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나?

걱정이라곤 없는 ‘칠렐레팔렐레’ 편집장, 미국 물 먹은 일중독 훈남 부편집장, 알고 보니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피처 에디터, 하루아침에 편집부로 발령 난 관리부 인턴까지. 세상에서 가장 ‘모스트스러운’ 편집부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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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베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타일> 때만 해도 다들 혀를 찼다. 비인간적인 편집장에 화려함뿐인 패션계라니! 그에 비하면 <그녀는 예뻤다>의 <더 모스트> 편집부는 꽤 현실적이라는 평. 현직 기자들조차 순간순간 감정이입을 하다가도 어느새 알콩달콩 연애질에 ‘그럼 그렇지’ 싶어지기 일쑤니까(사막처럼 삭막한 편집부에 핑크빛 연애라니). 드라마를 보는 내내 여러분이 궁금했던 가상의 공간 <더 모스트> 편집부. 대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드라마처럼 잡지사에는 훈남, 훈녀들이 일하나요?”라는 식의 초딩 질문은 사절. 그러니 당신의 의문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섭섭해하진 마시길.

Q 정말 매거진 편집부에도 김신혁 기자 같은 숨겨진 재벌이 있나요?
A YES! 흠, “잡지 편집부에 서울대, 연고대 출신은 없나요?”라는 유의 질문처럼 들리는군요. 김신혁처럼 호텔 스위트룸에 장기 투숙하며 외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닐 정도는 안 되더라도 예상 밖의 재력가임이 밝혀지는 경우가 종종 있답니다. 가령 평소 사무실에서의 ‘찌질’한 모습에 대놓고 무시했으나, 결혼식 청첩장을 돌리기에 “네 주제에 결혼씩이나?”라고 비웃으며 펼쳐 보니 장소가 5성급 호텔(김 기자가 텐이라는 게 밝혀졌을 때와 맞먹는 반전의 충격과 공포!). 암요, 암요, 김풍호처럼요! 사실 평균연봉이 높은 편이 아니라서 재테크와는 거리가 먼 직업입니다. 다들 일이 재미있고 적성에 맞다는 이유로 일하죠. 그래도 10년에 한 번씩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전설적인 기자가 등장한다는 사실은 기억해주세요.

Q 회장 아들 풍호, 아무도 몰래 편집부 기자로 일하는 게 가능합니까?
A NO! 자, 일반 회사를 생각해봅시다. 회장 아들이 직원으로 발령이 납니다. 처음에는 비밀이 지켜지더라도 결국 어디선가 스멀스멀 소문이 퍼지고 말죠. 기자들은 직업 특성상 소문(혹은 소식)에 매우 빠삭합니다. 고로 잡지사의 경우, 오기도 전에 “누가 온다카더라!”라는 소문부터 먼저 퍼질 겁니다. 실제 등장할 때쯤엔 다들 그의 프로필(주로 인맥)을 꿰고 있고요(“누구랑 무슨 관계라며?” “어디서 뭘 했다던데” 등등). 예를 들어 방학 시즌을 맞아 편집부에 예쁘장한 낙하산 인턴이 등장할 경우, 그녀보다 그녀에 대한 사전 정보가 먼저 공유되곤 하죠. ‘아무도 모르게’요? 이 바닥에서 ‘아무도 모르게’만큼 불가능한 것도 없습니다.

