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뉴트럴 세대

내가 이 기사를 썼다는 게 <보그> 이탈리아를 위해 진심으로 자랑스럽다. 이 글을 쓰던 당시 나는 내 친구이자 보그 이탈리아의 편집장인 프란카 소짜니(Franca Sozzani)가 스티븐 마이젤과 피터 린드버그의 앵글에 담긴 너무나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통해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젠더 뉴트럴 스토리를 구상하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 다음은 2015년 11월에 쓴 글이다.

땅거미가 드리우는 거리에 두 모델이 실루엣을 드러냈다. 풀어헤친 머리에 루즈하고 길게 늘어진 스웨터는 무릎까지 내려왔고, 스키니 팬츠에 스니커즈를 신었다. 두 남자의 외출인 걸까? 연애하는 커플? 활동적인 두 여성? 그 누가 알 수 있으랴. 밀레니엄 세대의 성별은 옷으로 가늠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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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세대’는 내 눈 앞에 펼쳐진 패션에 대해 나 스스로 고안해낸 명칭이다. 이제 말하는 방식이나 헤어스타일 또는 태도로 성별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로맨틱한 장미 문양 셔츠는 여자뿐 아니라 남자 옷장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다. 긴 머리? 짧은 머리? 그 누가 무엇이 맞다 말할 수 있나. 아니, 그런 것에 누가 신경을 쓰긴 하나?
성별 구분에 있어서 더 이상 드레스 코드나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 폴 고티에가 <맨 인 스커트(Men in Skirts)> 컬렉션을 선보이며 자아낸 충격과 드라마는 자그마치 80년대에 일어난 일이다. 그 컬렉션은 1920년대, 여성이 처음으로 바지를 입고 등장했을 때만큼이나 소란을 야기했다.

그런면에서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패션영역에서 충돌이 없다. 비판도 없고 그러한 논의를 해야 할 이유도 없다. 현대 여성들이 진취적으로 성별의 구분을 뛰어넘어 근사한 팬츠수트에 킬힐을 신고 회의장에 성큼성큼 들어서면서 옷에 대한 성차별적 이슈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사무실 탕비실에서 잡담을 하건 스마트폰을 들고 회의실 소파에 웅크려 있건 간에 유니섹스 스타일은 모든 공격성을 내려놓고 있다. 어떤 오피스 레이디도 더 이상 책상 앞에서 일을 하기 위한 옷을 입지 않는다. 아마 그런 옷은 가지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옷으로 동료를 평가하지 않는 세대에 있어서 신선한 점이 있다. 패션 에디터로서 나는 현재의 룩이 그저, 어떠한 주장도 하지 않는 평범한 옷을 가장 잘 묘사하는 단어일 놈코어의 또 다른 종류는 아닐지 정의 내리려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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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젠더 뉴트럴 룩에는 어떤 생각과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프랑스의 디자이너 집단인 베트멍(Vetements)은 ‘보통의’ 의상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이전에 마틴 마르지엘라가 그랬듯. 그리고 패션에 더 이상 메시지가 담기지 않았다 해서 사람들이 옷을 덜 사랑하게 된 건 아니다. 그 옷을 입는 사람이 과감하다 던지 보수적이라 던지 그 둘 사이 어디쯤에 있다고 구별시켜주는 분명한 메시지 말이다.

가장 명백한 변화의 징조는 반드시 어떻게 입어야 한다던가 반대로 금기시되는 옷차림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공격적이고 야망에 찬 남성을 위한 권위의 마지막 발악으로 보였던 남자들의 넥타이는 어린 소년들이 특정 방식으로 끈을 묶도록 배워야 했던 브로그 구두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요즘 세상에 스니커즈 끈을 묶는 방법을 강요 받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스커트보다 바지를 즐겨 입는 여성은 한때 사회적으로 매우 위험한 존재로 치부됐다. 이제는 예전에 스커트가 그러했듯 다양한 팬츠의 타입과 모양이 존재한다. 속옷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와 70년대 여성의 권위가 진일보 하던 시절, 사라져야 할 물건 1순위로 꼽혔던 브래지어는 성차별적인 오브제의 아이콘으로써 화형까지 당하는 드라마틱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과도기를 거친 오늘날 여성들은 그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체형에 알맞은 속옷을 골라 입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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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트랜스젠더’라는 용어는 많이 사용된다. 이는 카다시안의 아버지 브루스 제너가 케이틀린 마리 제너(Caitlyn Marie Jenner)가 되었듯 출생증명서에 쓰여진 성별과 실제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남성과 여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좀더 일반적으로 ‘성전환’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트랜스여성이 되기로 결정한 제너의 급진적인 결정은 현대 패션에서 표현하고 있는 ‘성의 공유’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외모에 있어 젠더 뉴트럴하다는 건 도발적인 주장이 아니다. 그보단 옷을 입는 사람에게 적절히 어울리는 현대적 패션을 아우르는 것에 가깝다.

