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7과 함께 도래한 스타워즈 마켓

〈스타워즈〉 팬들이여! 고작 로고나 캐릭터 얼굴이 박힌 티셔츠와 플라스틱 피규어에 만족하는 시절은 이제 끝났다. 에피소드 7과 함께 도래한 은하계 못지않은 거대 스타워즈 마켓.

Galeries Lafayette X Star Wars

Galeries Lafayette X Star Wars

“원래 팬이었어요. 워낙 스타워즈를 좋아해서 작업실에도 피규어가 있죠.” 지난 서울 패션 위크에서 ‘에이치 에스 에이치’쇼가 중반을 넘어설 때쯤 저지 농구 티셔츠 위에 스톰트루퍼와 다스 베이더 프린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순수하게 개인적 기호라고 하기엔 좀 갑작스러웠으나, 쇼 직후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디자이너 한상혁은 컬렉션을 준비하던 중 디즈니 측에서 먼저 협업을 제안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얼마 전 <보그>와 스타워즈 테마의 화보를 촬영한 엑소 역시 스타워즈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디지털 싱글 <라이트세이버>를 발표했다. 대체 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은 뭘까? 스타워즈의 포스가 다시 깨어난 게 분명하다. “아임 유어 파더!”

지금까지의 스타워즈 ‘굿즈’라면 캐릭터 피규어나 로고가 인쇄된 프로모션용 티셔츠, 패스트푸드점의 프로모션 정도가 전부였다(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원소스 멀티유즈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걸 사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스타워즈라면 뭐든 사 모으는 오타쿠형 마니아거나 부담 없는 금액에 농담 따 먹기를 할 만한 기념품이 필요한 사람뿐. 그렇지만 에피소드 7의 개봉을 한 달 앞둔 지난 11월부터 쏟아진 ‘스타워즈템’은 기념품 수준의 1차원적 범위를 훨씬 넘어서 하나의 마케팅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번듯한 행사는 뉴욕 블루밍데일 백화점에서 열린 ‘포스 4 패션’. 디즈니 소비재 부문 사장 레슬리 페라로는 행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영화와 패션 상호 간의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는 협업입니다. 대중문화의 역사에 기록될 순간이죠. 실력파 디자이너들이 스타워즈 캐릭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익금은 좋은 곳에 쓰이니까요.” 디즈니사는 블루밍데일 백화점과 함께 디자이너 10팀을 선정, 영화 의상 감독 마이클 캐플란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은 옷을 의뢰했다. 이 옷은 블루밍데일에 전시되며, 온라인 경매로 판매된 수익금은 아동정신건강센터에 기부된다. 참여한 디자이너 명단도 쟁쟁하다. 랙앤본, 오프닝 세레모니, 자일스 디컨,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등등. 이 행사는 뉴욕에 이어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에서 ‘패션 파인드 더 포스’라는 이름으로 열렸는데 영국 버전의 디자이너 리스트 역시 훌륭하다. 아지앤샘, J.W. 앤더슨, 피터 필로토 등등.

이번 스타워즈 마케팅이 공격적이고 전방위적으로 느껴지 는 가장 큰 이유는 하이엔드 디자이너와 백화점의 적극적 참여 덕분이다. “우리의 전략은 아주 세분화돼 있습니다. 대중 시장부터 최상위 소비층까지 패션 아이템을 개발하고 있죠. 특히 소녀와 성인 여성들을 위해 범위를 넓히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스타워즈 라이선스 부사장 폴 서던의 설명처럼 각 도시의 대표 쇼핑 플레이스로 꼽히는 백화점은 각각 이벤트를 진행했다. 뉴욕 블루밍데일과 런던 셀프리지 외에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서울 신세계. “디즈니와의 이번 공동 마케팅은 특히 풍성하게 구성됐죠. 신세계백화점에서 상품을 자체 제작한 건 이번이 거의 처음입니다.”

물론 영화 속 전쟁에 맞먹는 범지구적이고 공격적 마케팅 뒤에는 2012년 루카스필름을 인수한 디즈니사가 버티고 있다. 12월 17일에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합병 후 첫 에피소드인 셈이다. 게다가 새로운 등장인물(레이, 카일로 렌, 악당 캡틴 파스마)의 ‘굿즈’를 만들어달라는 팬들의 아우성은 개봉하기 훨씬 전부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결정적으로 이 신작에서 발생할 수익이 대략 50억 달러에 이를 거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디즈니의 ‘스타워즈 잔치’에 불을 붙였다. 실제로도 스타워즈는 1977년 첫 에피소드 개봉 이후 역사상 라이선스 사업으로 가장 큰 수익을 벌어들인 영화로 기록된다. 해리 포터의 타깃은 아이들로 한정적이고, 제임스 본드는 오메가, 톰 포드 등 하이엔드 마켓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마셜 코헨 NPD 수석 분석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스타워즈처럼 상징적 브랜드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성별과 연령, 생활 방식에 상관없이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니까요.”

꾸준하고 널리 사랑받아왔다는 사실은 엄격히 말해 다소 ‘남발’되는 와중에도 각기 기발하고 질 좋은 결과물을 완성해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스타워즈는 영감의 대상이다. 2016년 봄 컬렉션에 스카이워커가 입을 만한 옷을 선보인 J.W. 앤더슨은 “디자이너들이 미래적인 디자인을 할 때면 스타워즈를 꼭 참고한다”고 얘기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발렌시아가 시절을 돌이켜보면 2007년 봄 컬렉션의 황금 레깅스는 어리바리한 로봇 C-3PO를 연상시킨다. 또 2012년 가을 컬렉션의 잇 아이템인 네오프렌 스웨트셔츠에는 스타워즈 포스터와 유사한 프린트가 있었다. 2014년 가을 시즌에는 로다테의 멀리비 자매가 스타워즈 이브닝 드레스로 피날레를 장식했을 뿐 아니라 프린의 부부 디자이너는 가슴팍에 커다랗게 다스 베이더 마스크를 박은 실크 드레스도 선보였다. 에피소드 7을 위한 협업에도 기꺼이 참여한 프린의 저스틴 손튼은 스타워즈의 오랜 팬을 자처한다. “오리지널 시리즈(팬들 사이에서 첫 세 편인 에피소드 4·5·6을 이르는 말)는 제 삶의 중요한 시기에 개봉했고, 취향이나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는 농담조로 덧붙였다. “아내인 테아와 종종 말하곤 해요. 만약 우리 둘 다 좋아하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제다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