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칼 라거펠트의 필름 누아르

샤넬의 상투적인 로맨틱한 파리 거리빵 가게와 치즈 가게, 그리고 카페들에 둘러싸인 모나코의 캐롤라인 공주는 로마의 시네치타 스튜디오에 마련된 추억 어린 흑백영화세트를 진심 어린 몇 마디 말로 요약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상당히 감동적이네요.” 캐롤라인 공주의 말이다.

실제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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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칼 라거펠트가 파리, 그리고 로마와 관련한 프랑스 영화에 바치는 시로, 지난달 프랑스 수도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거였다.

프랑스와 이태리가 가까웠던 적이 있었다고는 생각 안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로마 속의 파리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을 때, 이것이 완벽하고 로맨틱한 파리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순간이 될 거란 건 몰랐어요. 현실에선 그 반대가 되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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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거펠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시네치타 스튜디오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칼은 아누크 에메, 잔느 모로, 그리고 델핀 세이릭 등이태리 영화 속에서 샤넬 옷을 입은 프랑스 배우들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비록 이번 행사를 위해 전세계에서 모인 호화로운 고객들은 이러한 과거의 파리지엔 스타들에 대해 들어본 적조차 없을 터였지만 말이다.

꾸뛰르의 장인정신을 기념하기위해 디자인된 이번 샤넬 메티에르 다르(공방) 컬렉션에 있어서 기이한 점은 노스탤지어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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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포용하는 디자이너인 라거펠트에겐 이례적으로, 이번 의상들은 과거의 디자인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칼 라거펠트가팔라조 파자마(Palazzo Pyjamas, 궁정용 잠옷)’이라 부르던 두꺼운 트위드 팬츠부터 몸을 따라 흐르는 검은색 레이스, 그리고 진주 굽을 지닌 투톤 뮬이 등장했다. 짧은울랄라스커트와 관능적인 레이스는 쇼의 섹시한 부분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고객들에게 어떻게 어필했건 간에 이 역시남성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한다는 식의 과거에 속해있는 듯 보였다

파리의 대학살은 회고주의를 이미 갈구하던 이번 컬렉션을 느아르 영화로 바꿔버렸다. 이번 컬렉션에는 프랑스적인 우아함의 상징인 검은색이 많이 등장했다. 그리고 (실은 경이로운 스티치 공예의 결과물인) 니트 스웨터와 케이프 스타일의 어깨선, 그리고 길고 주름진 스커트 등 전후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너무나 뛰어나게 구상되고 실제로 만들어진 무대 그 자체도 세속으로부터 떨어진 파리지엔의 세계를 연상시켜 불편했다. 그곳엔 모로코 레스토랑도, 중동 베이커리도, 이민자 웨이터도 없었다. 오직 파리의 지하철 입구를 통해 런웨이로 등장하는 매혹적인 프랑스계 이태리 모델들만 있을 뿐이었다.

이 모든 복잡한 이슈는 제하고, 옷은 어땠을까? 애처로울 정도로 우아 했고 유별나게 껑충 했으며 종종 급소를 찌르는 듯 했다.

언제나처럼 샤넬의 액세서리는 뛰어났다. 특히 진주 줄로 만들어진 부티, 뒤돌아 섰을 때 진주 굽을 감싸고 있는 한 마리 뱀이 드러나는 우아한 투톤 뮬이 그러했다. 새로운 스퀘어 백과 레이스 팬츠는 갑작스러운 성공 드라마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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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네치타, 그리고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와 영화 <라 돌체 비타>의 로마에 관한 복잡한 스토리라인 속에서 메티에르 다르 컬렉션에는 두근거리는 심장이 없었다

이 연례행사는 깃털 장식가부터 뜨개 마술사까지 다양한 장식예술들을 기념하는 자리어야 한다. 샤넬은 이러한 기술력에 투자하고 수공예가들에게 파리에 있는 현대식 전용 건물을 내주어 왔다.

