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코트, 당신의 선택은?

2016.03.15

by VOGUE

    코트, 당신의 선택은?

    큼지막한 단추가 달린 50년대 레트로 코트, 관능의 카멜 코트, 포근한 블랭킷 코트, 밀리터리풍 카키 코트, 우아한 트위드 코트 등등. 낙엽이 떨어지는 속도만큼 코트가 우리 여자들의 옷장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이번 시즌 당신의 코트 쇼핑 목록 1호는?

    Camel Hair

    왼쪽 모델의 오버사이즈 카멜 코트는 막스마라(Max Mara), 스웨이드 싸이하이 부츠는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오른쪽 모델의 아워글라스 실루엣 카멜 코트는 펜디(Fendi), 퀼팅 퍼 베스트 코트는 막스마라, 검정 싸이하이 부츠는 슈콤마보니(Suecomma Bonnie).

    Max Mara

    Marni

    Bally

    Fendi

    “낙타털을 이용한 카멜 헤어는 오직 남자를 위한 소재였어요. 그런데 막스 마라의 창립자 아킬레 마라모티가 1950년대에 발표한 첫 컬렉션에서 카멜 코트를 선보였죠. 실용적이고 클래식한 디자인은 ‘중산층 여성을 위한 코트’로 여겨졌습니다. 1970년대엔 맥시 길이로 선보였고 1980년대엔 넓은 칼라를 더하며 발전했습니다.” 카멜 코트의 상징인 막스마라는 이번 시즌 카멜 코트로 몸을 감싼 마릴린 먼로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 어깨선을 따라 낙낙하게 흐르는 드롭 숄더, 그리고 숄칼라처럼 보이도록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후드 장식이 특징. 그런가 하면 펜디는 기본형 테일러드 코트를 1.5배쯤 부풀린 디자인으로 카멜 코트를 선보였다. 커다란 라펠과 트라페즈 라인으로 발랄하게 펼쳐지는 실루엣이 특징. 평범한 카멜 코트가 좀 지루하다면? 펜디의 오버사이즈 코트나 풍성한 모피 소매와 카 워시 디테일의 마르니 카멜 코트가 제격.

    이맘때가 되면 온갖 코트가 파노라마처럼 길거리에 펼쳐진다. 실용적이고 안전한 테일러드 코트, 오버사이즈로 몸을 감싸는 코쿤 실루엣 코트, 전통과 기본에 충실한 피코트, 청담동 며느리 이미지를 풍기기에 적절한 고급 트위드 코트, 어려보이는 데 꽤 도움이 되는 더플 코트 등등. 태생 자체가 군복에서 시작된 코트는 뻔한 디자인에 옷감과 색깔, 라펠 종류와 사이즈만 슬쩍 바뀐 채 ‘신상’의 탈을 쓰고 매번 등장했다. 게다가 요즘처럼 코트가 대세인적이 또 있을까? 긴 머리카락을 코트 깃 안으로 밀어 넣은 채 양손을 팔짱 끼고 웅크린 채 다니는 유럽 패피들의 모습이 파파라치 사진에 찍히면서 그 태도와 옷차림이 하나의 세련된 ‘룩’이 됐으니까.

    이번 시즌 코트 쇼핑에 돌입하기 전, 가장 먼저 여러분이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은 클래식하고 베이식한 카멜 코트다. 여름이 시작되기 한참 전인 2015 F/W 컬렉션에 소개된 한 벌의 코트는 전 세계 패션 기자들을 사로잡았다. 육감적인 몸매의 모델 지지 하디드가 막스마라의 커다란 카멜 코트를 샤워 가운처럼 몸에 휘감고 나왔던 바로 그 순간! 1990년 후부터 2000년대 초까지 막스마라 카멜 코트는 대전성기였다. 특히 1981년에 선보인 ‘101801 아이콘’ 오리지널 코트와 클래식 트렌치 코트 스타일을 반영한 ‘마누엘라’ 코트는 전 세계 셀럽들은 물론 당시 대한민국 유행을 이끌던 청담동 ‘삔족’들에게 페라가모의 바라 슈즈와 함께 최고로 꼽혔다. 바로 그 카멜 코트가 마릴린 먼로를 흉내 내며 등장한 지지 하디드에 의해 화려한 부활을 예고한다.

    Blanket Cover

    스티치 디테일의 울 코트, 검정 파이핑 디테일의 흰색 와이드 패츠는 로우클래식(Low Classic), 흰색 톱은 셀린(Céline), 송치가죽 로퍼는 막스마라(Max Mara), 실버 목걸이는 넘버링(Numbering).

