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선배의 커리어 노하우 ①

자신만의 특화된 분야를 개척한 선배들이 들려주는 커리어 노하우.


오은정 셀러브리티 마케팅 프로듀서 / (주)프로덕션 오 대표
1 미국에서 패션 머천다이징을 공부하던 시절, <보그 코리아>에서 밤늦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당시 구겐하임 뮤지엄에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회고전이 열릴 예정이라 <보그>에서 그 현장을 스케치하는 짧은 기사를 부탁했다.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공식 취재 허가를 받아 3페이지 분량의 기사를 작성한 뒤 뉴욕 통신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그러다 직접 뉴욕의 메이저 모델 에이전시와 소통하면서 슈퍼모델을 섭외해 현지에서 커버를 촬영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후 여러 잡지와 일하면서 저널리스트 비자를 받았고, 패션 브랜드의 해외 광고 촬영을 맡아 미국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현재는 양국을 오가며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과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2 패리스 힐튼, 미란다 커, 클로이 모레츠 등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과 접촉해 방한 일정을 잡고, 다양한 협찬사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한다. 그 콘텐츠를 방송, 잡지, SNS 등 여러 가지 플랫폼을 통해 풀어낸다. 중국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한류 스타와의 작업도 기획 중이며, 미국 시장을 필요로 하는 곳과는 한류 x 할리우드의 컬래버레이션도 염두에 두고 있다.

3 2006년 휠라코리아로부터 전 세계가 알 만한 할리우드 스타를 섭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 패리스 힐튼과의 모델 광고 계약을 성사시켜 매년 2회씩 미국 현지 광고 제작도 직접 진행했다. 총 3년의 계약 기간 동안 그녀의 방한을 조율해 TV 출연과 공항 패션 등의 이슈로 휠라의 브랜드 포지션을 확고하게 굳힌 게 지금 일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4 늘 나를 지원해주는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국의 PD, 임원, 실무 담당자 분들이 있다. 내가 데려오는 셀러브리티들을 믿고 출연시켜 주는 분들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패션과 뷰티를 풀어내기엔 잡지 관계자들과의 친분 역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협찬사인 클라이언트는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존재. 단순한 제품 노출이 아닌, 스토리텔링과 이미지 매칭이 가능한 기획을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참,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지난 클로이 모레츠 방한은 기획 때부터 에릭남과 그의 동생 에디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프로젝트였다.

5 늘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려고 노력한다. 미국에서 촬영을 진행하면서 여러 나라의 콘텐츠와 문화를 접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국내에서 요구하는 콘텐츠가 뭔지, 시점에 맞는 플랫폼이 뭔지 고민한다. 최근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게임, 애드테크, SNS, 커머스에 대해 공부 중이며, 관계자들과 벤처 회사와의 파트너십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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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란다 커가 방한 중일 때,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정부 부서에서 연락이 오는 바람에 미란다 커의 스케줄을 소화하는 동시에 그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근거 없는 사실로 판명되면서 오히려 정부 기관의 협조를 얻게 됐지만, 아직 한국을 잘 몰랐던 시기에 모략을 받은 당시 상황이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협찬사였던 패션, 뷰티 브랜드가 놀라운 판매율과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뿌듯했다. 몇 년 만에 패리스 힐튼을 다시 만나 내가 선물했던 강아지 ‘김치’가 ‘마릴린 먼로’로 개명되어 멋진 강아지 저택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본 것도 반가웠다.

7 전례가 없는 일을 한다는 것, 늘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고 그것을 설득해나가야 한다는 것, 미국과 한국의 시차로 인해 생활 패턴이 불규칙하다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그 새로운 기획을 성공적인 결과물로 만들어냈을 때의 희열과 뿌듯함이 그 모든 어려움을 눈 녹듯 사라지게 만든다.

8 한국의 패션과 뷰티, 케이 팝 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 국내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할 때 셀러브리티를 통해 노출된 제품의 경쟁력을 기를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클로이 모레츠가 즐겨 먹었던 스낵은 팔로워가 600만에 달하는 그녀의 SNS에 포스팅되면서 미국 현지에서 수출 요청이 들어와 최근 미국 내 판매가 시작됐다고 한다.