Q 기자들의 실제 싱크로율이 궁금해요.
A YES or NO! 자, 위부터 시작합시다. 김라라 편집장님. 삶의 모토가 ‘인생은 장밋빛’쯤 되는 것 같은데요. 누가 저렇게 철딱서니 없이 긍정적 마인드로만 회사 생활 할 수 있을까요? 아, 자기 위에 아무도 없는 회장 막냇동생이라면 가능할 듯도 싶군요. 드라마 <스타일>,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을 비롯해 비현실적 편집장에 대한 왈가왈부는 이미 충분하니 패스! 여러분이 애정하는 부편집장이 현실의 편집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실제 패션지 남자 편집장들은 ‘지랄준’과 비교하면 훨씬 온화한 편이죠. 여기자들이 많다 보니 심하게 소리 지르거나 막말하지 못하거든요(흑흑 울며 뛰쳐나갈까 봐). 아무래도 기사 쓰고 비주얼을 생산해야 하는 곳이다 보니 잘못을 추궁할 때 비난의 강도가 평균 이상(두번 정도 배배 꼬아서 곱씹을수록 열 받는)이지만, 지랄준은 반성해야 합니다. 배운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빈정대며 인신공격이라니요, 쯧쯧. 개인적으로 가장 현실에 가깝다고 느낀 건 뷰티 에디터입니다. 새침하고 깔끔한 성향이라든가 튀지 않으면서 여성적인 옷차림 등등. 유전자가 하나 더 있다고 일컫는 4차원의 피처 기자, 성격 더럽고 ‘쎈’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패션 기자(일명 쌈꾼)에 비하면 뷰티 기자들이 가장 평균적으로 인간답고 이해 가능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고 보니 피처 디렉터 김풍호의 꼬질꼬질하고 느릿한 몸가짐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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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시스턴트와 인턴의 차이점에 대해 알려주세요.
A 어시스턴트가 왜 인턴에게 일을 시키느냐는 의문이 많던데, 제가 깔끔하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업무로 볼 때 드라마 속 어시스턴트는 현실의 일반 기자라고 보면 됩니다. 외국에는 유명 매체의 정식 기자가 되려면 꽤 오랜 경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시스턴트 에디터’라는 단계가 있지요. 한국서는 외국에 비해 정식 기자가 빨리 될 뿐 아니라 기자 수명도 짧은 편입니다(물론 해외 독립 매거진의 경우 평균 기자 나이가 한국보다 어린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외국 사례를 모델 삼아 어시스턴트 에디터를 그냥 ‘어시스턴트’로 표기했다고 보면 됩니다. 내친김에 명칭으로 설명해볼게요. 일반적으로 어시스턴트는 편집부에서 뽑고, 인턴은 회사 차원에서 선발합니다. 소품을 구하거나 자료 조사 등 기자들의 일을 돕는 건 동일하지만 관례상 어시스턴트는 외근 업무가 많고 인턴은 내근 업무가 많죠. 사실상 직급의 위아래를 따지긴 애매합니다. 둘 다 채용이 보장된 게 아니니까요.

Q 관리부 인턴에서 편집부로 이동 가능한가요?
A YES! 두산매거진 관리팀 과장님께 자문을 구한 답변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경우에는 사실상 부서 이동이 어렵지만, 인턴이나 신입 사원의 경우에는 가능합니다. 본인이 의지가 있고 이동 부서에서도 그 사원의 가능성이나 역량을 고려해서 받아들이는 걸 동의한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합니다. 게다가 혜진이처럼 번역과 교정을 잘하고 매사에 열심이라면 가능성은 더욱 높겠죠? 오래전, 어느 잡지사에서 아트팀에 근무하던 아가씨가 같은 편집부 패션 기자로 부서 이동을 한 사례가 있습니다. 패션 에디터로 이력을 쌓은 그녀는 지금 꽤 유명한 스타일리스트로 활약하고 있죠.

Q 변신 전 혜진의 패션이 보잘것없는 것처럼 표현되는데, 실제 인턴을 뽑을 때 패션 감각도 중요한가요?
A YES! 단언컨대 혜진의 변신 전의 패션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변신 후가 평범해졌죠. 그전에는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어울리게 긱(Geek)스러운 면이라도 있었는데, 그것마저 사라지니 유감스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짹쓴’이라는 별명을 만들어준 흰 양말과 검정 닥터 마틴의 매치는 패션계에서 어린 친구들이 멋 내는 방법 중 하나죠.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면, 패션 센스는 물론 중요합니다. 여기서 패션 센스란 옷을 잘 입고 다닌다기보다 자신이 지닌 취향을 뜻합니다. 그래서 어디서도 꿀리지 않게 옷을 잘 입는 것보다 패션에 대한 자신만의 눈을 가지는 쪽이 훨씬 중요합니다. 아, 물론 옷까지 잘 입는다면 두말할 필요없이 금상첨화죠!

