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헤인즈와 샌디 파월의 패션 위크 참관기

영화는 우리에게 ‘영화 의상’이라는 영감 넘치는 패션을 선물했다. 화제작 〈캐롤〉을 위해 의기투합한 감독 토드 헤인즈와 디자이너 샌디 파월이 패션 위크를 참관하며 또 어떤 영감을 얻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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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처럼 패션에서도 몇 가지 질문은 대답하기 힘든 채 남아 있다. 즉, 영향력과 영감이라는 회전목마에서 패션과 영화 중 뭐가 먼저일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식의 논쟁을 곰곰이 생각해볼 재미있는 방법은 패션 위크 때 영화감독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내가 최근에 토드 헤인즈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다른 감독들과 달리 헤인즈는 패션의 분위기와 감정을 정확히 포착해낼 줄 안다.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에서 줄리앤 무어를 거의 질식시킬 듯 보였던 가을 색조의 상류사회 드레스의 향연을 비롯해 그의 최근 영화 <캐롤>에서 루니 마라의 카메라에 잡힌 케이트 블란쳇의 긴 장갑과 실크처럼 말이다. 자동차 여행을 따라가는 이 작품은 이미 봄 시즌의 슬립 드레스 & 나이트웨어 분위기(캘빈 클라인과 알렉산더 왕을 보라)를 전하는 듯 보인다. “옷은 당신이 그 캐릭터로 분할 때 명심해야 할 언어의 상징적 아이템입니다”라고 헤인즈는 말한다.

패션 위크에는 오스카상을 수상한 의상 디자이너이자 오랫동안 헤인즈의 협력자였던 샌디 파월이 동행했다. “현대 패션에는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요. 패션 디자이너들이 시대 의상이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이치죠”라고 파월은 말한다. “우리 모두 서로의 아이디어를 훔칩니다.” 그녀는 준야 와타나베 데님 프린트 팬츠, 캡 슬리브의 흰색 면셔츠, 그리고 은색 시몬 로샤 부츠 차림으로 톰 브라운 쇼장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헤인즈가 감독한 글램 록 영화의 고전이자 지금도 디자이너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벨벳 골드마인>을 처음 풍문으로 듣던 시절에 대해 얘기했다. 지기 스타더스트 힐이 가득한 로다테의 반짝이는 봄 컬렉션을 보시라. “나도 저걸 해야지, 라는 생각뿐이었어요.”

파월은 헤인즈가 정확한 주제와 방향보다 색조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고 얘기한다. “그는 색깔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지녔어요.” <캐롤>의 경우 그녀는 옛날 <보그>를 보며 블란쳇의 장갑에 대해 영감을 얻었다고 전한다. “40년대와 50년대에 나온 어떤 <보그>를 보더라도 모든 사람이 그 장갑을 끼고 있으며, 그게 계속 등장합니다”라고 파월은 말한다. 그리고 <캐롤>을 찍은 신시내티에서 재봉사들은 바느질하고 또 했지만 중요한 순간 파월 자신마저 재봉틀을 잡았다고 덧붙인다. 왜 루니 마라에게 별난 빵모자(원래 스코틀랜드에서 쓰던)를 씌웠나? 그녀는 스텔라 맥카트니의 타탄체크를 예상한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녀가 분한 캐릭터가 기본적으로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파월은 대답할 뿐이다.

톰 브라운 쇼의 프런트 로에서 파월은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큐레이터인 앤드루 볼튼과 2013년 그곳에서 열린 전시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그녀의 다음 프로젝트는 펑크 외계인을 테마로 한 로, 엘르 패닝과 니콜 키드먼이 출연한다). 파월은 나무로 지은 학교 건물에 모인 일본 여학생들(혹은 행성 사이를 이동하는 카우보이들?)이 입은 톰 브라운 인타르시아 재킷의 행렬이 꽤 인상적이라고 여겼다. 안테나처럼 땋아서 하늘로 솟구친 머리는 특히 더! “이번 쇼는 하루 종일 호텔 방에서 외계인을 그려온 누군가에게 정말 멋진 쇼입니다”라고 파월은 말한다.

 

패션 위크가 끝을 향할 때 우리는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헤인즈를 만났다. 그리고 마르케사 패션쇼를 보기엔 약간 이른 시간이라 킹 콜 바의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헤인즈는 자신이 처음 본 패션쇼를 기억하고 있다. 케이트 블란쳇과 함께 참석한 톰 포드 패션쇼였고, 마지막 순간에 초대 받았다. “뭘 입었죠?”라고 파월이 묻자, “당신이 함께 체크 했잖아요!”라고 헤인즈가 대답했다. 우리는 마르케사 쇼를 보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영화감독 입장에서 그 패션쇼는 이런저런 상을 받을 사람들이 레드 카펫에서 입을 법한 그런 가운의 프리뷰 같았다. 크리스티나 헨드릭스와 안나소피아 롭도 참석했다. 그러나 헤인즈와 파월은 마르케사의 디자이너인 조지나 채프먼의 남편이자 프로듀서일 뿐 아니라 <캐롤>의 배급자인 하비 와인스타인과 수다를 떨었다. 채프먼이 파월 작품의 엄청난 팬이라고 와인스타인은 우리에게 말했다.

새에게 영감을 얻은 가운의 깃털과 튤의 행진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헤인즈와 파월은 박수를 치고 자동차로 달려가 이제 막 시작한 안나 수이의 폴리네시아 테마 쇼를 향해 달렸다. 영화 레퍼런스에는 도로시 라무어, 영화 <블루 하와이> 시절의 엘비스, 그리고 1941년 에 출연했던 바바라 스탠윅이 포함돼 있었다. “저는 라메 조각이 장식된 파인애플 프린트가 맘에 들었어요”라고 쇼가 끝난 후 파월은 말했다. 그러자 헤인즈는 “저는 문신처럼 보이는 보디수트가 마음에 들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 개의 쇼를 본 겁니다. 저는 그들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 좋았어요”라고 파월은 말한다.

“톰 브라운 쇼가 가장 구성이 뛰어난 것 같아요.” 갑자기 감기 때문에 그 쇼를 놓친 헤인즈가 얘기했다. “거기엔 약간의 이야기가 있었어요. 저는 그것을 여교사로 변신한 신부로 봤어요. 그리고 그녀가 들어서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니까 <제복의 처녀(Madchen in Uniform)> 같았군요”라고 헤인즈가 얘기했다. “그랬어요, 그 영화를 잊고 있었네요”라고 파월이 맞받아쳤다. “그것은 실제로 <캐롤>에 좋은 전조예요”라고 다시 헤인즈가 설명했다. “그건 최초의 공공연한 레즈비언 러브 스토리입니다. 30년대 여교사와 여학생의 관계를 다룬 독일 영화죠. 그들은 모두 유니폼을 입고 있습니다. 고전이라 할 만한 작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