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키워드, 어워드 – 푸드 편

2015년을 여덟 개 분야의 키워드로 분석했다. SNS를 달군 화제의 인물들과 올 한 해 문화·예술계 사건 사고에 대한 백과사전식 총정리. 그리고 객관적 자료와 주관적 잣대로 선정한 〈보그〉 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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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요리한 외식과 ‘괴식’

2000년 외환 위기는 불닭을 낳았고, 2015년 불황은 치즈 등갈비를 창조했다. 대학가에선 캡사이신에 듬뿍 절인 등갈비에 치즈를 돌돌 말아 먹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매운 걸로 모자라 괴이한 맛을 원했고, 외식업계와 식품업계는 모든 음식에 ‘허니’를 뿌려 내놨다. 괴식 경험담이 SNS를 가득 채우는 와중에 정점을 찍은 건 롯데리아의 라면버거. 입안도 배 속도 가난해지는 맛이다. 불황은 뷔페의 유행도 가져왔다. 대기업 3사가 내놓은 한식 뷔페 CJ푸드빌 ‘계절밥상’,이랜드 ‘자연별곡’,신세계푸드 ‘올반’을 선두로, 분식 뷔페, 베트남 음식 뷔페 등 특화된 뷔페들이 등장했다.

배달의 민족

‘셰프테이너’의 인기는 사람들의 요리 욕구를 자극했다. 그리고 이는 ‘식재료 배달’이라는 니치 마켓을 끌어냈다. 테이스트샵, 푸드마스 등은 셰프의 레시피와 함께 식재료를 배달해주고, 헬로네이처, 푸드플랩 등은 클릭 한 번에 산지 식재료를 집 앞까지 대령한다. 1인분씩 포장된 재료로 프라모델을 조립하듯 요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덕분에 요리는 어렵지 않은 취미가 됐다. 기존의 배달 앱에서 나아가 배달하지 않는 식당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배달 대행 서비스들도 인기를 끌었다. 버드라이더스, 푸드플라이, 부탁해, 배민라이더스 등 골목골목을 누비는 오토바이 덕분에 배달 음식의 스펙트럼은 확장됐다. 역시 배달의 민족답다.

중화요리의 발견

요리 프로그램 <강호대결 중화대반점>은 공룡알만 한 완자라든가 종잇장 같은 두부 요리 등을 선보이며 중식이 대단히 창의적인 요리임을 증명해냈다. 중국집에서 주문하는 메뉴도 달라졌다. 짜장면이나 짬뽕을 넘어 그 범주가 넓어진 것. 중식이인기를 누리며 덩달아 떠오른 동네는 단연 연남동이다. 화교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긴 줄이 늘어섰다. 푸짐한 술안주로 멘보샤, 가지튀김, 만두, 대만식 돈가스 등이 식탁에 올랐다. “양꼬치엔 칭따오”라는 슬로건 아래 칭따오 맥주 매출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5년 미식의 주인공은 이탤리언도, 일식도 아닌 중식이다.

하이퍼 로컬 레스토랑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해 식재료를 직접 재배하는 레스토랑들이 주목받은 한 해였다. 텃밭에서 키운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고 구입도 할 수 있는 과천의 마이알레, 양평의 봄파머스가든 등이 대표적인 예다. 샘 킴 셰프의 보나세라처럼 도심 레스토랑에서도 텃밭을 가꾸는 곳도 늘었다. 홍대를 중심으로 버려진 옥상에 텃밭을 일궈 재배한 채소를 인근 식당에 납품하는 움직임도 일었다. 건강한 식탁을 원하는 ‘팜투테이블’ 문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식재료야말로 맛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푸드 코트의 진화

과거 푸드 코트가 쇼핑의 옵션 같은 존재였다면 요즘 쇼핑족은 일단 푸드 코트부터 들른다. 음식을 먹고 인증샷을 SNS에 올린 후, 쇼핑을 하는 식이다. 그러니까 쇼핑은 식후경인 셈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건대 커먼그라운드, 이마트타운 피코크 키친, 수원 AK&에서 노른자위 자리를 차지한 건 푸드 코트였다. 매그놀리아, 르타오, 몽상클레르, 핫텐도, 라메종뒤쇼콜라, 파블로…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유명 디저트 브랜드가 이들 푸드 코트에 대거 진출, 끊임없이 발길을 불러 모았다. 매그놀리아 컵케이크 두 개를 맛보려면 2시간 줄을 서야 할 정도. 거기에 지금 가장 잘나가는 스트리트 푸드와 지방 명물까지 일생에 한 번쯤은 찾아보고 싶은 맛집들이 365일 세일에도 백화점을 찾지 않던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Vogue Awards food★

올해의 어부지리 영화 <아메리칸 셰프> 덕분에 쿠바는 순식간에 샌드위치의 본고장으로 떠올랐다. 멜팅몽키, 더 버뮤다, 라이포스트, 얼티밋 쿠반 등 발 빠르게 쿠바 샌드위치를 내세운 식당들이 ‘영화 특수’를 누렸다.
육식계의 신데렐라 카페보다 멋진 정육점이 생겼다. 본앤브레드, 착한정육점, 감성고기, 미트크래프트 등 고기만 한 우물을 판 미남 장인들이 정성껏 숙성시킨 고기를 내놓았다. 보기 좋은 고기는 맛도 좋다.
길거리 푸드의 반전 길거리에서 건물로 본격 입성한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어묵. 삼진어묵, 고래사 등 부산 출신 어묵이 ‘어묵 카페’를 형성했다. 색다른 어묵을 먹고 싶다면 줄을 서시오~!
술집 베스트셀러 저도주에 열을 올리던 소주업계는 과일로 급회전했다. 처음처럼 순하리는 과일 소주 열풍을 불러왔고 자그마치 19종에 달하는 과일 소주가 나왔다. 도수는 14도까지 떨어졌지만 숙취는 독하디독하리. 후발 주자로는 3도짜리 밀키스 뽕따맛 ‘부라더#소다’가 급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