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이제 뒷모습에 집중할 차례

2017.07.13

by VOGUE

    이제 뒷모습에 집중할 차례

    런웨이, 포토월, 스트리트 사진까지 우리는 늘 앞모습에 익숙하다. 이제 뒷모습에 집중할 차례다. 걸어 다니는 패션 캔버스가 된 우리 여자들의 ‘등’에 대해.

    최근 각 나라 <보그> 패션 에디터들의 위시 리스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아이템은? 구찌의 ‘블로퍼(Bloafer)’나 베트멍의 야상 점퍼가 아닌, 바로 ‘카인 런던(Caine London)’의 데님 재킷이다. 아직 생소한 카인 런던은 <로피시엘> <헝거> 등에서 활약 중인 스타일리스트 해일리 카인(Hayley Caine)과 플로렌스 웰치의 데뷔 앨범을 함께한 뮤지션 맷 알친(Matt Allchin)이 론칭한 브랜드다(해일리와 맷은 3년 전 펍에서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 ‘Dream Boats’라 이름 붙인 데뷔 컬렉션은 리폼한 빈티지 리바이스 데님 재킷으로 채웠다. 그게 특별한 이유? 등판에 색색의 그림을 손수 그려 넣었다는 사실. 커트 코베인, 조니 뎁, 투팍 같은 90년대 추억의 스타 얼굴을 아주 오래된 영화 간판 속 인물처럼 그리는가 하면, 서커스 텐트 못지않게 알록달록한 그래픽 아트를 더하거나, 디자인에 따라 ‘No. 1’부터 번호를 매겼다(현재까지 나온 건 ‘No.8’까지다). 한 벌을 그리는 데 길게는 3일까지 걸리기에 절대 ‘착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늘특별한 것을 찾는 패션 피플들을 사로잡기엔 충분하다(다음 시즌에는 마릴린 먼로, 마일리 사이러스 등의 얼굴도 추가된다).

    Caine London

    Caine London

    Caine London

    그나저나 대체 언제부터 옷의 뒷면이 이토록 중요해진 걸까? 사실 뒷면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런웨이 사진은 늘 앞모습뿐인 데다 포토월 앞의 셀러브리티 역시 늘 앞모습으로만 포즈를 취했다.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종이 인형처럼 우리 여자들이 하나의 룩을 떠올릴 땐 늘 앞모습이었고 뒷모습에 대한 기억은 거의 백지상태였다. 그런데 이 도화지 같은 뒷모습이 패션 캔버스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일명 ‘뒷모습 뮤즈’들을 한번 살펴보자. 2016 S/S 패션 위크 기간 동안 카메라 세례를 가장 많이 받은 인물은 뮤지션 캐롤라인 브릴랜드(다이애나 브릴랜드의 증손녀!)와 스타일리스트 시어 마리였다. 패션계 대표 절친인 두 아가씨는 매번 완벽하게 맞춘 ‘트위닝’을 보여줬다. 그런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끝내주게 빼입은 두 사람의 파파라치 사진은 유난히 뒷모습이 많다. 등판에 ‘GCDS I ♡ HER’라고 수놓인 보디수트와 데님 팬츠를 맞춰 입거나, 둘이 나란히 섰을 때 등 위에 ‘BEST FRIEND’라는 문구가 완성되는 가죽 재킷을 입고 다닌 것. 수많은 ‘좋아요’가 눌리며 도대체 어떤 브랜드의 것인지,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든 ‘BEST FRIEND’ 가죽 재킷은 바로 ‘베다(Veda)’의 스페셜 컬렉션 제품. 일명 ‘BFF(Best Friends Forever) 재킷’이라 불리는 이 재킷은 ‘BE’와 ‘FRI’가 적힌 버전과 ‘ST’와 ‘END’가 적힌 버전을 한 쌍으로 구입해야 문구가 완성된다(물론 함께 걸을 때도 왼쪽과 오른쪽을 잘 맞춰 걸어야 폼 난다).

    등을 장식하는 방법 역시 다양하다. 모스키노 봄 컬렉션에는 세차장과 공사판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대표적인 예는? 앞에서 볼 땐 영락없이 클래식한 트렌치 코트 드레스지만, 등엔 큼지막하게 ‘CAUTION’이라고 주의 표지판을 그려 넣는 식의 반전 패션. 그런가 하면 비욘세부터 리타 오라까지 팝 스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오프화이트의 대표 아이템인 카무플라주 점퍼의 경우, 등 전체를 ‘WHITE 13’이라는 문구로 채웠다(페인트와 롤러로 시원시원하게 칠한 느낌). 또 브라이언 보이가 즐겨 입는 태국 브랜드 ‘Q Design and Play’는 봄버 재킷의 등에 사인펜으로 남자의 얼굴을 그렸다. 지난 시즌부터 팬츠, 가방, 신발, 모자 등에서 맹활약하는 배지와 와펜으로 등판을 한가득 꾸밀 수도 있다(지난 파리 패션 위크에서는 가죽 재킷의 등판을 빼곡히 채운 샤넬 자수 패치가 눈길을 끌었다). 좀더 공들인 경우는? 질다 암브로시오는 안드레아 폼필리오의 2016 봄 남성복 셔츠로 ‘청청 패션’을 선보였는데, 셔츠 뒷면에는 ‘Love Me Forever or Never’라고 촘촘히 수놓여 있었다. 또 수주의 이자벨 마랑 실크 봄버 재킷은 등판에 한가득 대형 독수리와 휘몰아치는 파도가 한 폭의 그림처럼 수놓여 있었다.

    Caroline Vreeland & Shea Marie

    Chiara Ferragni

    Soo Joo

    Bryan Boy

    Beyoncé

    Gilda Ambrosio

    Moschino

    늘 신상 하이패션 아이템과 스트리트 분위기의 아이템을 기똥차게 믹스매치하는 키아라 페라니만의 노하우는? 그녀는 리폼 전문 브랜드 ‘재이디(Jaydee)’를 애용한다고 고백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스트리트 사진을 남긴 ‘CHIARA’, 혹은 ‘#THE BLONDE SALAD NEVER STOPS’라 적힌 가죽 재킷은 모두 재이디의 솜씨라는 것. “온라인 사이트(shopjaydee.com)를 통해 원하는 문구부터 그림까지 주문 제작 가능하고, 핸드 페인팅은 물론 자수, 비즈 장식까지 가능하니 세상에 단 하나뿐인 등판으로 개성을 뽐낼 수 있죠. 제 옷장은 이미 재이디의 작품으로 가득하죠.” 어떤 것을 채워 넣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라면? 카인 런던 듀오 디자이너의 작업 방식을 참고하시길. “좋은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며 자유롭게 대화하다 보면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어요. 그 순간, 둘이 함께 외치죠. 좋아, 재킷 등판에 일단 그려보자고!”

      에디터
      임승은
      포토그래퍼
      GETTYIMAGES / MULTIBITS, COURTESY OF CAINE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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