나는 다행히도 칼 라거펠트로부터 로마에서의 쇼 준비과정에 초대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런웨이에서는 드러나기 어려운 기교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로마 교회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흑백 대리석 같은 종류의 패턴이 들어간 톱을 만져보았다. 그 톱은 놀랍게도 대리석 문양이 프린트된 깃털들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샤넬은 그 기교가 관객들의 눈에 더 띄게 만들 수 있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디테일을 보여주기 위해 동영상으로 옷을 찍는 것이 그 답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칼 라거펠트가 감독한 미니영화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시비 걸기 좋아하는 젊은 코코로, 제랄딘 채플린이 늘 성질을 내는 나이 든 샤넬로 분한 영화였다

나는 로마의 비아 줄리아 지역에서 살면서 칼 라거펠트가 되살린 이태리에 대한 비전을 가졌던 시절의 코코가 보고 싶었다. 칼은 펜디에서 일한 50년 동안 로마로 87번의 여행을 하면서 이 영원한 도시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

이번 샤넬 쇼 어딘가에는 독일에서 태어난 칼이 두 도시에 대해 내부인과 외부인으로서 느낀 부분에 대한 강력한 서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흑색과 백색 속에서 그다지 잘 현실화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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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Ver.

Chanel: Karl Lagerfeld’s Film Noir
SURROUNDED by Chanel’s romantic cliché of a Parisian street – all bakers, cheesemakers and cafés, Princess Caroline of Monaco summed up in a few heartfelt words the evocative black-and-white movie set at Rome’s Cinecittà studios.

“In the current circumstances, it was rather touching,” she said.

Indeed.

This was Karl Lagerfeld’s ode to Paris and the French film connection with Rome, dreamt up long before the tragic events of last month in the French capital.

“I don’t think there has ever been a time when France and Italy have been closer,” said Karl, referring to the Cinecittà post-war period.

“But I didn’t know when we started the idea of Paris in Rome that it would be the best moment to show a perfect, romantic Paris – when in reality it is the opposite.”

Karl was inspired by French actresses who were dressed by Chanel in Italian movies. They included Anouk Aimée, Jeanne Moreau and Delphine Seyrig – although it is unlikely that the glamorous international clients gathered for the event would have even heard of these stars of a Parisian past.

The strange thing about this Chanel Métiers d’Art collection, designed to celebrate couture craftsmanship, is that it seemed plunged in nostalgia.
Unusually for Lagerfeld, a designer who embraces the future, the clothes were built on threads of the past from hefty tweed trousers, which Karl called Palazzo Pyjamas, to black lace trickling down body and legs into two-tone mules with pearl heels.
The sexual side of the show included short “oh là là!” skirts and the sensual lace. But that too seemed, however appealing to clients, to belong to a please-your-man past.

The massacre in Paris turned this collection, already wistfully passéiste, into film noir. There was so much black, the French badge of elegance. And such a post-war feeling to the knitted sweaters (in fact marvels of stitch craft), the cape shoulders and long, pleated skirts.

Even the set itself, so brilliantly conceived and executed, was an uncomfortable reminder of a cloistered Parisian world. There were no Moroccan restaurants, no Middle Eastern bakeries, no multicultural waiters. Nor anything but Franco-Italian glam to the models, who came on to the runway out of a Parisian metro entrance.

Removing all these complex issues, how were the clothes? Wistfully polite, extraordinarily produced and occasionally a hit.
As ever at Chanel, the accessories were exceptional, especially the bootees made from strands of pearls and those polite two tone mules which turned to reveal a snake twisted around a pearl on the heel. A new square bag and the lacy hose looked like instant success stories.

But within the complex storyline of Cinecittà and the Rome of Marcello Mastroianni and La Dolce Vita, the beating heart of the Metiers d’Arts collection was lost.

These annual shows are supposed to be a celebration of the different decorative arts, from feather-makers to knitting wizards. Chanel has invested in these skill sets and placed the hand-workers in a dedicated modern building in Paris.
Because I was fortunate enough to be invited by Karl to the show preparations in Rome, I understood the depth of craftsmanship which was hard to grasp on the runway.

I touched a top patterned in the kind of black-and-white marble you find in Roman churches. It was, unbelievably, made of marble-printed feathers.

How might Chanel have made its craftsmanship more visible to the audience? Ironically, the answer might have been to film the clothes to show the details.
But that opportunity was lost in a mini movie, directed by Karl, featuring Kristen Stewart as an argumentative young Coco and Geraldine Chaplin as a bad-tempered older Chanel.

I would have preferred to see Coco when she had a home in Rome’s Via Giulia and a vision of her Italy conjured up by Karl. He knows the city so well after 87 trips to the eternal city during 50 years working for Fendi.

Somewhere in this Chanel presentation there was a powerful story about German-born Karl’s insider-outsider tale of two cities. But it was never quite realised in black and wh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