Q 혜진이 옷을 망가뜨렸다는 오해를 받아서 부편집장한테 실컷 혼나는 대목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A 당연히 옷을 망가뜨린 건 초대형 사고. 런웨이에 오른 쇼피스 샘플이라면 어마어마한 가격을 떠나 다시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우니까요. 별명이 지랄준이라고 해도 그 정도의 분노와 다그침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열 받은 담당 기자가 분노의 철퇴를 휘두르면 그 자리에서 ‘짤린다’ 해도 할 말 없습니다). 그다음이 궁금하시다고요? 어떻게든 망가진 부분을 가려 촬영한 뒤(잡지에 예쁘게, 크게 실리면 촬영용 의상을 대여해준 브랜드 본사의 노여움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으니까요),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의 용한 수선집과 세탁소를 미친 듯이 전전하겠죠. “이 부분, 마치 없었던 것처럼 감쪽같이 수선 가능할까요? 제발 부탁드려요! 수선 안 되면 저는 죽은 목숨이라고요!” 강남 일대 내로라하는 수선집과 세탁소 사장님이라면 이런 멘트를 한 번 이상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경이로운 신의 손 덕분에 말끔하게 수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도저히 수선이 불가능할 경우엔 잡지사와 브랜드 양측이 만나 손실을 어떻게 배상하고 처리할지 의논합니다. 그냥 현장에서 혼나고 끝나는 일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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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실제 사내 커플이 많나요? 사내 연애, 저렇게 티 내도 되는 겁니까?
A NO! 없는 것도 아니지만 많지도 않죠. 비교적 많지 않다고 하는 쪽이 맞겠네요. 실제 패션계 남자들은 여자보다 자신의 취미 생활에 열심이거나 여자보다 남자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게다가 김준우와 한설 같은 상큼한 연애는 상상하기 좀 어렵습니다. 차라리 선배들의 뒷담화로 밤새 술을 퍼 마시며 다져진 동지애라고 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져요. 티 내는 건 본인의 자유지만 ‘꽁냥꽁냥’ 후배들의 연애질을 뿌듯하게 지켜봐줄 선배가 과연 있을까요? 기자들은 태생적으로 의심과 호기심이 많고 냉소적이기에 두 사람의 연애사를 꼬치꼬치 캐물을 게 뻔합니다. 누나가 많은데 괜찮겠느냐는 둥, 돈을 물 쓰듯 쓰는데 감당이 되겠느냐는 둥. 농담 반 진담 반의 얘기로 공개 연애를 후회하게 만들고 말 겁니다. 같은 편집부가 아닌, 같은 회사 안에 소속된 두 개의 잡지사 기자들이 담을 넘나들며 연애해 결혼에 골인한 적도 있습니다. 심지어 여성지의 여기자와 남성지의 남기자 커플!

Q 판매 부수 때문에 <더 모스트>가 폐간 위기에 놓이게 되는데, 판매 부수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A NO! 두산매거진 광고팀에 자문을 구했습니다. 판매 부수가 폐간의 기준이 되는 시대는 옛날 옛적에 끝났습니다(두둥!). 매거진이 성공했느냐를 판가름하는 실질적 기준은 광고 매출, 즉 광고로 벌어들인 수익이죠. 그렇지만 광고 페이지가 많다고 판매율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할 순 없어요. 광고 브랜드에 따라, 그리고 매거진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이니까요. 판매 부수는 그달에 어느 연예인이 등장하느냐, 부록이 무엇이냐에 따라 요동치지만 광고주들의 타깃은 열 권 산 10대가 아니라 한 권 산 구매력 있는 20~30대거든요. 광고 수익을 좌우하는 건 결국 콘텐츠와 인지도입니다. 참고로 판매 부수가 아니라 광고 매출에서 2위를 했다고 해도 폐간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1위에 오르기 위해 충분히 파이팅이 넘친다는 뜻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