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런던 패션위크 – 영국 여성 디자이너들의 위트와 지혜

소녀들은 그저 즐겁기만 바랄까? 이제부터 나는 펑키하고 재미있고 화려한 의상들을 만들어내는 행복한 재주를 가졌음과 동시에 자신만의 패션 비즈니스를 꾸려나가는 여성 디자이너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웨스턴 기인: 마리 카트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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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카트란주 쇼의 배경을 구성하는 은색 풍선들은 1960년대 뉴욕에 있던 앤디 워홀의 ‘팩토리’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별, 하트, 조랑말, 나비, 그리고 불꽃 등의 패턴은 와일드 웨스트, 즉 황량한 미 서부를 의미하고 있었다. 디자이너의 복잡한 쇼 노트에 따르면 그곳은 카우보이와 공주라는 전형적인 어린시절 롤 모델이 존재하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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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건가? 뭐랄까, 내가 워홀이 그린 카우보이와 여왕의 초상화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말이다.

카트란주가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섞어버린 그 작품 말이지. 마리의 힘은 빽빽한 프린트를 다루는 가벼운 터치에 있다. 나는 그녀의 쇼를 놀이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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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커다란 나비가 그려진 반투명한 드레스는 가슴 부위를 단정하게 처리함으로써 그저 사랑스러워 보이게 만드는, 패턴제작기술을 활용하는 놀이라 할 수 있겠다. 액세서리로서 헤드스카프의 부활은 놀라웠고 민속적인 매력을 더했다. 쇼를 보고 나오는 내 머리 속은 어지러웠지만, 이는 짧고 긴 스커트에 쓰인 컬러와 패턴을 다루는 그녀의 재능 때문이었다. 마리는 자신의 쇼를 “사랑이 꾸는 젊은 꿈”이라 불렀다. 그리고 맞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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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야 힌드마치: 패션계에서 장난감 블록 쌓기

만약 당신이 핸드백 디자이너로서 유명하다면 어쩌면 사람들은 먼저 “액세서리”를 떠올리고 나서 옷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묘기를 부리며 런웨이로 등장하는 색색의 장난감 블록은 한 단계 한 단계 점점 커지고 있는 안야 힌드마치 브랜드의 심볼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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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톤 혹은 보드게임과 같이 작은 네모로 잘라진 가죽 조각으로 만들어진 힌드마치의 유명한 가방들은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 변한 것은 점차 패션계에서 도전자가 되어가는 옷 자체와 구두들이었다._ARC0407_1280x1920

와인 컬러의 테일러 코트에는 새틴으로 된 블록이 들어갔다. 그레이 컬러의 코트에는 칼라 부분에 하얀 퍼로 된 꽃송이가 아플리케로 더해졌다. 또는 클래식한 카멜색 코트에 무톤으로 된 칼라와 주머니와 장갑이 재미를 더했다. 모두 훌륭하고 심지어 강력하기까지 한 아우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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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해보자. 여성이 원하는게 뭔지를 아는 지식과 예술적인 지성을 통해 안야는 자신의 브랜드를 완벽한 의류 독립체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정말 똑똑한 건, 그녀의 가방들이 역사상 가장 위트 있고 귀여우며 실용적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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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다: 다운사이즈

록산다 일린칙은 키가 크고 우아하며 드라마틱한걸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밝은 컬러의 기하학적인 블록 및 가느다란 라인을 지닌 그녀의 과감한 옷들은 그렇게 평가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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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디자이너는 그녀의 의상을 “다운사이즈”하고 부드럽게 만들었다. 구두들은 거의 플랫이 되었고 여기에 버건디, 오렌지, 블랙이 수직으로 들어간 새틴 드레스가 함께 짝지어졌다. 컬러 패널을 집어넣는다는 동일한 아이디어는 꿈틀거리는 스트라이프를 만들어냈고 아니면 진짜 부드러움을 위해 목에 퍼로 된 목도리를 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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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들이 더 이상은 록산다의 ‘기하학적 트릭’으로 보이지 않는 잘 닦여진 세련됨에 기여했다. 일상복의 수를 늘림으로써 록산다는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새틴으로 된 소매가 슬릿 사이로 나오는 케이프 코트와 팬츠가 등장했다. 그러나 긴 스커트 사이로 실크 주름이 보이던 이브닝웨어 역시 전체적인 주제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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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목소리’가 자신의 영역을 찾아내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록산다는 절대음감을 선보였다. 퍼, 벨벳, 아니면 실크 등 뭘로 만들었건 간에 록산다는 탁월한 그래픽, 그리고 연갈색과 짙은 청록색 컬러를 활용함으로써 자신의 디자인 미학을 회복시켰다. 그것도 정말 세련된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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