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뛰르 화장품의 신세계

입소문과 화려한 패키지, 높은 가격만으로 최고의 화장품이라 말할 수 있을까? 엄선된 재료와 장인의 손길이 고가 크림의 필수 덕목으로 떠올랐다. 꾸뛰르 화장품의 신세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나뛰렐 다르간 by 온뜨레 ‘퓨어 아르간 엘릭시어’,  아모레퍼시픽 ‘타임 레스폰스 스킨 리뉴얼 세럼’,  끌레드뽀 보떼 ‘르 쎄럼’,  디올 ‘쟈도르 뚜쉬 드 퍼퓸’,  프레쉬 ‘크렘 앙씨엔느’.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나뛰렐 다르간 by 온뜨레 ‘퓨어 아르간 엘릭시어’, 아모레퍼시픽 ‘타임 레스폰스 스킨 리뉴얼 세럼’, 끌레드뽀 보떼 ‘르 쎄럼’, 디올 ‘쟈도르 뚜쉬 드 퍼퓸’, 프레쉬 ‘크렘 앙씨엔느’.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높은 가격의 화장품 출시가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지만, 그저 묵직한 패키지나 드라마틱한 효능만으로 지갑을 여는 시대는 지났다. 강산이 변할 만큼의 오랜 시간을 투자한 연구 과정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의 청정한 지역에서 수확한 희귀한 재료, 여기에 장인의 손길이 더해진 공정까지, 50g짜리 크림 통을 채우기 위한 코스메틱 연구소의 노동에는 경건함마저 느껴진다.

미장에 대한 디올 연구소의 강한 애착을 듣다 보면 그 노고를 모두 담기엔 30ml짜리 향수병이 너무 작다고 느껴질 정도. 디올이 오로지 쟈도르 압솔뤼 향수와 로르 향수에만 사용할 센티폴리아 로즈와 그라스 재스민을 채취하기 위해 선택한 곳은 그라스 지방의 도멘 드 마농. “오직 디올 퍼퓸만을 위한 장미와 재스민을 재배하는 곳으로 살충제와 같은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향이 더 강하게 느껴지죠.” 한 시즌에 나무 한 그루당 수확되는 장미는 대략 300~400송이. 신선함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최적의 장미만 수확할 수 있는시간은 매우 한정적이다. 매해 5월 오전 8시부터 11시 사이, 아무리 늦어도 정오 전에는 작업을 마쳐야 한다. 수확할 때 사용하는 바구니, 자루와 같은 도구 역시 모두 손으로 만들었다. “인공적인 플라스틱 용기에 꽃을 담으면 쉽게 산화되기 때문이죠.” 장밋빛 5월이 지나고 6월 1일이 되면 재스민을 수확할 차례. 재스민의 수확은 좀더 이른 새벽 5시부터 시작해 오전 11시 전에는 마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장미의 경우 아침 8시에 꽃이 활짝 피지만, 재스민은 보통 밤에 꽃이 피기 때문이죠. 새벽 5시에 꽃을 따기 시작해 햇빛이 드리워지는 시간 전에는 수확을 멈춰야 합니다.” 이렇게 수확한 장미와 재스민은 한곳에서 최대 4세대에 걸쳐 재배한 후, 다시 경작지를 바꾸게 된다.

자, 이번에는 모로칸 남부로 떠나볼까? 온뜨레의 나뛰렐 다르간이 생산하는 100% 유기농 아르간 오일은 모두 이곳, 모로코 남부 아틀라스 산의 아르간 숲에서 재배된다. 1999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보호 지역으로 지정한 이곳은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아르간 숲! 희소성의 가치는 아모레퍼시픽의 타임 레스폰스 라인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타임 레스폰스 스킨 리뉴얼 크림의 주원료인 첫물 녹차는 제주에서 1년에 단 한 번, 청명과 곡우 사이(4월 5~20일) 15일 동안만 수확된다. “이 15일은 본격적으로 날이 풀리고 화창해지기 시작하는 절기인 ‘청명’과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 사이죠. 이때 올라오는 새순만 골라 거둔 첫물 녹차에는 겨울 내내 응집되어 있던 모든 영양분이 응축돼 녹차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여겨지는 원료입니다.” 봄에는 첫물 녹차를 거두었다면 가을에는 녹차꽃을 수확할 차례. “아모레퍼시픽의 100만 평에 달하는 서광다원에서 피는 녹차꽃 5,000송이를 수확해 포뮬러를 만들게 됩니다.” 타임 레스폰스 스킨 리뉴얼 세럼 한 병에는 7.2kg 분량의 녹차꽃에서 추출한 녹차꽃 에센셜 오일이 함유된다.

고대로부터 이어 내려온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다거나 오로지 손으로 모든 공정이 이뤄질 때의 경건함은 극에 달한다. 프레쉬의 크렘 앙씨엔느 컬렉션이 대표적인 예. 크렘 앙씨엔느는 기원전 2세기, 과학자 클라우디우스 갈레노스가 황제의 명령에 따라 로마 검투사들을 위해 처음으로 개발한 전설의 크림. 프레쉬 연구소에서 무려 1800년이 지난 2000년대에 전설적인 제조법 그대로 재현된다. 무공해 지역에서 재배된 다마스크 장미꽃수, 3,000kg에서 오로지 1kg만 추출할 수 있는 오스만투스 플라워 추출물 같은 고귀한 성분은 아직까지도 고대 제조법을 전수해오는 수도사들에 의해 수작업으로 블렌딩된다. “이 섬세한 성분의 예민한 균형을 맞추고, 서로 간의 효능을 최대한 파괴하지 않기 위해선 오로지 핸드 블렌딩만이 유일한 방법이죠.” 영적이기까지 한 블렌딩 작업이 끝난 후, 병 하나하나에 담는 작업에서도 일일이 손을 사용하는 수도원의 방식은 그대로 고수된다. “이 비법을 전수해온 수도사들은 당시 종교적인 역할은 물론 과학자이자 연구자였으며 오늘날 우리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알고 있는 성분을 실험해온 선구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방식이야말로 이 프레스티지 화장품의 핵심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