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키워드, 어워드 – 영화 편

2015년을 여덟 개 분야의 키워드로 분석했다. SNS를 달군 화제의 인물들과 올 한 해 문화·예술계 사건 사고에 대한 백과사전식 총정리. 그리고 객관적 자료와 주관적 잣대로 선정한 〈보그〉 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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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의 몰아치기

올해 서른이 된 유아인은 새해 시작과 함께 전력으로 달렸다. 극악무도한 재벌 3세 악당으로 출연한 영화 <베테랑>부터 송강호와 합을 맞춘 영화 <사도>, 그리고 지난해 <밀회> 이후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까지. 조선시대부터 현대를 오갔고, 무협 액션부터 정통 사극 연기를 가로질렀다. 작품에 대한 반응도 좋아 <베테랑>은 관객 동원 천만을 넘겼으며, 방영 중인 <육룡이 나르샤>는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다. 2006년 유약한 청춘을 연기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떠올리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육룡이 나르샤>가 끝난 뒤엔 박현진 감독의 영화 <해피 페이스북(가제)>이 기다리고 있으니, 당분간 유아인의 몰아치기는 계속될 듯싶다.

2천만의 영화

시장 팡파르가 두 번이나 울렸다.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꿈의 숫자라 불리는 천만 관객에 도달한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다. <명량> <도둑들> 등 그간 천만 영화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두 편이 연이어 천만 고지에 도달한 건 처음이다. <암살>이 7월 22일, <베테랑>이 8월 5일 개봉했으니 두세 달 사이에 2천만이 넘는 관객이 극장을 찾은 셈이다. 영화 주간지 <씨네21>의 이화정 기자는 “두 편의 천만 영화가 있었지만 전체 한국 영화 관객이 크게 늘어난 건 아니다. 시장 자체가 커졌다고 보기엔 애매하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장르 영화에 가까운 <베테랑>이 천만 영화가 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애국심이나 대국민 정서에 기대지 않고, 100억 이상의 제작비를 쏟아붓지도 않고 천만이란 숫자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첫 번째 사례다.

맨 월드 속 우먼 파워

<암살>과 <베테랑>, 그리고 <탐정: 더 비기닝>과 <대호>. 모두 수컷 냄새 물씬 풍기는 영화지만 그 뒤엔 사실 여자들의 파워가 있었다.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PD는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등을 데리고 <암살>을 찍었고, 외유내강의 강혜정 PD는 유아인, 황정민 주연의 <베테랑> 액션판을 지휘했다. 그 밖에도 권상우의 복귀작이었던 <탐정: 더 비기닝>의 윤창숙, 개봉 예정인 최민식의 대작 <대호>의 박민정, 강동원과 황정민 주연의 <검사외전>의 국수란 프로듀서 역시 남자들의 거친 현장을 이끈 여자들이다. 매해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되는 영화계 내 여성 인력들의 입지를 생각하면 주목할 만한 사실. 힘 세고 험한 현장 이겨낼 체력이 필수 조건이라 여겨지던 영화 제작에서 꼼꼼한 기획력과 재빠른 현장 지휘 능력의 여자들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고전 프랜차이즈 영화

30년 묵은 먼지를 털고 나온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기대 이상이었다. <꼬마 돼지 베이브>와 <해피 피트>를 만들던 70 넘은 노감독 조지 밀러가 이 케케묵은 시리즈를 가지고 최고의 걸작을 만들 줄 누가 알았을까? 더욱 놀라운 건 이 엄청난 스펙터클 영화가 배우들의 충실한 스턴트와 재래식 특수 효과 같은 고전적 테크닉을 통해 완성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전설의 귀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쥬라기 공원’의 육식 공룡들과 할아버지가 된 아놀드 슈왈제네거도 ‘터미네이터로’ 돌아왔다. 프리퀄 이후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줄 알았던 <스타워즈> 시리즈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속편 3부작의 포문을 여는 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고전 영화의 리메이크와 리부트 열풍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기대되는 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다. 아직 출연진은커녕 작가조차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는 비벌리힐스에서 열린 한 영화 행사에서 해리슨 포드를 향해 이런 말을 했다. “하루빨리 당신과 함께 <인디아나 존스 5>를 촬영하고 싶다. 이건 공식 발표가 아니라 나의 열렬한 희망이다.”

홍상수의 공장

홍상수 감독의 열일곱 번째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대상과 남우주연상을 탔다. 홍상수 감독의 해외 영화제 수상 소식이야 이제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아직 스크린에서 상영 중인 이 영화의 관객 수는 8만. 일견 초라한 숫자 같아도 8만은 홍상수의 영화 시스템 안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수치다. 홍상수의 영화는 최소한의 제작비로, 남의 돈 빌리지 않고 제작되기 때문이다. 일명 홍상수 사단이라고 불리는 배우들은 거의 노 개런티로 출연하고, 과도한 로케이션 따위는 없다. 영화 자체뿐 아니라 그 영화가 자리하는 환경까지 고려하는 태도가 역시나 거장의 품새다.

★Vogue Awards Movie★

연기 대상 촬영 분량의 절반을 뒤주에서 보내고, 돌바닥에 머리를 찧을 땐 실제로 피를 흘렸다. 영화 <사도>에서 유아인의 연기는 몸도, 마음도 쏟아부은 결실이었다.
최고의 패셔니스타 사제복이 이렇게 섹시해 보인 적은 없었다. 지난해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1년 만에 나타난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에서 사제복을 입었다. 심심하고, 따분하며, 답답하게만 느껴지던 사제복이 강동원의 긴 기럭지 위에서 재탄생하는 순간. 패션은 창조된다.
올해의 사장님 육탄전 속에서 그의 이 한 마디는 허를 찔렀다.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이거 다 배상하고 가시오.” 영화 <베테랑>에서 후반부에 딱 한 장면 나와 대박 웃음을 안겨준 건 아트박스 사장님 역할의 마동석. 상호명 사용 허가가 안 나면 ‘올리브영’으로 바꿀 예정이었다고 한다.
특급 술주정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서 정재영은 소주 연기의 신기원을 보여주었다. 술기운에 객기를 부리지만 몸도, 말도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을 극사실적으로 보여준 것. 과연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연기상’감이다.
의외의 흥행 앤 해서웨이와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인턴>. 꾸준히 관객을 불러 모으더니 개봉 7주째 350만 관객을 동원했고 현재도 박스 오피스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상태다. 이 허니버터칩 같은 영화의 성공 비결은 극심한 취업난 때문일지도.
신 스틸러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화염 방사 전자기타를 연주하던 빨간 내복의 기타맨. 멋진 주인공들과 임모탄의 아름다운 아내, 강렬한 메이크업으로 시선을 끈 워보이들 사이에서 파격 의상과 열정적인 연주로 뚜렷한 존재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