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해외에서 활약하는 7명의 젊은 한국 디자이너 – ① (HYEIN SEO, 99% IS-)

2016.03.16

by VOGUE

    해외에서 활약하는 7명의 젊은 한국 디자이너 – ① (HYEIN SEO, 99% IS-)

    앤트워프부터 베를린, 뉴욕과 런던, 도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패션 도시에서 태어난 패션 코리아의 새로운 에너지. 해외에서 활약하는 젊은 디자이너 일곱 명을〈보그〉가 만났다. – ①편 (HYEIN SEO, 99%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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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앤트워프의 왕립 예술 아카데미 석사과정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4년, 서혜인은 하우스 브랜드로의 취업을 꿈꾸고 있었다. “잘나가는 파리 하우스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녀의 3학년 컬렉션이 편집숍 ‘VFiles’의 눈에 띄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당돌한 스타일로 유명한 뉴욕 편집숍의 배려 덕분에 2년 전 뉴욕 패션 위크에 발표한 컬렉션이 리한나와 스타일리스트 멜 오텐버그의 눈에 띄었다. 리한나는 서혜인의 옷을 입고 파리 컬렉션에 참석했고, GD는 서혜인의 인조 모피 코트 차림으로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다. 사람들은 ‘FEAR’라고 쓰인 인조 모피 숄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했다. 결국 그녀는 재학 중에 졸업 컬렉션을 준비하는 동시에 자신의 라벨을 시작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길이 열렸어요. 두렵긴 했지만, 누구나 원할만큼 좋은 기회를 쉽게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혼자였다면 두려웠겠지만, 그녀의 곁에는 10년 전 한국의 대학에서 신입생 시절 만난 이진호가 함께 있었다. “제 이름이 먼저 알려지면서 저 혼자 운영하는 브랜드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모든 걸 함께 하는 라벨입니다.” 큰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유학을 떠난 듀오는 본격적으로 꿈을 펼치고 있다. 서혜인이 앤트워프에서 디자인에 몰두하고, 이진호는 곁에서 그래픽 작업과 제작, 촬영 등을 돕는다. ‘School Kills’라고 쓰인 티셔츠, 도쿄 폭주족을 연상시키는 봄버 등 둘의 컬렉션에는 반항적이고 거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그들도 반항적일까? “우리와 다른 캐릭터를 표현해요. 직접 모터사이클을 타고 거리를 질주하진 않지만, 그런 주인공이 나온 소설이나 영화를 보며 우리만의 스토리를 상상하고 작업하죠.” 젊은 패션 팬들에게 특히 더 매력적인 듀오의 컬렉션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를 지지하는 SFDF(삼성패션디자인펀드)의 눈에 띄었고 2015년 수상자로 뽑혔다. “아직까지도 얼떨떨합니다. 스스로 이 방향이 맞는지 확신이 드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시작한 이상, 최선을 다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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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탄을 터뜨리고, 총을 난사하는 디자이너. 도쿄와 서울을 오가는 디자이너 바조우(혹은 박종우)는 이번 봄 컬렉션을 준비하며 자신의 환상을 실행에 옮겼다. “지난해 처음 SFDF 수혜자가 된 후, 상금을 어떻게 써야 가장 효과적일까 생각했어요.” 사무실을 마련하고 스태프를 꾸리고 번듯한 쇼를 선보이는 데 쓰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바조우는 외모만큼이나 일반적 디자이너는 아니다. “이번 컬렉션의 주제가 ‘디스트로이’였어요. 하지만 이제까지 칼로 찢고 구멍을 내는 등 ‘평범한 파괴’는 많이 해봤어요. 이번엔 더 충격적인 방법을 쓰고 싶었죠.” 그는 공들여 완성한 옷을 들고 괌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총을 쏴서 옷에 구멍을 내고,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옷을 그을리고, 전기톱으로 데님을 잘라냈다. 물론 인스타그램 세대답게 모든 것은 이미지와 영상으로 남겼다. 충격적일 만큼 대범한 작업 방식과 시드 비셔스를 떠올리게 하는 외모를 제외하면,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조용한 성품의 디자이너다. 이미 여덟 번째 컬렉션을 발표했고 도쿄 패션 위크를 통해 제대로 된 패션쇼도 선보였다. 또 10 꼬르소 꼬모 협업도 준비했고, 가죽, 데님, 재킷 등으로 구성된 스테디 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펑크 음악에 빠진 10대 시절에 상경해 홍대 클럽 언저리를 맴돌던 소년은 놀랍게도 레이 가와쿠보의 조언을 받는가 하면, GD와 어울리며 패션계 중심으로 맹렬히 전진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SFDF를 수상하게 된 것도 이런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그에게서 우아한 아틀리에에 앉아 피팅 모델에게 실크를 드레이핑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지금은 클럽에서 뮤지션과 놀고, 머리를 호피 무늬로 염색하는 디자이너가 더 흥미로운 시대다. 그런 세상 가운데 바조우의 심장은 더 빨리 뛰고 있다. “빵 터뜨리고 싶어요. 음악이든, 패션이든, 저 자신이든.”

    에디터
    손기호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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