예를 들어 패턴이 들어간 의상은 남성들이 프록코트와 수 놓인 베스트, 그리고 화려한 벨벳슈즈를 포기하고 진중한 수트를 선호하게 된 때부터 여성스러운 것으로 치부 당하게 되었다. 스트라이프와 체크 같은 특정 프린트만이 ‘남성적’인 걸로 받아들여졌다. 파스텔 핑크나 라일락 컬러와 같은 색깔들도 한때는 ‘남성스럽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한 고정관념은 이제 드라마틱하게 바뀌고 있으며 디지털 프린팅과 디자인 덕에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제 남성이 동물이나 넓은 풍경 그림이 그려진 커다란 스웨트 셔츠를 입는다 해도 완전히 평범하게 보인다. 요즘엔 플라워 프린트와 투명한 쉬폰, 또는 레이스마저 아무렇지 않게 남성복에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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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성과 여성성을 가장 밀접하게 연계시키는 디자이너는 바로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다. 미켈레만의 페르소나와 컬렉션은 마치 젠더 믹서라도 사용하는 양 성적 특성을 혼합하는 듯 하다. 심지어 미켈레는 턱수염과 대조되는 긴 곱슬머리로 본인 자신이 드라마틱한 크로스젠더적 이야기를 드러낸다.

그나저나 왜 이 모든 것들이 새삼스러울까? 믹 재거는 거의 반 세기 전인 1969년 미켈레와 비슷한 헤어 스타일을 했고, 롤링스톤즈 공연에서 로맨틱한 하얀 프릴 셔츠를 입어 세상을 놀래 켰는데. 같은 해 업스테이트 뉴욕에서 열린 우드스탁 페스티벌에선 로맨틱한 젠더 믹스 정신을 표현했고.

과거의 선언들과는 대조적으로 오늘날 애매한 젠더 스타일은 도발적인 주장이 아니다. 그저 삶의 방식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이 진리일까? 아니면 이러한 스타일을 입는 대부분의 십대와 이십 대들은 훗날 취업을 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부모라는 위치에 ‘안착’하게 되면 좀더 형식적인 옷을 입으면서 이런 상황에서 빠져나가게 되는 걸까? 하라주쿠에서 놀고 있는 일본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인생선배들이 아마도 성숙해지고 ‘어른들’의 진중한 패션에 이끌리게 되면서 결국 매년 교체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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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단언할 수 없는 문제 하나는 화려한 수컷 공작새나 꼭 안아주고 싶은 새끼 고양이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왜 젠더 뉴트럴한 의상을 입는가 하는 것이다. 성적인 파트너십에 돌입했을 때엔 추파를 던지기 위해 쫙 빼 입어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성별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정신없이 소용돌이치고 물결치는 스커트나 팬츠, 또는 건방진 포트레이트 네크라인, 골반에 걸치는 팬츠 따위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게 될 것이다.

패션에 있어서 섹스 플레이가 전혀 사라질 확률?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본다.

English Ver.

Generation Gender Neutral
I AM PROUD to have written the following article for this month’s edition of Vogue Italia, not knowing at the time that my friend and Vogue Editor-in-Chief Franca Sozzani was following the same gender-neutral story in a magnificent meld of images from Steven Meisel to Peter Lindbergh. Here are my words, written in November 2015.

Two figures are silhouetted on the street at dusk: floppy hair, loose, elongated sweaters cropped at the knees, skinny pants, sneakers. Two guys hanging out? Girl-meets-boy? A dynamic female duo? Who knows? Because you can’t judge the sex of millennials by their clothes.
“Generation Gender Neutral” is my name for the fashion I see before me. It is difficult to define gender by body language, by hairstyle or by attitude. A romantic, rose-patterned shirt is as likely to belong to a man as to his partner. Long hair? Cropped hair? Who can tell? Who cares?

