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키워드, 어워드 – 아트 편

2015년을 여덟 개 분야의 키워드로 분석했다. SNS를 달군 화제의 인물들과 올 한 해 문화·예술계 사건 사고에 대한 백과사전식 총정리. 그리고 객관적 자료와 주관적 잣대로 선정한 〈보그〉 어워드!

artconcert

마크 로스코 열풍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화가’라는 파격적인 부제를 달고 나온 ‘마크 로스코’ 전시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했다. IT업계의 스타와 미술가를 짝지어 홍보할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일찍이 피겨 여왕 김연아를 비롯, 유명 인사들을 전시(필립 할스만의 <점핑 위드 러브>전)에 끌어들여 재미를 본 바 있는 코바나컨텐츠는 전시장을 방문한 스타들의 사진을 언론사에 뿌렸고, 인기 인문학자 강신주에게 해설집을 의뢰하는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빈지노가 참여한 월간 윤종신 4월호 ‘The Color’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에 대한 3분 58초짜리 감상문이었다. 뮤직비디오 역시 전시장에서 촬영됐다. 비슷한 시기 충무아트홀에서는 마크 로스코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 <레드>가 무대에 올랐다. 살아생전 자신의 작품이 자본주의 공장의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로스코라면 아마 저세상에서 ‘무덤 킥’을 날렸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SNS에선 온통 마크 로스코에 대한 얘기뿐!

미술관 수난 시대

서울시립미술관은 올 한 해 뜨거운 감자였다. 새해 벽두부터 ‘블록버스터 전시 거부 이후 관람객 수 절반 이하로 급감’ 유의 기사가 떠돌았다. 고흐, 샤갈 등 해외 미술관 소장품을 국내에 유치해온 전시 기획자 서순주는 고가의 대관 전시 대신 자체 기획한 현대미술전에 주력하는 김홍희 관장에 대해 트집을 잡았다. 지드래곤 전시 때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미술관이 대형 엔터테인먼트와 특정 가수를 위한 홍보성 전시를 연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후 야심 차게 준비한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는 상업 화랑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급기야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 사건을 옹호하는 듯한 홍성담의 ‘김기종의 칼질’이 논란이 되면서 서둘러 막을 내려야만 했다.

미술계 히딩크 논란

월드컵 시즌도 아닌데, 요즘 미술계에선 히딩크가 화제의 인물이다. 1년 넘게 공석이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에 외국인이 선임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 유력 후보인 바르토메우 마리는 스페인 출신이다. 문제는 그가 전시 취소 잡음으로 인해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장직을 사임한 바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정치적 이슈를 담은 특정 조각 작품을 전시에서 빼줄 것을 요구했고 작가와 큐레이터가 이를 거부하자 개막 당일 아예 전시를 취소해버렸다. 관장이 권력의 외압에 굴복했다는 의혹과 함께 스페인 미술계는 분노했다. 결국 전시는 사흘 만에 재개되었다. 문제의 조각도 공개됐다. 외국인 관장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국내 미술계에도 히딩크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어쩌면 한국 미술계는 1등만 기억하는 스포츠의 세계보다 더 냉혹한 전쟁터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미술계의 박지성은 또 누구란 말인가?

진격의 아트페어

미술 시장의 불황으로 상업 화랑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아트페어가 미술품 거래의 주요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는 ‘어포더블 아트페어 서울’이 첫선을 보였고,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으나 서울시립미술관 역시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를 시도한 바 있다. 기존 호텔 아트페어 외에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자체적으로 ‘반얀트리 아트페어’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올해로 14회를 맞는 KIAF가 열리는 기간 동안 문래동 커먼센터에서는 전시의 형식과 아트페어의 기능을 겸한 <오늘의 살롱 2015>를 진행하며 ‘콜렉터스 나이트’ 파티를 벌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건 15개의 신생 미술 공간과 청년 예술가들이 주축이 되어 마련한 ‘굿-즈’전이었다. 제도권 밖에서 독립적으로 현대미술을 생산하고 전시·유통해온 이들은 인테리어용품이나 팬시상품처럼 미술품을 예쁘게 포장하는 대신, 작업의 개념을 공유한 그 파생물을 판매하는 독특한 전략을 택했다.

 ★ Vogue Awards Art ★ 

뜻밖의 쾌거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은사자상을 수상한 <위로공단>의 임흥순 감독. 미술계의 호평을 받았지만, 블록버스터가 장악한 여름 성수기 국내극장가에서 <위로공단>에 허락된 개봉관은 단 32개관. 그나마도 교차 상영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애증의 흥행작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 대중가수의 공공 미술관 전시 논란과 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7만여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최소한 전시 기자 간담회 흥행만큼은 역대 최고였다.

올해의 입소문 삼성미술관 리움의 <세밀가귀(細密可貴): 한국 미술의 품격> 기획전. 금속공예품과 고려 불화, 도자기, 회화 등 국내외에 흩어져 있던 130여 점의 아름다운 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강력한 SNS 입소문을 탔다.

미술계 월드 스타 ‘유니레버 시리즈’가 막을 내린 후, 테이트 모던 터바인 홀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 현대카드. 지난 10월 시작된 전시 프로젝트 ‘현대 커미션’은 2025년까지 계속된다. 그 첫 번째 주자는 개념 미술가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

마지막 인사 꽃과 영혼의 화가 故 천경자. 이국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색채로 천경자 화풍이라는 새로운 그림 세계를 구축한 여류 화가이자 수필가이며 영원한 방랑자였던 천재예술가가 지난 8월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뒤에서 웃는 건 치솟는 작품 값에 신이 난 장사꾼과 위작 논란을 들쑤시는 옐로 페이퍼들.

주목할 작가 2015년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퍼포먼스 아티스트 정금형. 진공청소기와의 섹스, 굴삭기와의 사랑 등 기계 및 사물과 인간의 관계 맺기를 자신의 온몸을 이용해 에로틱하면서도 기이한 방식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