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찾은 패셔니스타 린드라 메딘

패션계의 아웃사이더, 린드라 메딘이 서울의 ‘맨리펠러’를 찾으러 왔다. 그녀와 나눈 짧지만 의미 있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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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K 당신을 서울에서 만나게 될 줄은!
LM 레어마켓의 ‘웰던(WE 11 DONE)’ 룩북 촬영 때문에 왔어요. 안 믿겠지만 촬영장에서 옷을 처음 봤어요. 옷도 보기 전에 서울행을 결심했죠. 제 성격상 룩북 촬영을 위해 14시간 비행기를 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VK 서울행을 결심한 이유는 뭐죠?
LM 서울은 잘 몰랐지만, 인스타그램에서 ‘레어마켓’을 먼저 팔로우했죠. 그리고 레어마켓을 운영하는 다미와 제시카를 알게 됐어요. 두말할 것 없는 ‘맨리펠러(Man Repeller)’였어요. 그들이 만든다면 미리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어요. 직접 보니 상상 이상이었어요!

VK ‘맨리펠러’란 ‘남자들이 싫어하는 동시대 패션 트렌드를 사랑하는 여자’로 알려져 있어요.
LM 결코 남자가 싫어할 만한 옷을 입거나 남자를 떼어내라는 말이 아니에요. 여성으로서 자신의 판단과 행동에 자신감을 가지란 목소리죠. 패션을 대하는 열정과 태도를 말하는 거예요.

VK 서울에서 만난 ‘맨리펠러’들이 궁금해요.
LM 분홍 한복 저고리와 노란 플레어 팬츠를 입은 시장 아주머니가 인상 깊었어요. 딱 제가 입고 싶은 옷이었죠. 청담동 여자들은 정말 화려했어요. 다들 반짝이는 주얼리와 가방, 특이한 아이폰 케이스를 갖고 있었어요. ‘맨리펠러’를 시작했을 때의 초심이 떠올랐죠.

VK 당신이야말로 매일 화려한 패션 가운데 사는 듯 보여요.
LM 솔직히 저는 패션계의 인사이더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언젠가 어느 인터뷰에서 저 자신을 아웃사이더로 얘기했죠. 미국이나 유럽에선 인터넷을 통해 이름을 알린 사람들이 패션계에서 좀 다른 부류로 취급된다는 걸 느꼈거든요.

VK <포브스>와 <타임>이 인정한 트렌드세터, 레이디 가가와 안나 윈투어를 제치고 ‘<애드위크>가 선정한 패션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에 든 당신이 아웃사이더라고요?
LM 에피소드를 들자면, 파리의 어느 패션쇼에서 뒤에 앉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한 적 있어요. ‘왜 린드라 메딘이 프런트 로에 앉아 있어?’라는 듯 말이죠.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아요. 저는 좋아하는 옷을 입고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 화려한 감투는 제 글이 인정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VK 당신의 사이트에 패션 이외의 분야에 관한 진지한 비평도 많더군요. ‘Man Repeller: Seeking Love. Finding Overalls’ 라는 책도 냈죠.
LM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해서 그런지, 책을 쓴다는 건 꿈 같은 일이었어요. ‘맨리펠러’ 역시 패션이 중심인 웹사이트지만 글이 더 중요해요. 글자 몇 줄과 사진으로 때우는 기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VK 이제 당신의 이름을 건 패션레이블에 도전해보는 건 어때요?
LM ‘맨리펠러’를 운영하는 이상 다른 일은 어려워요. 집중이 필요하니까. 만약 만든다면, 패션 레이블이라고 말하지 않을래요. 그냥 옷이죠. 이름도 없고 기본에 충실한 옷. 흔하지만 막상 찾으면 없는 그런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