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무스름한 ‘에그플랜트 립’

이제 앵두처럼 새빨간 입술은 잊자. 가지처럼 거무스름한 ‘에그플랜트 립’이 올가을 당신의 입술을 진하게 물들일 채비를 마쳤다.

실크 블라우스는 겐조. 블랙 칼라처럼 검붉은 입술은 나스 ‘벨벳 매트 립 펜슬 트레블뢰’를 바른 뒤 3CE ‘립 라커 달리아’를 덧발라 완성했다. 네일은 톰 포드 뷰티 ‘네일 락커 10호 바이퍼’.

실크 블라우스는 겐조. 블랙 칼라처럼 검붉은 입술은 나스 ‘벨벳 매트 립 펜슬 트레블뢰’를 바른 뒤 3CE ‘립 라커 달리아’를 덧발라 완성했다. 네일은 톰 포드 뷰티 ‘네일 락커 10호 바이퍼’.

방금 가지 요리를 먹기라도 한 걸까? 엠마뉴엘 웅가로, 애슐리 윌리엄스, 마크 제이콥스, 에르마노 설비노, 마르케사에 이르기까지 세계 4대 도시에서 열린 2015 F/W 컬렉션 쇼에 선 모델들의 입술은 통통하게 익은 가지처럼 검게 물들었다. “새빨간 입술의 시대는 끝났어요. 한마디로 정의해서 ‘안티 레드 립’이라 말하고 싶군요.” 컨데나스트 뷰티 디렉터 캐시 필립스가 말했듯 뷰티 월드는 지금 검은 입술 유행이 한창이다. “올가을 뷰티 트렌드는 이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정돈된 피부에 잘생긴 눈썹, 그리고 강렬한 입술! 살짝 고스(Goth)적이면서 한편으론 펑키하고 또 굉장히 프렌치적인 접근 방식이죠.” 엠마뉴엘 웅가로 쇼를 앞두고 백스테이지 여기저기를 누비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치아 피에로니의 오른손엔 블랙 칼라처럼 검붉은 립스틱이 들려 있었다. “마냥 예쁘기만 한 화장은 재미없잖아요. 이제 입술 색을 어둡게 물들여보세요. 살짝 음울해 보이지만 그게 또 다른 매력이 돼줄 테니까요.” 자일스 쇼 모델들의 입술도 칠흑같이 검게 물들긴 마찬가지였다. 파리와 밀라노에 이어 뉴욕에서도 검은 입술은 유행의 중심에 있었다.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 아주 강렬한 한 방을 원했어요.” 마크 제이콥스의 한마디에 그의 오랜 친구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프랑수아 나스는 건포도처럼 검붉은 입술을 선택했고, 결과는 대성공. 나스 교육팀 임소연은 검붉은 입술의 매력을 ‘대담함’이라 정의했다. “여자는 입술 색 하나로 달라져요. 당신의 입술 색이 진해질수록 마냥 여리고 보호받아야 하는 연약한 존재가 아닌, 대범하고 용기 있는 강인한 여전사로 변신하죠.” 프랑수아 나스가 메이크업을 통해 추구하는 이미지도 바로 이 대담함, ‘어데이셔스(Audacious)’ 아니던가. 올가을 누구보다 멋지게 검붉은 입술을 소화하고 싶다면 <보그>의 특급 조언을 명심하시라.

 

LESS IS MORE

과유불급. 검붉은 입술 연출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는 바로 피부 표현과 눈 화장의 간소화다. 입술 색이 진할수록 피부 표현이 중요해지는데, 그렇지 않으면 오롯이 입술로 가야 할 시선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입술이 최대한 돋보이도록 얼굴 전체 피부 톤에 맞는, 혹은 반 톤 정도 밝은 베이스를 바르고 컨실러로 눈에 띄는 결점을 가려준 다음 티슈로 살짝 눌러줘 얼굴 전체의 유분기를 제거해준다. 눈썹은 각을 살려 또렷하게 그리되 섀도, 라이너, 마스카라로 이어지는 눈 화장 3종 세트 대신 뷰러로 속눈썹 컬을 살려준 다음, 입술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음영 컬러(회색, 베이지, 연보라)로 눈두덩이에 베이스를 한 겹 얇게 깔아주는 걸로 마무리한다.

