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가게 ② 픽시

국적 불문, 정체불명의 캐릭터들이 바글바글한 이곳. 문을 여는 순간 마법과 동화의 나라로 빠져들 것 같은 수상한 가게로 소녀들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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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정윤.
원래 하던 일 웹 디자이너.
가게 이름의 뜻 요정 같은 아이들을 분양한다는 의미로 픽시라고 지었다. 의외로 손님들이 ‘요정들을 분양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한글 표기가 같아서 자전거의 종류인 픽시(fixie)인 줄 아는 분들도 계시다.
픽시라는 가게를 열게 된 계기 웹 디자인 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게 되었는데 마침 동생이 일본에 살고 있어서 놀러 갔다가 귀여운 인형들을 많이 발견했다. 한국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어 사람들과 함께 이 귀여운 인형들을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숍을 오픈하게 되었다.
가게를 꾸밀 때 가장 신경 쓴 부분 색과 네온사인에 가장 신경 썼다. 분양하는 아이들을 보면 파스텔 톤 위주이고, 일본 캐릭터들이 많지만 런던의 작은 장난감 가게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 호주에서 잠시 살다 왔는데 멜버른에 있을 때 봐왔던 작은 상점들을 보며 영감을 많이 얻었고, 간판은 꼭 네온사인으로 제작하고 싶었다. 근데 네온사인과 벨벳 커튼의 조화 때문에 문 닫았을 때는 이곳이 인형 가게인지 모르고 지나치시는 분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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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채우고 있는 캐릭터들 전부 한정판이기 때문에 국내에 흔하지 않은 일본 캐릭터들이 주를 이룬다. 아마 정품으로는 픽시에서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일 것이다. 가장 유명한 알파카 캐릭터 알파캇소, 햄스터 캐릭터인 코로하무 코론 외에 다양한 동물 인형들이 있다. 롭이어토끼라든가 사막여우, 페럿, 쿼카, 새앙토끼, 다양한 조류 인형들도 있고, 향기 나는 인형 얌얌즈와 빈티지 케어베어, 마이 리틀 포니, 그리고 국내에서 보기 힘든 포플즈와 매직너서리펫이 있다.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 알파카 캐릭터인 알파캇소. 픽시를 열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캐릭터 때문이다. 전에는 사실 봉제 인형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알파캇소를 본 후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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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로하무 코론이라는 햄스터 캐릭터. 요즘 가장 인기가 많다.
2 레인보우 알파캇소. 소장용인데 많은 분들에게 판매 문의를 받을 만큼 인기 있는 캐릭터다.
3 큔토나키우사기 피피. 네덜란드 드워프라는 토끼 종류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다.
4 케어베어. 마니아 층이 어마어마한 캐릭터.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늘 인기가 많다.
5 스위머 윙크 손거울. 일본 잡화 브랜드 스위머의 소품 중 하나다. 손에 쥐고 세우면 눈을 깜빡인다.

제일 잘 팔리는 제품 최근엔 햄스터 캐릭터인 코로하무 코론 시리즈가 인기가 많다. 주로 햄스터를 직접 키워보신 분들이 본인이 키우던 햄스터와 닮았다며 많이 구입해 가신다.
반면 잘 안 팔리는 제품 스티치, 포켓몬, 디즈니 캐릭터들. 모두 정품만 바잉하는데, 가게에 워낙 다양한 동물 인형들이 있다 보니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작 유명한 스티치나 포켓몬, 디즈니 캐릭터들은 잘 안 팔린다.
손님들의 연령대나 성별, 가게에 들어왔을 때의 반응 주로 10~20대 여성분들이 많이 오는데, 최근엔 남성분들도 선물을 사러 많이 오신다. 동네 주민들 중엔 아직 말도 잘 못하는 세 살짜리 아기들부터 50대 손님들까지 다양하다. 가족 단위로 지방에서 찾아오시거나, 손녀에게 줄 선물을 고르러 들어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손님들이 오실 때는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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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열고 나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셔서 귀여운 인형들이 많아 천국 같다고 행복해하실 때, 그리고 유럽의 어떤 가게에 들어온 것 같다고 말씀하실 때 특히 뿌듯하다.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다른 공간에 있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보람 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 우리 가게의 작은 사장님인 ‘피츠’라는 고양이가 있다. 오픈 전에는 벨벳 커튼으로 항상 가려두는데, 유리창에 진열해놓은 인형들 옆에 앉아 항상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차를 구경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길래 놀래서 보면 항상 피츠가 인형인 척하고 앉아서 사람들을 놀래킨 거였다. 종종 SNS에 픽시 사진을 볼 때면 피츠가 인형인 척 앉아 있는 사진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앞으로 픽시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 사실 이미 픽시라는 가게를 연 것 자체가 내 꿈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픽시가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힘든 일상에 꿈을 꾸는 듯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픽시의 귀여운 요정들을 입양할 수 있는, 동화 책 속에 나올 것 같은 작은 가게로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