9 업무 진행을 위한 영어, 한국어 소통 능력. 그 다음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실질적인 기획을 입혀 실행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용기가 관건이다. 온갖 분야의 관계자들과 세세한 부분까지 조율하고 계약까지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니까.

10 소비자, 시청자의 시각과 기획자의 시각을 접목시킨 열린 시야도 중요하다. 즉, 어떤 스타가 어떤 브랜드에 어울리는지, 어떤 매체와 어떤 스토리텔링이 재미있고 대중에게 어필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종인 호텔 전문 기자 / <호텔아비아> 에디터
1 ROTC를 마치고 전역하니 스물 여섯이었다. 취업 대신 군 생활 동안 모은 돈으로 외국에 나갔다. 스물 아홉에 돌아와서는 카페도 운영해보고, 논술학원에도 나가보다가 서른 살에 잡지사에 입사했다. 국문과 졸업 후 20대 내내 소설을 썼지만 잘 안 됐다. 결국 글로 할 수 있는 밥벌이 중 적성에 맞는 일을 서른이 되어 찾은 셈이다.

2 국내 유일 호텔 전문 매거진 <호텔아비아> 에디터. 호텔을 출입하며 호텔리어를 만나고, 호텔 산업 전반에 관한 글을 쓴다.

3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네 사주엔 호텔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서른이 넘어 제대로 밥벌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글 쓰는 직업이 많지 않았다. 잡지사에서도 나이 많고 경력 없는 남자는 받아주지 않았다. 유일하게 날 불러준 곳이 호텔과 레스토랑 산업을 다루던 잡지였다. 한동안 호텔에 푹 빠져 일하다가 점차 잡지 업계 전반의 미래가 불투명함을 실감했고, 콘텐츠의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절박함도 생겼다. 결국 편집부만 독립해 호텔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거진을 창간하게 됐다.

4 우선 호텔에 근무하는 총지배인을 비롯한 현직 호텔리어들과 주방을 책임지는 셰프를 만난다. 항공 부문도 다루다 보니 항공사 홍보 직원도 자주 보고, 자연스레 여행사나 관광청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최근 호텔 객실을 당일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앱이 유행이라 여행 관련 온라인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5 호텔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매거진은 레저로, 일간지는 산업의 한 형태로 바라본다. 이 두 가지 분야에서 누구보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호텔의 원론과 본질에 대해 공부한다. 해외 트렌드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른 매체들은 호텔을 다루는 부분이 적어서 나만큼 시간을 들이긴 힘들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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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014년 잡지 창간 전, 후원 또는 투자자가 되어줄 거라 믿었던 업체가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 사태가 발생하면서 없던 얘기가 되어 막막했다. 하지만 창간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해 예정대로 잡지를 낼 수 있었다. 창간호를 직접 손에 쥐었을 때 기대와 우려, 기쁨과 걱정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때가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다.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았음에도 몇 번이나 넘겨봤는지 모른다.

7 일반 독자와 호텔 관련 종사자 사이의 콘텐츠 밸런스를 맞추는 게 가장 어렵다. 일반 독자는 <호텔아비아>를 통해 호텔에 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하지만, 관계자들에겐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좋은 기획으로 양쪽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만큼 재미난 일도 없다.

8 한 달에 적게는 하루, 많게는 사나흘까지 호텔에 투숙한다. 사람처럼 호텔은 저마다의 모습이 다르다. 겉으로만 보면 모른다. 2박 정도 해야 그 민낯이 드러나고, 그제서야 판단할 수 있다. 사주에도 있다고 하니 더욱 적성에 잘 맞는 느낌이다.

9 잡지를 만들고 싶다면 ‘이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보다는 ‘이런 콘텐츠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산업이 어떤 분야이며, 그 업체들에게 지원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은 감성적으로 보여도 꽤나 냉정한 분야다. 특히 전문지는 그 산업 분야와 밀착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니 관련 학과를 나와서 이미 사회 전선에 있는 선배들의 조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10 어릴 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가능한 한 과식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문학, 음악, 영화 등 장르 상관없이 자신의 취향을 섬세하게 구분해가면서 많은 작품을 접하길 권한다. 그런 작품을 기억에 쌓아두면서 개인적인 호불호를 통해 나아가는 방향이 정해진다. 당시 접한 내용이 나중에 글을 쓸 때 마음에 쏙 드는 문구로 불현듯 떠오를 때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