 

TEXTURE PLAY

매트하거나 글로시하거나! 검붉은 입술은 텍스처에 따라 180도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애슐리 윌리엄스, 엠마뉴엘 웅가로, 에르마노 설비노의 선택은 반짝임 제로의 매트한 텍스처! “아주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하죠.” 바비 브라운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노용남은 검붉은 입술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입술 전체를 꽉 채워 바르는 ‘볼드 립’ 이라 말한다. 하지만 매트한 텍스처의 립스틱만으로는 백스테이지 메이크업의 퀄리티를 따라잡을 수 없다. “립 라이너의 힘을 빌려보세요. 립스틱을 바르기 전에 입술을 살짝 벌려 입꼬리(양쪽 끝 부분)를 포함해 전체적인 라인을 한번 잡아주면 립스틱이 입술바깥으로 퍼지지 않을뿐더러 지속력이 좋아집니다.” 좀더 드라마틱한 효과를 원한다면 립스틱을 바르기 전에 컨실러로 입술 색을 없애는 것도 한 방법! 또 립스틱을 바로 입술에 바르는 것보다 립 브러시를 사용해 두세 번 덧바르면 지속력이 두세 배 좋아진다. 꽉 채워 바른 볼드 립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면 엠포리오 아르마니 쇼는 어떤가? 레드에 가까운 버건디 립스틱을 입술에 톡톡 두드려 물들이듯 바르고, 그 위에 투명 립글로스를 얹어 반짝이는 윤기를 더해주면 데일리 메이크업으로 손색없다.

 

UP & DOWN

올가을 우리 여자들 앞에 놓인 절체절명의 기로. 입술 산을 살리는 풀 커버 립이냐, 자연스럽게 번져 그린 그러데이션 립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입술 산을 살려 그린 풀 커버 립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해줍니다. 하지만 너무 세 보인다는 게 단점이죠. 반대로 입술 산을 죽여 번지듯 표현하면 여성스러우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전합니다. 대신 풀 커버 립이 주는 강렬함은 덜해요. 풀 커버 립이 내 몸에 꼭 맞는 맞춤복이라면 그러데이션 립은 매일 입어도 불편하지 않은, 품이 살짝 남아 여유로운 기성복이죠.” 3CE 메이크업 아티스트 성민정의 설명이다. 아니면 이런 방법도 있다. 올림피아 르 탱 쇼에서처럼 매트한 텍스처를 선택하되 입술 산을 강조하지 않고 그러데이션하면 풀 커버 립의 부담스러움을 줄이되 충분히 매력적인 입술을 연출할 수 있다. “입술 안쪽을 진하게 발색해 립 라인까지 퍼뜨려주세요. 검붉은 색상이 지닌 강렬함은 유지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ARE U READY?

자, 이제 검붉은 입술을 위한 준비운동은 끝났다. 뷰티 전문가들이 귀띔하는 핵심 조언만 명심하면 올가을 당신은 입술 하나로 누구보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가을 여자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잡지에서 좋다고 추천하니까, 혹은 모델이 발랐는데 예쁘다는 이유로 립스틱을 구매하면 실패 확률 100%! 립스틱은 무조건 직접 만져보고, 발라보고, 구매하시길!” ―임소연(나스 교육팀)

“입술이 포인트인 만큼 립스틱을 바를 때 입술에 각질이 일어나 지저분해 보이지 않도록 미리미리 관리하세요.” ―성민정(3CE 메이크업 아티스트)

“깨끗하면서도 화사한 피부 표현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촌스러운 화장이 되는 건 시간문제. 애써 바른 립스틱이 금세 지워져 고민스럽다면 립스틱을 바르기 전 립 프라이머를 발라보세요.” ―이하나(맥 프로 이벤트팀 부팀장)

“꼭 톤온톤일 필요 있나요? 마르케사 쇼가 보여준 검붉은 입술과 브라운 아이섀도의 환상적인 궁합 좀 보세요!” ―노용남(바비 브라운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