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토드 헤인즈와 샌디 파월의 패션 위크 참관기

2016.03.16

by VOGUE

    토드 헤인즈와 샌디 파월의 패션 위크 참관기

    영화는 우리에게 ‘영화 의상’이라는 영감 넘치는 패션을 선물했다. 화제작 〈캐롤〉을 위해 의기투합한 감독 토드 헤인즈와 디자이너 샌디 파월이 패션 위크를 참관하며 또 어떤 영감을 얻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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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처럼 패션에서도 몇 가지 질문은 대답하기 힘든 채 남아 있다. 즉, 영향력과 영감이라는 회전목마에서 패션과 영화 중 뭐가 먼저일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식의 논쟁을 곰곰이 생각해볼 재미있는 방법은 패션 위크 때 영화감독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내가 최근에 토드 헤인즈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다른 감독들과 달리 헤인즈는 패션의 분위기와 감정을 정확히 포착해낼 줄 안다.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에서 줄리앤 무어를 거의 질식시킬 듯 보였던 가을 색조의 상류사회 드레스의 향연을 비롯해 그의 최근 영화 <캐롤>에서 루니 마라의 카메라에 잡힌 케이트 블란쳇의 긴 장갑과 실크처럼 말이다. 자동차 여행을 따라가는 이 작품은 이미 봄 시즌의 슬립 드레스 & 나이트웨어 분위기(캘빈 클라인과 알렉산더 왕을 보라)를 전하는 듯 보인다. “옷은 당신이 그 캐릭터로 분할 때 명심해야 할 언어의 상징적 아이템입니다”라고 헤인즈는 말한다.

    패션 위크에는 오스카상을 수상한 의상 디자이너이자 오랫동안 헤인즈의 협력자였던 샌디 파월이 동행했다. “현대 패션에는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요. 패션 디자이너들이 시대 의상이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이치죠”라고 파월은 말한다. “우리 모두 서로의 아이디어를 훔칩니다.” 그녀는 준야 와타나베 데님 프린트 팬츠, 캡 슬리브의 흰색 면셔츠, 그리고 은색 시몬 로샤 부츠 차림으로 톰 브라운 쇼장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헤인즈가 감독한 글램 록 영화의 고전이자 지금도 디자이너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벨벳 골드마인>을 처음 풍문으로 듣던 시절에 대해 얘기했다. 지기 스타더스트 힐이 가득한 로다테의 반짝이는 봄 컬렉션을 보시라. “나도 저걸 해야지, 라는 생각뿐이었어요.”

    파월은 헤인즈가 정확한 주제와 방향보다 색조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고 얘기한다. “그는 색깔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지녔어요.” <캐롤>의 경우 그녀는 옛날 <보그>를 보며 블란쳇의 장갑에 대해 영감을 얻었다고 전한다. “40년대와 50년대에 나온 어떤 <보그>를 보더라도 모든 사람이 그 장갑을 끼고 있으며, 그게 계속 등장합니다”라고 파월은 말한다. 그리고 <캐롤>을 찍은 신시내티에서 재봉사들은 바느질하고 또 했지만 중요한 순간 파월 자신마저 재봉틀을 잡았다고 덧붙인다. 왜 루니 마라에게 별난 빵모자(원래 스코틀랜드에서 쓰던)를 씌웠나? 그녀는 스텔라 맥카트니의 타탄체크를 예상한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녀가 분한 캐릭터가 기본적으로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파월은 대답할 뿐이다.

    톰 브라운 쇼의 프런트 로에서 파월은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큐레이터인 앤드루 볼튼과 2013년 그곳에서 열린 전시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그녀의 다음 프로젝트는 펑크 외계인을 테마로 한 로, 엘르 패닝과 니콜 키드먼이 출연한다). 파월은 나무로 지은 학교 건물에 모인 일본 여학생들(혹은 행성 사이를 이동하는 카우보이들?)이 입은 톰 브라운 인타르시아 재킷의 행렬이 꽤 인상적이라고 여겼다. 안테나처럼 땋아서 하늘로 솟구친 머리는 특히 더! “이번 쇼는 하루 종일 호텔 방에서 외계인을 그려온 누군가에게 정말 멋진 쇼입니다”라고 파월은 말한다.

    Thom Browne 2016 S/S

    Mildred Pierce, 2011

    Far from Heaven, 2002

    Velvet Goldmine, 1998

    패션 위크가 끝을 향할 때 우리는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헤인즈를 만났다. 그리고 마르케사 패션쇼를 보기엔 약간 이른 시간이라 킹 콜 바의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헤인즈는 자신이 처음 본 패션쇼를 기억하고 있다. 케이트 블란쳇과 함께 참석한 톰 포드 패션쇼였고, 마지막 순간에 초대 받았다. “뭘 입었죠?”라고 파월이 묻자, “당신이 함께 체크 했잖아요!”라고 헤인즈가 대답했다. 우리는 마르케사 쇼를 보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영화감독 입장에서 그 패션쇼는 이런저런 상을 받을 사람들이 레드 카펫에서 입을 법한 그런 가운의 프리뷰 같았다. 크리스티나 헨드릭스와 안나소피아 롭도 참석했다. 그러나 헤인즈와 파월은 마르케사의 디자이너인 조지나 채프먼의 남편이자 프로듀서일 뿐 아니라 <캐롤>의 배급자인 하비 와인스타인과 수다를 떨었다. 채프먼이 파월 작품의 엄청난 팬이라고 와인스타인은 우리에게 말했다.

    새에게 영감을 얻은 가운의 깃털과 튤의 행진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헤인즈와 파월은 박수를 치고 자동차로 달려가 이제 막 시작한 안나 수이의 폴리네시아 테마 쇼를 향해 달렸다. 영화 레퍼런스에는 도로시 라무어, 영화 <블루 하와이> 시절의 엘비스, 그리고 1941년 에 출연했던 바바라 스탠윅이 포함돼 있었다. “저는 라메 조각이 장식된 파인애플 프린트가 맘에 들었어요”라고 쇼가 끝난 후 파월은 말했다. 그러자 헤인즈는 “저는 문신처럼 보이는 보디수트가 마음에 들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 개의 쇼를 본 겁니다. 저는 그들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 좋았어요”라고 파월은 말한다.

    “톰 브라운 쇼가 가장 구성이 뛰어난 것 같아요.” 갑자기 감기 때문에 그 쇼를 놓친 헤인즈가 얘기했다. “거기엔 약간의 이야기가 있었어요. 저는 그것을 여교사로 변신한 신부로 봤어요. 그리고 그녀가 들어서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니까 <제복의 처녀(Madchen in Uniform)> 같았군요”라고 헤인즈가 얘기했다. “그랬어요, 그 영화를 잊고 있었네요”라고 파월이 맞받아쳤다. “그것은 실제로 <캐롤>에 좋은 전조예요”라고 다시 헤인즈가 설명했다. “그건 최초의 공공연한 레즈비언 러브 스토리입니다. 30년대 여교사와 여학생의 관계를 다룬 독일 영화죠. 그들은 모두 유니폼을 입고 있습니다. 고전이라 할 만한 작품이죠.

      로버트 설리반(Robert Sullivan)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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