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용 세제가 패션을 완성한다

패션의 완성은 향수라고 했나? 요즘은 세탁용 세제가 패션을 완성한다. 옷감별 세제도 천차만별인 데다 리프레셔 제품은 물론 니치 향수 못지않게 세련된 케이스는 덤. 세제야말로 우리 여자들의 새로운 쇼핑 사냥감이다.

고급 의류는 좋은 세제로 빨래하세요! 스웨터는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스웨이드 힐은 모두 지미 추. 청바지는 프레임 데님. 가방은 루이 비통. 스웨터 위의 스웨터 빗과 스웨터 스톤, 빨래 대야, 양철 바구니는 모두 런드레스. 스프레이는 모두 머치슨-흄. 데님 관리용품은 모두 미스터 블랙. 주얼리는 모두 레 네레이드. 대리석 타일은 팀세라믹.

고급 의류는 좋은 세제로 빨래하세요!
스웨터는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스웨이드 힐은 모두 지미 추. 청바지는 프레임 데님. 가방은 루이 비통. 스웨터 위의 스웨터 빗과 스웨터 스톤, 빨래 대야, 양철 바구니는 모두 런드레스. 스프레이는 모두 머치슨-흄. 데님 관리용품은 모두 미스터 블랙. 주얼리는 모두 레 네레이드. 대리석 타일은 팀세라믹.

가죽 패널이 붙은 셀린 울 드레스를 동네 세탁소에 맡겼다가 매끈하던 가죽 부분이 걸레가 돼서 돌아온 적이 있는가? 질 샌더 셔츠의 칼라를 엉뚱한 모양으로 다려놓거나, 지워지지 않은 끌로에 실크 팬츠의 얼룩이 안 보인다고 고집을 부리는 사장님도 있다. 물론 압구정, 청담동 일대의 세탁 전문가에게 맡기면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동네 세탁소보다 두 배쯤 높은 가격에 거리가 멀다면 세탁물을 퀵 서비스로 보내야 하니, 세탁 몇 번으로 옷값을 넘어서는 건 순식간. 요즘엔 ‘망치더라도 내 손으로 망치는 게 낫다’며 간단한 건 집에서 조물조물 세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저의 세탁실은 세척 실험실 같아요. 빈티지 리넨이나 레이스 제품은 ‘르 블랑’ 리넨 전용 세제, 지용성 얼룩을 지우기 위한 애벌빨래에는 ‘펠스 나프타’ 비누, 드라이클리닝을 맡겨야 하는 옷의 얼룩은 ‘고다즈’의 드라이 클린 얼룩 제거제를 쓰죠.” 그야말로 세탁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디자이너 에린 페더스톤은 효과가 확실한 제품을 선호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DIY 관리’에 흥미를 갖도록 결정적 역할을 한 건 패션 아이템만큼 세련되고 섬세한 세제들이다. 일명 ‘부티크 세제’라 불리는 이 차세대 세제의 선구자는 바로 ‘런드레스’. 설립자(그웬 위팅과 린지 보이드)가 캐시미어 스웨터가 많기로 소문난 랄프 로렌의 디자이너 출신인 만큼 런드레스의 베스트 아이템은 ‘캐시미어 앤 울 샴푸’다.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길 때보다 집에서 이 제품으로 물세탁했을 때 촉감이 더 부드럽다는 평. 심지어 세제 전문 브랜드의 울 샴푸보다 세탁 후 수축률도 낮다.

