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재능 넘치는 모자 디자이너 – M ET TOI

2016.03.16

by VOGUE

    재능 넘치는 모자 디자이너 – M ET TOI

    “나는 모자가 안 어울려서”라는 말은 이제 그만! 누구나 한 번쯤 써보고 싶은 모자가 여기 있다.
    〈보그〉가 만난 재능 넘치는 모자 디자이너 4인 ▷ ② M ET T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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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GUE KOREA(이하 VK) 모자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LEE SUN HWA(이하 LSH) 프랑스어 전공자로서 4년 전, 프랑스로 여행을 떠났어요. 그곳에서 마음에 쏙 드는 파나마 햇을 발견했죠. 문득 내가 직접 만들어 한국에도 소개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만 해도 생소한 아이템이었지만 분명 사랑받을 것 같았어요. 2년의 준비를 거친 후, 2년 전 ‘엠에뚜와’를 론칭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여름에는 파나마 햇, 겨울에는 펠트 모자를 선보이고 있어요.

    VK ‘엠에뚜와’는 어떤 의미인가요?
    LSH ‘M’은 프랑스어로 마담, 무슈, 그리고 나(Moi)를 의미합니다. ‘Et Toi’는 ‘그리고 너’라는 뜻이죠. 여자, 남자, 나와 너까지, 우리 모두를 위한 모자라는 뜻을 담았어요.

    VK 모자를 만들 때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가요?
    LSH 챙의 사이즈입니다. 동양인 얼굴형에 가장 잘 어울리고, 여자들의 얼굴이 최대한 작아 보일 수 있게 하는 챙의 사이즈를 늘 고민하죠. 그리고 모든 제작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합니다. 특히 모자 위에 장식하는 리본은 손수 한 땀 한 땀 핸드 스티칭하고 있어요.

    VK 처음으로 만든 모자를 기억하나요?
    LSH 새파란 리본을 장식한 파나마 햇이었어요. 사실 주위에선 검정, 혹은 남색 리본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죠. 파란색은 아무래도 좀 튀니까요. 하지만 프랑스에서 멋쟁이 할아버지들이 파란 리본이 달린 모자를 쓴 게 떠올라 밀어붙였죠.

    VK 어떤 사람들이 ‘엠에뚜와’를 쓰길 바라나요?
    LSH 늘 ‘마담’을 떠올리며 만듭니다. 한국에선 아직도 마담이라고 하면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하는데, 사실 마담이란 기품 있고 멋스러운 여성을 뜻합니다. 줄리엣 비노쉬 같은 인물이죠. 또 자신감 넘치는 분들이 썼을 때 더 빛이 납니다. 매 시즌 친동생이자 배우인 이연희를 모델로 쓰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연희는 특유의 자연스러움과 자신감으로 자칫 화려해질 수 있는 모자를 부드럽게 연출합니다.

    VK 액세서리로서 모자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LSH 선글라스와 비교할 수 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글라스를 쓰면 과하게 멋 낸 듯한 인식이 많았죠. 하지만 이제 누구나 쉽게 찾는 아이템이에요. 과감한 색상과 디자인의 선글라스도 인기가 많죠. 언젠가 선글라스 대신 모자와 좀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 있어요.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모자 하나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으니까요.

    VK 대중화되긴 했지만, 모자는 여전히 스타일링하기 쉽지 않아요. 모자를 ‘잘’ 쓰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LSH 자신의 피부 톤을 파악해야 합니다. 살짝 노란빛을 띠는 동양인 피부에 잘 어울리는 리본 색은 뭔지, 또 얼굴형에 맞는 챙의 사이즈는 어느 정도인지 찾아야 하죠. 무엇보다 스스로 모자를 어색해하면 안 됩니다.

    VK 어떤 종류의 모자를 가장 좋아하나요?
    LSH 물론 파나마 햇과 펠트 페도라! 하지만 고객들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이번 시즌엔 비니를 선보였고 베레모도 제작할 겁니다. 보다 쓰기 쉬운 모자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VK 모자를 정말 멋지게 쓰는 인물은 누가 있을까요?
    LSH 단연 다이앤 크루거. 살짝 각진 얼굴형이지만 자신에게 완벽하게 어울리는 것을 잘 찾아냅니다. 가령 챙이 짧은 페도라를 약간 뒤로 써서 중성적 얼굴선을 살리는 식이죠.

    VK 특별히 좋아하고 존경하는 모자 디자이너가 있나요?
    LSH 일본의 기지마 다카유키(Kijima Takayuki)는 남성용 중절모를 만들었는데, 지난봄 컬렉션부터 여성 라인까지 선보이고 있죠.

    VK 모자와 관련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LSH 어릴 때부터 일본에 사는 외삼촌 덕분에 모자를 쉽게 접할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 축제 날, 커다란 와인색 니트와 롱스커트, 그리고 외삼촌의 중절모를 매치했죠. 친구들은 할머니 같다고 놀렸지만, 저는 그 룩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그때부터 특별한 날에는 늘 모자를 썼습니다.

    VK 올겨울, 꼭 준비해야 할 모자를 추천해주세요.
    LSH 펠트 페도라! 여행지에서 쓸 만한 모자를 추천해달라고 문의하는 고객이 많은데, 검정 펠트 페도라는 언제 어디서든 활용하기 좋아요. 하지만 드레스업해야 하는 파티에서는 지나치게 차려입은 듯한 페도라보다 오히려 베일이나 주얼리 장식을 더한 가벼운 비니나 베레모가 더 쿨하죠.

    VK ‘엠에뚜와’는 어떤 브랜드가 되길 원하죠?
    LSH 끝내주게 멋진 패션 피플이 찾는 모자보단 평범한 사람들이 ‘나도 하나쯤 갖고 있어’ ‘나도 하나 갖고 싶어’라고 생각할 만한 모자를 만들고 싶어요. 1월엔 이태원에 쇼룸을 오픈하는데, 일본에서 수입한 수십 가지 컬러의 리본을 구비해둘 거예요. 누구든 편하게 들러 이것저것 써보고 직접 리본을 대보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자를 찾도록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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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임승은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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