레디투웨어 쇼의 피날레 중 “꽃의 벽(wall of flowers)” 앞에서 관객들에게 키스를 보내고 있다. 이 꽃은 2012년 6월 라프의 디올 데뷔 컬렉션에서 처음 선보였고 영화 <디올 앤 아이(Dior and I)>에도 등장했다.

라프 시몬스가 크리스찬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은 마치 <디올 앤 아이>의 속편과도 같았다. <디올 앤 아이>는 벨기에 디자이너가 유서 깊은 파리 패션하우스에 도착한 후 그의 투쟁과 눈물, 수백만 송이의 꽃으로 장식한 꾸뛰르 쇼의 벽, 그리고 궁극적인 승리까지 보여줬다.

그러나 럭셔리 브랜드를 위해 일하는 어떠한 디자이너도 단 한번의 성공적인 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영화는 다시 시작되고 또 시작되고 또 한 번 시작되어야 한다. 1월에는 오뜨 꾸뛰르, 3월에는 레디투웨어, 5월은 크루즈, 6월에는 다시 꾸뛰르, 9월에는 다시 레디투웨어, 11월에는 리조트… 아니 다시 크루즈던가?

라프 시몬스가 2016 S/S 쇼 후에 수지 멘키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게다가 광고 캠페인, 매장 오픈, 전세계 방문과 트렁크 쇼, 박물관 전시, 인터뷰, 인스타그램에 이르기까지 – 어떠한 디자이너든 페이스를 유지할 준비가 되어있거나 그것이 가능하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디올이 이번 주에 전한 소식은 우호적이었지만 분명했다. 디올을 이끌어 온지 3년 반이 흐른 후 라프 시몬스는 ‘개인적인 사유’로 크리스찬 디올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달 초 열린, 빅토리아 풍 속옷과 모던한 의상이 잘 어우러진 쇼가 그의 마지막 쇼였다.

“전적으로, 그리고 동등하게 제 의지에 따른 결정입니다.”

라프는 LVHM의 회장이자 CEO인 베르나르 아르노와 디올의 CEO 시드니 톨레다노에게 감사하며 말했다. 이 둘은 라프에게 똑같이 감사를 전했다.

나는 이번 결별에 대해, 특히나 현재 호주 시드니에 머물고 있기에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 사건을 기억한다. 나는 지난해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라프에게 문자를 보냈다. 라프와 나는 그가 20년 전 엣지 있는 스쿨보이 룩을 가지고 남성복 계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 나는 그에게 어느 구역에 있으며 어디서 만날 수 있을지 물었다. 여전히 내 전화에 남아있는 그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정말 그곳이 그립네요. 그러나 12월에 있을 또 다른 쇼 때문에 스케줄이 지금 너무 빡빡해요. 정말 끔찍한 일정이에요.”

수지 멘키스와 라프 시몬스(오른쪽), 그리고 니콜라 제스키에르

라프에겐 영감을 얻기 위해, 또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며 아는 것도 많은 현대미술을 보기 위해 파리에서 런던으로 건너 올 단 하루의 시간도 없단 말인가? 패션디자이너가 된다는 게 정말 이런 거란 말인가?

실제로 그랬다. 금으로 된 새장에 갇힌 새처럼, 주요 패션하우스에서 일하는 창조적인 인재들은 모든 걸 다 가졌다. 한 무리의 어시스턴트들, 운전사들, 퍼스트클래스를 타고 떠나는 여행, 우아한 집안과의 인맥과 유명한 고객들. 시간을 제외한 모든 걸 말이다.

2014년도 6월 꾸뛰르 쇼가 열리기 직전 파리 크리스찬 디올 아뜰리에에서 라프 시몬스

패션계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는 아슬아슬하게 삶을 이어가며 낮부터 밤까지 가차없이 이어지는 날들을 이겨내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우리는 리 맥퀸과 그의 비극적인 죽음을 기억한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이어가며 휘청거리다 끝내 자신의 브랜드를 위해 루이 비통을 포기했던 걸 기억한다. 다시 한번 뉴스에 등장한 디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패션계는 존 갈리아노가 술에 취해 벌인 반유대주의적 소란과 그로 인해 눈부신 커리어를 접게 된 충격적인 결말에 경악한다.

우리는 고향인 영국을 떠나 파리로 가는 걸 거부한 셀린의 피비 파일로처럼 보호장치를 마련한 디자이너들을 볼 수 있다. 또는 에디 슬리먼처럼 생 로랑 쇼가 끝나면 파리를 떠나 머나먼 LA에 있는 자신의 집과 스튜디오로 도망치는 디자이너들도 있다.

천성적으로 예민하고 감정적이고 예술적인 사람들인 디자이너들은 정말 많은 일들을 떠맡도록 요구 받고 있다. 아니 지나치게 많은 일들을 말이다.

이곳에서 마법이 시작된다. 2014년 6월 파리의 디올 아뜰리에에서 작업 중인 꾸뛰르 의상

바이어들과 에디터들 역시 살인적인 스케줄을 따라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쉽지 않다. 온라인 판매와 빨라진 디지털 세계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 판매에 대한 압박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마치 H&M이나 유니클로에만 해당되는 양 ‘패스트 패션’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이는 뉴욕의 버그도프 굿맨이나 파리 봉 마르셰 같은 매장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라인들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나머지는 세일에 들어간다.