위팅과 보이드는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직접 시연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먼저 스웨터를 뒤집으세요. 겨드랑이나 소맷단은 ‘워시 앤 스테인 바’ 비누로 문지르고, 얼룩에는 ‘스테인 솔루션’을 바릅니다. 이제 세탁기에 ‘캐시미어 앤 울 샴푸’를 넣고 울·섬세 코스로 돌리면 끝!” 사실 얼룩 제거제나 찌든 때 비누, 울 샴푸는 새로운 게 아니다. 보풀 제거용 스웨터 스톤 쪽이 훨씬 신기하다. “우리가 가장 신뢰하는 아이템입니다. 그래서 우리 브랜드에서도 만들게 됐죠. 실이 굵고 두툼한 스웨터에는 스웨터 스톤을 사용합니다. 보풀이 일어난 부분을 평평하게 잡고 스톤으로 살살 밀어주면 말끔해지죠. 실이 가늘고 조직이 촘촘한 니트에는 스웨터 빗이 적당하고요.” 옷이 제대로 마르지 않아 세균이 증식했을 때 나는 ‘쿰쿰한’ 냄새에는 김희애가 광고하는 사과 식초도 좋다. 그러나 런드레스의 ‘센티드 비네거’는 특유의 시큼한 냄새 대신 깔끔한 향이 솔솔 풍긴다.

최근 데님이 청바지나 셔츠뿐 아니라 재킷, 드레스 등 하이엔드 의상을 위한 소재로 폭 넓게 사용되면서 데님 관리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호주의 젊은 청바지 마니아가 론칭한 ‘미스터 블랙’과 스웨덴 브랜드 ‘탄젠트 GC’의 제품이 대표적이다. 뭐가 다를까 싶지만, 일반 세제보다 데님 조직 손상과 물 빠짐이 적다. 남성복 온라인 스토어 ‘미스터 포터’에 따르면 이미 워싱된 데님 제품은 그냥 빨아도 상관없다. 생지 데님이 관건인데, 일단 최대한 견딜 수 있을 때까지(최소 6개월) 빨지 않고 견디는 게 최고. “세탁은 섬유를 파괴하고 색을 빠지게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게 ‘데님 리프레셔’다. 데님 의류 전체에 골고루 뿌리면 때가 타는 걸 예방하고 땀으로 인한 오염과 냄새를 제거한다. 심각하지 않은 얼룩 역시 리프레셔를 뿌려서 비비면 대부분 지울 수 있을 정도. 드디어 세탁할 순간이 닥쳤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손빨래다(오, 신이시여!). 싱크대에 찬물을 채우고 옷을 뒤집어 담근 뒤, 데님 워시를 물에 풀고 손으로 조물조물한다. 그 상태로 30분에서 1시간 정도 놔둔 후 헹군 다음 널어서 말리면 끝. 빨래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는 이것조차 꽤 번거로울 수 있다. 그러나 ‘탄젠트 GC’의 설립자 데이비드 사무엘슨은 “만약 질 좋은 캐시미어 스웨터를 샀다면 그걸 관리하기 위해 좋은 세제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최근 장인 정신에 대한 열정, 옷감의 품질과 재단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에 맞는 관리도 필요하죠.”

바네사 트라이나 스노우의 온라인 몰 ‘더 라인’에서 판매하는 ‘백 버틀러’는 패션 에디터 출신의 맥스 케이터가 론칭한 세제 브랜드 ‘머치슨-흄’의 대표 아이템. ‘가방 집사’라는 재치 있는 이름처럼 가죽 가방을 깨끗하고 윤기 있게 관리하는 제품이다. 심지어 가방뿐아니라 가죽 의류나 카 시트, 휴대폰 케이스에도 쓸 수 있다. 케이터 자신은 ‘스웨이드 발렛’을 애용하는 편. “최근에 새 스웨이드 지미 추 구두를 샀거든요. 그래서 요즘엔 스웨이드 전용 클리너인 ‘스프레이 발렛’을 가장 많이 쓰고 있죠.”

알록달록한 케이스에 인조 레몬 향이 코를 찌르는 대용량 세제가 그동안 세탁실 선반을 차지해왔다. 세탁력이 지나치게 강해 옷이 상할 정도라 해도 뾰족한 대안이 없었던 것 또한 사실. 그러나 요즘 등장하는 부티크 세제는 순하면서 효과적인 친환경 소재로 섬세한 옷과 환경까지 보호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물론 샴푸보다 적은 용량인 500ml에 1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 좀 부담스럽긴 하다. 하지만 세탁할 때마다 깨끗해지긴커녕 후줄근해진 디자이너 의상을 보며 가슴 아파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