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재능 넘치는 모자 디자이너 – BROWN HAT

2016.03.16

by VOGUE

    재능 넘치는 모자 디자이너 – BROWN HAT

    “나는 모자가 안 어울려서”라는 말은 이제 그만! 누구나 한 번쯤 써보고 싶은 모자가 여기 있다.
    〈보그〉가 만난 재능 넘치는 모자 디자이너 4인 ▷ ④ BROWN 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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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GUE KOREA(이하 VK) 모자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PARK JI HYANG(이하 PJH) 패션 자체에 워낙 관심이 많아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모자만으로 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여러 모자를 직접 해체하고 다시 만들어보니 패턴만 미세하게 차이 나도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죠. 8년 전, 40년 동안 패턴을 만들어온 모자 장인을 만나 교육을 받으며 함께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어요.

    VK ‘브라운햇’은 어떤 의미인가요?
    PJH 20대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 모두 쓸 수 있는 모자를 만들고 싶었어요. 대부분에게 어울리는 컬러 ‘브라운’을 이용해 이름을 지은 것도 그런 이유죠. 할머니, 할아버지도 쉽게 기억하는 이름이라 더 의미 있어요.

    VK 모자를 만들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뭔가요?
    PJH 처음 모자를 만들었을 땐, 제가 지닌 모든 기술을 뽐내고 싶은 마음에 특이한 제품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브랜드 론칭 이후에는 고객이 어떤 옷을 입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죠. 고급 소재의 룩으로 차려입었을 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자를 만들고 싶어서 소재 선택에 신중을 기합니다. 제냐, 샤넬, 에르메스 같은 하이패션 브랜드에서 쓰는 원단을 활용하기도 하죠. 챙의 사이즈 역시 중요해요. 챙을 양옆으로 0.2mm씩 넓혀 얼굴이 작아 보이도록 하거나, 각도를 얼굴 바깥쪽으로 살짝 기울여 광대뼈가 들어가 보이게 하는 식이죠.

    VK 처음 만든 모자를 기억하나요?
    PJH 압착 펠트로 만든 베레였어요. 소재 개발 수업 시간에 만든 거죠. 직접 만든 이 모자를 꽤 오래 썼습니다.

    VK 어떤 사람들이 ‘브라운햇’을 쓰길 바라죠?
    PJH 언젠가 개인 스타일리스트가 있는지 의심될 만큼 멋진 60대 중·후반의 여성이 쇼룸에 들른 적 있어요. 한눈에 반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패션뿐 아니라 음식, 여행 등 두루두루 관심이 많았고 자신감도 넘쳤죠. 이처럼 패션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 관심도 많고 활기찬 사람들이 썼으면 합니다.

    VK 액세서리로서 모자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PJH 모자는 얼굴을 돋보이게 합니다. 제대로 고르면, 어느 때보다 얼굴이 예쁘게 보이도록 만들고 평범한 룩을 스타일리시하게 변신시키기도 하죠. 룩이 지나치게 여성스럽다고 느껴질 때는 헌팅캡이나 페도라를 써서 중성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어요.

    VK 대중화되긴 했지만, 모자는 여전히 스타일링하기 쉽지 않아요.
    PJH 여러 모자를 써본 사람이라면 독특한 디자인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클래식부터 도전하는 게 안전합니다. 기본 소재와 디자인으로 시작해 독특한 원단과 패턴, 실루엣까지 변화를 주는 거죠. 정답은 없지만 조금씩 용기를 내다 보면 누구든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할 모자를 찾을 겁니다. 평소 모자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던 분들을 위해 얼굴형, 머리 둘레와 깊이, 취향을 고려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죠.

    VK 어떤 모자를 좋아하나요?
    PJH 양옆으로 0.5mm씩 넓힌 커다란 챙 안에 와이어를 넣어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하게 한 ‘카스케트’를 즐겨 써요. 거의 모든 옷에 늘상 매치하고 다녀서, 주변에서는 교복 모자냐고 놀리곤 하죠. 남녀 모두에게 잘 어울리지만, 특히 여성스러운 룩과 함께할 때의 중성적 느낌을 좋아합니다.

    VK 모자를 멋지게 소화하는 인물은 누가 있을까요?
    PJH ‘부리(BOURIE)’의 디자이너 조은혜와 안경 편집숍 ‘레트로킷(Retrokit)’의 대표 배선영이 떠오르네요.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명확히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스타일링하죠. 가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내 모자가 저렇게 연출될 수 있구나’ 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을 때도 있어요.

    VK 특별히 좋아하고 존경하는 모자 디자이너가 있나요?
    PJH 가브리엘라 리젠차(Gabriela Ligenza)의 컬렉션은 그야말로 미술 작품처럼 예술적입니다. 전시를 관람하는 듯 마음이 평온해지죠. 호리사키(Horisaki)만의 음울한 느낌 역시 좋아합니다.

    VK 모자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PJH 쇼룸에 있다 보면 여러 고객과의 재미있는 인연이 생기곤 합니다. 모자를 사기 위해 대구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모자 수집가, 한국에선 맞는 사이즈를 찾지 못한 비운의 사진가, 서울 매장으로 지인을 보내 실시간으로 사진을 보며 ‘대리 쇼핑’을 즐기던 중국 고객, 양손을 번쩍 들어 핸들을 잡아야 하는 대형 바이크를 타고 온 70대 할아버지 고객 등등. 모자 애호가들과의 만남은 늘 즐거워요.

    VK 올겨울, 우리 여자들이 꼭 준비해야 할 모자는 어떤 건가요?
    PJH 와이어가 들어간 볼륨 있는 모자. 돌돌 말아 올려 베레처럼 써도 멋스럽고 귀를 덮거나 얼굴을 살짝 감쌀 수도 있죠. 얼굴이 작아보이는 효과까지!

    VK ‘브라운햇’은 어떤 브랜드가 되길 바라나요?
    PJH ‘브라운햇’을 쓰는 사람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디자이너로 남고 싶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의 후기를 경청한 다음 디자인에 새로 적용하려고 노력하죠. ‘브라운햇’을 썼을 때, ‘플러스’가 되는 기분이 들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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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임승은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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