2014년 6월 작업 중인 디올의 꾸뛰르 작품 – ‘패스트 패션’의 안티테제

그리고 나선 소셜 미디어가 남아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스냅챕과 페이스북에서 나오는 게걸스러운 요구들은 시간을 앗아가고, 디자이너들은 관심을 받고 셀레브리티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투쟁한다.

하이 스피드 패션으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은 두말할 것도 없이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산업의 심장이나 영혼인 이들 말이다. 이들 없이는 패션도 없다. 그저 아이디어들의 메아리방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진정으로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이 그저 명성이 혁신의 탈을 쓰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패션계는 라프 시몬스가 보여준 용감한 행보에 대해 고마워하게 될 것이다.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디올로부터 걸어 나왔다는 점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삶을 되찾은 점에 대해.

2014년 6월 꾸뛰르 쇼가 열리기 전 라프 시몬스와 파리의 디올 아뜰리에의 수석 재단사 플로랑스 슈에

그러나 누군가는 라프 시몬스의 자리를 채우고 디올을 이끌어야만 한다. 발렌시아가는 알렉산더 왕이 물러난 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위한 빈자리를 베트멍의 뎀나 즈바살리아로 채웠다. 그리고 거론되었던 바 대로 LVMH가 리카르도 티시를 디올로 이동시킨다면 지방시의 자리가 비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비어진 왕좌의 게임을 패션계의 “회전목마”라 부르곤 했다. 그러나 이제 그 비전은 훨씬 더 어두워졌다. 사자 굴에 던져질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

 

English Ver.

Why Fashion is Crashing

The announcement that Raf Simons is resigning from his position as creative director of Christian Dior might seem like a sequel to Dior and I. That film showed the Belgian designer’s arrival at the historic Parisian house, his struggle, his tears, his million flowers decorating the walls of the couture show – and his ultimate triumph.
But as with any designer for a luxury house, one successful show is never enough. That film has to be rolled over, again and again and again. January is haute couture; March is ready-to-wear; May is cruise; July couture again; September ready-to-wear again; November resort – or is it cruise again?
Add to this the advertising campaigns, personal appearances, store openings, global visits, trunk shows, museum exhibitions, interviews, Instagram – and it’s a wonder that any designer is prepared – or able – to keep up the pace.

The statement that Dior sent out this week was amicable but definite. After three and a half years at the helm, Raf Simons would not renew his contract with Christian Dior “for personal reasons”. And the show earlier this month – a well-received fusion of Victorian underwear and modernist clothing – would be his last.

“It is a decision based entirely and equally on my desire,” said Raf, while thanking Bernard Arnault, Chairman and CEO of LVMH, and Sidney Toledano, Dior’s Chief Executive, who returned the compliment.

I have no information on this separation – especially since I am currently in Sydney, Australia. But I remembered one incident: at last year’s Frieze art fair I sent a text to Raf, whom I have known since his first edgy, schoolboy looks in menswear 20 years ago. I asked him which tent he was in and where we could meet up. The answer, which is still on my phone, was this: “I really miss it – but the schedules are so tight now with another show in December. Just a terrible agenda.”
No time to take one day to go from Paris to London, for inspiration, or for the contemporary art in which Raf is so interested and knowledgable? Has being a fashion designer really come to this?

It has indeed. Like that bird in a gilded cage, creative people at the major fashion houses have everything: a circle of assistants, drivers, first class travel, access to elegant homes and celebrity clients. Everything, but time.
All of us in the industry know of people who are living on the edge, using substances to get through the days that roll inexorably into nights. We all think of Lee McQueen and his tragic ending. Of Marc Jacobs lurching though his punishing schedule until he finally gave up Louis Vuitton for his own label. With Dior again in the news, the fashion world gulps and thinks of John Galliano, his drunken anti-semitic raving and the shocking end to that chapter of a brilliant career.

We watch designers adopting protection mechanisms, like Phoebe Philo of Céline refusing to move from her native England to Paris; or Hedi Slimane fleeing Paris after his Saint Laurent shows to his home and studio in far away Los Angeles.

Designers – by their nature sensitive, emotional and artistic people – are being asked to take on so much. Too much.
The situation is not so easy for buyers and editors either, also trying to keep up with a punishing schedule. The pressure on retailing, aggravated by on-line sales and the speed of the digital world, has exacerbated the situation. People talk of “fast fashion” as though it is applied only to H&M or Uniqlo. In fact it is equally present in stores from New York’s Bergdorf Goodman to Paris’ Bon Marché. New lines are put up constantly, while the rest is marked down.
Then there is social media, as the voracious demands of Twitter, Instagram, SnapChat and Facebook eat into time and designers fight for attention and links to celebrities.

The people who suffer most from high-speed fashion are undoubtedly the creatives, who are the heart and soul of our industry. Without them, there is no fashion – just an echo chamber of ideas; nothing truly new, just repetition dressed up as invention.
Ultimately, the fashion world may come to thank Raf Simons for his brave stand. For walking away from Dior with his head held high. For getting his life back.

But someone has to fill his shoes, to take over at Dior. Balenciaga has only just filled its vacancy for a new creative director with Demna Gvasalia of Vetements, after Alexander Wang moved on. And if LVMH moves Riccardo Tisci to Dior, as has been suggested, his place will then be empty at Givenchy.

We used to call this game of vacant thrones fashion’s “merry go round”. But now the vision is much darker. Who is next to be thrown into the lion’s 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