There are no longer dress codes or rules when it comes to divisions between the sexes. How I laugh when I recall the shock and drama Jean Paul Gaultier caused with his “Men in Skirts” collection! In the Eighties! It caused nearly as much fuss as women first wearing trousers in the Twenties.

Growing up today is relatively un-conflicted in the fashion arena. There are no judgements, nor reasons to have such discussions. While women were once aggressively gender bending, breaking the glass ceiling by striding into the boardroom in a broad-shouldered trouser suit and killer heels, that kind of clothing statement no longer exists.

Hanging out in the office kitchen, or curled up on the meeting-room sofa with a smartphone, all the aggression has faded from androgyny. Office workers don’t dress for the desk. They might not even have one.

There is something refreshing about a generation that does not judge peers by their clothes. As a fashion editor, I have tried to decide whether the current look is just another kind of normcore, which is best described as average clothing that makes no statement at all.

But I believe that thought and effort goes into gender-neutral clothes. Vetements, the French collective of designers, makes a statement about “ordinary” clothes, just as Martin Margiela did before them. And people don’t love their wardrobes less because clothes are no longer filled with messages that label the wearer as either daring or conventional – or something between the two.

The most obvious sign of change is the end of dressing imperatives or taboos. The necktie seemed to be the last remnant of authority for the thrusting, ambitious male. It went along with brogues laced in a particular way that is taught to young boys. Funny how no one seems to have a problem with learning to lace a sneaker!

A woman wearing trousers, rather than a skirt, was once the big taboo. Now there are as many trouser types and shapes as there once were for skirts. In the game-changing Sixties and Seventies, one of the first seminally feminine artefacts to go was the bra, with dramatic gestures about burning this sexist object. All that drama has long since gone and women just choose underwear that suits their lives.

The term “transgender” is used a lot today. It refers to men and women – like the Kardashian family’s “Caitlyn Marie Jenner”, formerly Bruce Jenner – whose identity is at odds with the sex given on their birth certificate. The result is more generally recognised as a “sex change”. But Jenner’s radical decision to become a trans woman is completely different from the shared gender expressed in modern wardrobes.

Being gender neutral in appearance is not a provocative statement. It is rather the embrace of any modern fashion that seems appropriate to the wearer.

For example, patterned clothing was viewed as feminine from the age when men renounced frock coats, embroidered waistcoats, and fancy velvet shoes in favour of sober suits. Only certain prints, such as stripes and checks, were acceptable as “masculine”. Even colours such as pastel pink or lilac were once thought of as “un-manly”.

Such fixed ideas have now changed dramatically, fired up by digital printing and design. It now seems perfectly normal for a man to wear a giant sweatshirt patterned with animals or vast vistas of landscape. More recently, flower prints and transparent chiffon or lace have moved into the male closet.

The designer most closely associated with the blend of masculine and feminine is Alessandro Michele at Gucci. His own persona and in collections seem to mix sexuality as if using a gender blender. Even his long, wavy hair contrasting with a beard, makes a dramatic cross-gender statement.

Why is all this so new? Mick Jagger had a similar long hairstyle nearly half a century ago in 1969, wowing the world by wearing a romantic, white frilled shirt as he performed with The Rolling Stones. In the same year, the Woodstock festival in upstate New York expressed a romantic male/female spirit.

By contrast to the past manifestations, blurring gender styles today is not a provocative statement. It is just a way of life. But is this true, or are these styles worn mostly by teens and twenty-somethings who will graduate to more formal clothes as they rise in the workplace and ultimately “settle down” as parents? After all, the Japanese kids hanging out in Harajuku are replaced each year, while their predecessors presumably mature and gravitate to “grown up” fashion sobriety.

The one element that I cannot define is whether gender-neutral clothes are worn by couples who have no interest in playing peacock male or cuddly kitten because sexual activity itself has become the norm. Why dress to flirt or to kill when sexual partnerships are a given? But if that is so, there will never be another crazy, whirling, swirling skirt nor trousers that deliberately outline genitals; no more cheeky portrait necklines nor low-slung pants.

No fashion sex-play at all? I wouldn’t bet on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