    Céline

    Joseph

    Acne Studios

    Burberry Prorsum

    Sportmax

    물자가 부족한 전쟁터에서 방한용으로 쓰던 모포를 겨울용 코트로 만든 것이 블랭킷 코트의 시작이다. 그러나 이젠 최고급 소재인 캐시미어와 보드라운 울 소재 덕분에 더 고급스럽고 아늑하게 보인다. “핸드메이드 컨셉에 맞게 핸드 스티치를 이용한 담요 코트를 떠올렸어요.” 로우클래식의 디자이너 이명신은 100% 울을 이용해 담요를 두른 듯 다양한 블랭킷 코트를 선보였다. 특히 억지스럽게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형태가 일품이다. “보는 사람마저 훈훈하게 느껴지는 게 블랭킷 코트의 특징이죠. 하지만 지켜보지만 말고 직접 입어보세요. 모피 코트도 부럽지 않을 거예요.”

    카멜 코트가 과거 전성기의 부활을 알렸다면 실용성과 포근함을 강조한 담요 코트는 이번 시즌 새롭게 등장한 아이템. 도톰하고 보드라운 울 소재를 굵직한 스티치로 이어 붙인 아크네 스튜디오의 롱 코트를 보며 “내가 기다리던 코트가 바로 저거였어!”라고 외칠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블랭킷 코트의 포인트는 바로 핸드메이드 스티치! 스포트막스의 블랭킷 코트는 삐뚤삐뚤한 스티치와 더불어 밑단에 프린지 장식을 더해 진짜 담요를 두른 듯한 느낌이다(그렇다고 비행기 기내에서 주는 담요처럼 보이진 않으니 안심하시길). 심지어 매 시즌 우리 여자들의 정곡을 찌르는 셀린의 피비 파일로 역시 퀼팅 담요를 응용해 케이프 코트를 내놓았으니, 블랭킷 코트의 등장은 말 다한 셈이다.

    Vintage Forever

    노랑 트위드 소재 코트와 빨강 줄무늬 블라우스, 가죽 드레스는 모두 미우미우(Miu Miu), 투톤 스트랩 힐은 프라다(Prada), 뿔 모양 디테일의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 Opening Ceremony).

    Gucci

    Louis Vuitton

    Miu Miu

    Saint Laurent

    어둡고 칙칙한 겨울 코트 중 ‘리프레시’를 선사할 코 트는? 원색의 레트로 코트! 50년대 실루엣(피터 팬 칼라와 큼직한 단추, 트라페즈 라인 등)으로 완성된 미우미우 코트와 60년대풍 생로랑 호피 코트, 일명 ‘다락방 시크’로 불리며 전 세계를 장악한 구찌의 자카드 코트는 낡은 사진첩에서 본 듯한 이미지다. 도로시가 신은 것처럼 반짝이는 구두나 영화 <러브 스토리>의 알리 맥그로우가 쓴 니트 폼폼 모자, 그리고 깜찍한 미니 드레스와 복고풍 코트는 그야말로 완벽한 케미!

    다음으로 눈에 띄는 디자인은 빈티지 코트다. 아가씨들이 보면 애간장이 탈 만한 ‘깜찍 발랄’한 레트로 코트는 미우치아 여사의 미우미우 컬렉션에 의해 ‘고급지게’ 변신했다. 그녀는 색색의 하운드투스 체크에 과장된 피터 팬 칼라와 크고 하얀 단추, 여기에 비단뱀 소재와 밍크를 더해 50년대식 숙녀를 제안했다. 반면 늘 거침없는 생로랑 걸들은 원색의 호피무늬를 더해 60년대 클러버들와 2015년 클러버 사이를 넘나들었다.

    Khaki Power

    왼쪽 모델의 소매 끝 퍼 디테일이 특징인 카키색 코트는 구찌(Gucci), 스웨이드 싸이하이 부츠는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꽃무늬 반도 스카프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오른쪽 모델의 카키색 코트는 셀린(Céline), 은색 자수 디테일 재킷과 데님 크롭트 팬츠는 디스퀘어드2(Dsquared²), 스포티한 싸이하이 부츠는 디올(Dior).

    Chloé

    Damir Doma

    Rochas

    밀라노의 ‘핫 가이’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첫 구찌 컬렉션에 위풍당당한 밀리터리 카키 코트가 등장했다. 꽃무늬 시폰 드레스 사이를 뚫고 보드라운 모피 소매를 단 카키색 피코트는 여자들의 또 다른 사냥감. 끌로에의 금장 버튼이 달린 장교풍 카키 코트, 군용 파카와 코트의 중간 지점에 있는 사카이의 카키 코트에는 퀼팅 안감을 넣어 보온성까지 고려했다. 군복 이미지를 벗은 셀린의 카키 코트는 간결하고 넉넉한 형태에 넓은 라펠이 밑단까지 이어지는 디자인이 특징. 취향에 따라 앞부분을 툭 떨어뜨리거나 슬쩍 묶어주면 두 가지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다.

