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 만능 청소기, 치실 이야기

하루 세 번 양치질만이 치아 건강의 정답은 아니다.  치아 사이에 남아 있는 음식 찌꺼기와 치태를 말끔히 제거해줄 입속 만능 청소기, 치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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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했니?” 어린 시절 우린 부모님으로부터 하루 세 번 양치질을 강요받아왔다. 습관이 무섭다고, 하루 세 번 양치질의 중요성만 학습해온 우리에게 치실 사용은 결벽증 환자들이나 하는 유난스러운 행동일 뿐 굳이 해야 할 필요성조차 못 느낀 게 사실이다. 서른 평생을 양치질만이 치아 건강의 정답이라 믿어왔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스케일링 시술을 위해 방문한 치과에선 ‘치실’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왔다. 내가 본격적으로 치실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스케일링 시술이 끝날 때면 원장님은 늘 그래왔듯 치실 사용을 권했다. “하루 세 번 양치질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치실 사용입니다. 치아와 치아 사이에 남아 있는 음식 찌꺼기나 치태 제거는 칫솔질만으로 절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스케일링 시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세 차오르는 치석이 원망스러워 속는 셈 치고 써본 치실의 매력에 요즘 난 푹 빠졌다. 하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치실 사용 ‘이꼴’ 불필요한 유난이요, 치실 예찬에 힘을 실어줄 이는 옆자리 패션 기자 한 명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치실을 사용하는 사람은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꼴(약 17%). 그것도 매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로, 치실의 중요성에 비해 실천력은 굉장히 미비한 수준이다. 게다가 사용법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고 무작정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최근 치실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논란이 거세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치실 사용자 대부분이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잘못된 치실 사용 습관은 오히려 잇몸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치실,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걸까? 이왕 할 거 제대로 하자. 건강한 치아를 지키기 위한 올바른 치실 사용법과 그 효능을 듣기 위해 치주 전문의 김정범 원장을 찾았다.

치실로 지키는 입속 건강

치실의 진가를 확인하고 싶다면 속는 셈 치고 딱 한 번만 직접 사용해보자. “치실로 치아 사이를 닦아낸 다음 치실에 밴 냄새를 한번 맡아보세요. 그러면 치실 사용이 번거로워 외부에서는 차마 못할 수는 있겠지만 하루 한 번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김정범 원장의 설명이다. 치아 건강을 위해 하루 세 번 양치질이면 충분하지 왜 번거롭게 치실까지 추가해야 하느냐고? 칫솔의 역할은 치아 표면을 닦아주는 것뿐 치아 사이사이에 침투하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치실, 혹은 치간 칫솔 사용이 꼭 필요하며 잇몸이 자주 붓고 아프다면 더더욱 치실 사용을 습관화해야 한다. 출산 이후로 잇몸이 많이 붓고 피가 나 고민이던 뷰티 셀렉트숍 스프링풀의 황봄님 대표는 치실을 쓴 뒤로 이런 문제가 말끔히 해결됐다고 말한다. “잇몸이 붓는 원인은 단 하나, 치아 표면에 치태(무색의 세균막)가 쌓여 있어서입니다. 음식물 찌꺼기가 있으면 치태가 잘 안 빠져나갈 뿐이지 음식물 자체가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건 아닙니다. 치실을 사용하여 이 사이의 치태를 다 제거하면 잇몸의 부기가 빠지는 게 당연한 거죠.” 일반 칫솔 대신 전동 칫솔이 효과적이듯 치실 대신 워터픽이나 에어플로스처럼 물이 나오는 기기를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치실을 못 이긴다. “세차할 때 물만 뿌린다고 깨끗해지나요? 거울을 닦을 때도 마찬가지죠. 물만 뿌린다고 해서 절대 깨끗해지지 않아요. 치아 사이도 물만 뿌린다고 해서 깨끗이 닦이지 않습니다. 그런 제품은 치실 사용 후 좀더 깨끗하게 하고자 사용하는 것이죠.”

올바른 치실 사용법

취향에 맞는 치실을 골랐다면 이젠 올바른 치실 사용법을 숙지할 차례다. 우선 치실을 30~40cm 정도 끊어서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이용하여 3~4cm 정도만 남도록 치실을 잡는다. 그런 다음 치아 사이에 정확하게 끼워 넣고 치아 한면 한 면을 위아래로 닦아준다. 그래도 이해가 잘 안 된다면 미국치과의사협회 홈페이지의 동영상 강의를 추천한다. 치실을 열심히 쓴다고 쓰지만 치실의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치실의 역할은 치아의 단면을 닦아주는 데 있습니다. 두 치아가 서로 맞닿아 있기 때문에 한번 치아 사이에 집어넣고 두 면을 고르게 닦아줘야 하죠. 그냥 치아 사이에 넣었다 빼기보다는 맞닿아 있는 치아 두 면을 한 면씩 꼼꼼히 닦아주세요.” 만일 이 사이 공간이 벌어져 있다면 치실이 아닌 치간 칫솔을 사용하자. 치실을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쉽고 또 잘 닦인다. 치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중에 판매되는 치실의 모양도, 향도 굉장히 다양해졌다. 구미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 사용하되 치실 사용이 처음이라 익숙지 않다면 새총처럼 생긴 치실을 권한다. 손잡이가 있어 훨씬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모두가 궁금해할 질문 한 가지. 양치 전 치실 사용이 맞을까, 양치 후 치실 사용이 맞을까? 치실 사용은 양치 전후 크게 상관없지만 치간 칫솔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치약에 의한 치아 마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양치 전 치간 칫솔을 권한다.

치실을 쥔 두 손의 강약 조절 실패로 잇몸에서 피를 본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손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자주 반복된다면 잇몸 염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초보자가 아닌데도 치실을 사용할 때마다 피가 난다면 잇몸 염증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럴 땐 치실을 멈춰야 하느냐? 천만의 말씀! 이럴 때일수록 치실을 더 열심히 사용하라는 신호로 봐도 무방하죠.”

미국치과의사협회에서는 구강 위생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항목으로 칫솔질 횟수와 시간 다음으로 치실, 혹은 치간 칫솔 사용 여부를 묻는다. 이젠 더 이상 깔끔 떠는 사람들이나 하는 유난스러운 행동이 아니다. 처음 치실을 사용했을 때, 그 얇고 가는 실에 밴 냄새를 떠올려보면 하루 한 번 치실질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 닦으면 한없이 지저분한 입속 불모지지만 매일 습관을 들이면 불쾌하던 냄새가 싹 사라지는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으니, 뭘 더 망설이나. 오늘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