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런던 패션위크 – 에르뎀의 과장된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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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어질러진 방, 엎어진 피아노, 박제된 곰과 반짝이는 샹들리에를 덮은 더스트 커버, 에르뎀 쇼에서는 극적인 백스테이지조차 패션의 피를 솟구치게 만들었다.

에르뎀의 쇼는 의도적으로 고상함을 추구하는 의상들 가운데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뛰어난 쇼 중 하나였다.

쇼는 <Erdem Staple>이라 쓰여있는 작은 책자로 시작되었다. 그 책자 안에는 1930~40년대 활동하던 무대 디자이너인 올리버 메셀을 담은 세실 비튼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그 곁에는 세실 비튼의 여동생이 섬세하게 반짝이는 시폰 드레스를 입고 갖가지 무대 소품에 둘러 쌓인 채 앉아있었고 여기에서 오늘 쇼의 톤이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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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토록 분명한 역사적인 사진이 너무나 모던해 보인다는 점이 시각적으로 놀라움을 선사했다.  에르뎀이 묘사한 대로 작은 빅토리아시대의 부티나 플랫슈즈, 안팎이 바뀐 자카드와 보이시한 재단쇼의 컨셉이었다. 이는 헐리우드 영화 배역을 위한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일터에서 나와 달려가는 젊은 여성이라는 아이디어였다.

그리하여 톰보이 같은 팬츠수트부터 대략 1930년대 풍의 레이스 드레스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영화 <선셋대로>의 퇴물 배우가 아닌 젊음이 가득한 순수함과 긴급함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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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릴로 장식된 크로스오버 네크라인에 크림색 새틴으로 됐거나 몸 전체를 반짝이는 금빛으로 덮는 드레스 또는 검은색 드레스도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그러한 어두운 색깔은 검은색 두꺼운 새틴 칼라와 목 부분을 덮은 시폰 베일, 그리고 딱딱한 블랙 레이스를 통해 다양하게 표출되며 몸을 감쌌다.

꽃으로 된 자수가 지나치게 예스럽게 로맨틱한 터치로 보인다 하더라도, 에르뎀은 똑 떨어지는 체크 팬츠로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의상을 내놓지 않고도 연극적인 테마를 거진 활용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