    물론 밀리터리 카키 코트 역시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디자인. 특히 금장 버튼 하나면, 다른 장치 없이도 장교 코트로 근사하게 돌변한다. 코트의 고정관념을 깬 또 한 벌의 코트가 있으니, 셀린의 아방가르드한 실루엣. 이번 시즌 피비 파일로가 밀어붙인 실크 슬립 드레스와 매치하면 당신의 여성성이 극도로 부각된다.

    Tweed Over

    허리띠를 두른 회색 트위드 코트는 프로엔자 스쿨러(Proenza Schouler), 핀스트라이프 회색 재킷과 팬츠는 아보아보(Avouavou), 페이턴트 가죽 로퍼는 토즈(Tod’s).

    Chanel

    Haider Ackermann

    Proenza Schouler

    Chanel

    겨울이면 늘 등장하는 우아한 트위드. 사실 트위드는 보는 것만으로도 고급스럽고 클래식함이 묻어난다. 트위드 코트 하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 반사적으로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나? 열이면 열 샤넬을 외칠 것이다. 칼 라거펠트는 기존의 트위드에 니트, 퀼팅, 패딩 등 다양한 소재를 접목해 양감 넘치는 코트를 디자인했다. 프로엔자 스쿨러는 뜻밖의 장식을 사용했다. 밑단을 세로로 커팅한 뒤 도복처럼 보이는 두툼한 벨트를 덧댔다. 그런데 그냥 길게 늘어뜨리거나 묶는 방식만으로 트위드 코트에 새로운 표정을 더했으니 당장 응용해보시길. 이런 코트 안에 우아한 원피스가 아닌 남성적 수트를 입거나 샤넬처럼 캐주얼한 데님 팬츠를 입는 것 역시 실용적이고 세련된 대안이다.

    그런가 하면 트위드 코트를 빼고 어떻게 겨울 옷장을 얘기할 수 있을까? 겨울철 하이패션의 단골 아이템을 진화시키기 위해 프로엔자 스쿨러는 과감한 카 워시 플리츠 디테일에 클래식 트위드를 접목했다. 샤넬처럼 우아함을 강조하기보다 실험성을 선택한 것. 여기서 포인트는 동일한 옷감의 두툼한 트위드 벨트로 허리를 슬쩍 묶으면 좀더 구조적 실루엣으로 변신한다는 사실!

    Robe Love

    광택이 느껴지는 회색 코트는 김서룡(Kimseoryong), 레이스 디테일 슬립은 라펠라(La Perla), 체크무늬 회색 팬츠는 아보아보(Avouavou), 로고가 돋보이는 초커는 베르사체(Versace), 이빨 모양의 목걸이는 베니뮤(Venimeux).

    Blumarine

    The Row

    Maiyet

    Alexander Wang

    그저 어깨에 슬쩍 걸치기만 해도 ‘드레스업’되는 가운 코트를 실크, 울, 모피 등 여러 소재로 만들어 보온성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해결했다. “나이트가운, 로브 등은 두툼하고 견고한 울 코트를 입는 것과 달리, 좀더 우아함과 관능미를 드러내기에 제격입니다.” 드레스처럼 매끄러운 실크 가운 코트를 선보인 김서룡은 연말 각종 파티를 기다리는 여성들에게 해답을 제시한다. “몸에 딱 맞는 사이즈보다 한 치수 크게 입을 때 그 스타일이 더 드러나죠. 요즘 유행하는 긴 슬립 드레스 위에 로브형 코트를 입는다면 실크 케이프를 두른 듯 야릇한 느낌이 들 겁니다.” 반대로 똑 떨어지는 팬츠 수트에 덧입으면 느긋하고 여유로운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덧붙인다. “다시 말해 나이트가운이나 로브풍 코트는 당신이 지닌 부드러운 성향을 더 끌어낼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파티가 많아지는 계절에 이보다 더 유용한 외투는 없습니다.”

    이제 코트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가운 코트를 주목할 시간. 하얀 실크 블라우스 위에 가운처럼 느슨하게 덧입은 마이예의 가운 코트(실크 벨트가 달렸다), 메탈 스터드를 실크 파이핑처럼 접목한 알렉산더 왕의 가운 코트는 당신을 지켜보는 상대의 야릇한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또 100% 실크를 사용한 더 로우의 가운 코트는 겨울 내내 두껍고 무거운 옷에 눌려 있을 우리 여자들의 몸에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에디터
      김미진
      포토그래퍼
      YOON MYUNG SUB, COURTESY PHOTOS
      모델
      황세온, 한경현
      스탭
      헤어 / 한지선, 메이크업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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