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밀라노 패션위크 – 이탈리아의 통일, 리소르지멘토! 이탈리아 패션이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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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군단과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리가 패션위크의 개막을 알렸다는 건 이탈리아가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겨우 한 세기 전에서야 독립된 국가들이 모여 공화국이 되고, 그패션계는 여전히 단절되고 다툼이 잦은 나라, 바로 이탈리아가 밀라노 패션위크를 시작하기 위해 전부 모여 오찬을 함께한 것이다.

이탈리아를 이끄는 지도자인 마테오 렌치 총리가 이 행사를 주최했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서구국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만일 영국의 데이비드 카메론이 런던의 패션을 지원하기 위해 EU에 잔류하려는 노력을 잠시 멈췄다면 아마도 영국 언론을 통해 무자비하게 지탄을 받았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가 뉴욕 스타일을 응원한다고? 글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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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탈리아의 총리와 밀라노의 쥴리아노 피사피아 시장이 이탈리아 패션 관련 정부기구인 <국립패션협회(CNMI, Camera Nazionale della Moda Italiana)>의 대표인 카를로 카파사를 지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탈리아는 장인정신과 디자인 모두에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즉, 아이디어를 창조해 냄과 동시에 옷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제적인 디자이너들이 얼마나 혁신적이던 간에, 하이패션을 만들어내는 건 이탈리아의 장인정신이다.

렌치 총리는 이러한 독보적인 위치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올해 41세인 렌치는 새로운 세대를 격려해 디자인과 의류 제작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하기에 충분히 젊었다. 중요한 것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한 앵글에 잡히도록 하는 드라마틱한 제스처가 아니라 전체적인 이탈리아 패션 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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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는 이탈리아가 전반적으로 박물관이 될 것이 아니라 그 영광스러운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꿰뚫어 봐야한다고 단호히 주장했다.

총리가 밀라노에 등장했다는 것은 그저 칭송 받을 일이 아닌 도전이었다. 40년 전 아르마니와 같은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강력한 왕국을 개척했을 그 당시 패션계의 활기를 되살릴 수 있을까?

렌치 총리는 긍정적으로 말했다. “패션산업은 우리에게 이탈리아의 미래가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노스탤지아에 매달린 국가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한 정서가 얼마나 감성적이고 아름답던지 간에 이탈리아는 호기심을 불어넣고 박물관보다는 워크숍이 많으며 보존하기보단 혁신하는 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현재 이탈리아에게 필요한 것이며 패션이 그 선봉에 서야합니다.”
 

 
구찌: 빈티지의 시각적 효과
가장 드라마틱한 패션의 부활이라면 구찌의 르네상스를 꼽을 수 있겠다. 구찌 하우스의 등잔 밑에서 일하는 어시스턴트였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브랜드 이미지를 변신시켰고 최근 금융 지표에 따르면 침체되어 있던 구찌가 4프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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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과거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믿는다면 – 이는 미켈레의 전략이었다. 미켈레는 구찌가 화려한 젯셋족들을 끌어들였던 1970년대로부터 구찌 엠블럼이 들어간 아이템들을 다시 가져왔다. 그 이전까지는 구찌에는 오직 화려한 가방과 신발만이 존재할 뿐 의류가 나오지 않았었다. 그러나 미켈레는 날카로운 안목으로 빈티지를 패션 가상현실로 재평가했다.

고급스럽게 만들어진 잡다한 의상들이 지난 시즌 충격을 안겨주었다면, 번쩍이는 조명이 비추는 반투명한 스크린 뒤로 공개된 2016-17 F/W컬렉션은 더욱 열광적으로 단절되어 보였다.

우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컬러였다. 쇼킹한 핑크색의 퍼코트, 터키색 케이프, 충격적인 붉은 팬츠수트 등은 마치 화가가 거침없이 캔버스 위에 그려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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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 다음은 동물이었다. 곰, 원숭이, 그리고 뱀이 니트부터 보디스를 휘감는 아플리케까지 다양한 테크닉으로 창조됐다. 패턴은 광범위했다. G가 겹쳐진 커다란 구찌 로고는 재킷 뒷면에 들어갔고 배 부분에서는 르네상스식 태양이 떠올랐다.

모자와 벨트, 그리고 물론 중요한 가방과 구두도 등장했다. 한 벌의 의상에 이러한 아이템이 한꺼번에 쓰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감각의 과부하로 어지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마치 컴퓨터로 조작한 시각 효과를 통해 만들어진 빈티지 가게인 양, 이 야생적인 혼란의 논리는 70벌의 의상 중에서 뽑아낸 어마어마한 양의 제품을 제안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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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쇼는 의상에서 액세서리를 떼어내 따로 볼 수 있을 때까지 진정으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자체는 극도로 효과적이었다. 서구 세계는 패션에 진력이 나있고 새로운 세대는 열정적으로 보고 클릭하는 이 시점에서 말이다.

나는 프랑소아 피노에게 구찌가 보여주고 있는 이 분명한 성공이 기쁜지 물었다. 회장은 조심스레 말했다. “한번 봅시다!”
 

 
로베르토 카발리: 새로움의 재탄생
첫 시즌의 실패를 이겨내고 피터 던다스는 로베르토 카발리를 위해 강하고 훌륭한 컬렉션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제 이 하우스의 창립자는 앵글에서 물러나고, 오늘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과거를 참고 했을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생명을 친숙함에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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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샹들리에로 시작되었다. 과거의 영광에 관한 이 커다란 오브제는 모던한 은빛 효과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이는 세기말의 데카당스를 모호하게 현하는 금빛 가구들 및 야자수와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던다스가 전반적인 보라빛 색조와 강렬한 장식, 그리고 난잡하고 호사스러운 퍼 등 프리 모더니즘의 염세적인 문화를 얼마나 많이 참고했는지 몰라도, 카발리 룩은 온전히 그의 통제 하에 있었다.

출발점은 아마도 풍요롭고 호사스러운 에드워드 왕 시대의 악기 연주였던 듯 하나 이는 재니스 조플린의 음악과 뒤섞였다. 던다스는 모든 퇴폐적인 사료나 오브리 비어즐리의 빽빽한 드로잉을 참고자료로 삼았고, 런웨이 모델들은 흔들리는 케이프나 코트 밑에 스키니 진을 입고 걸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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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에포크와 록을 결합시킨 것이 이번 컬렉션의 뿌리입니다.” 던다스가 말했다. 그러나 대신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을 거다. 카발리에 있어서 장식의 장인 정신이라는 유산은 이 하우스의 근원이라고.

이탈리아의 장인정신은 적어도 르네상스시대, 그리고 교황복과 카톨릭 교회의 사제복까지 거슬러올라가는 특유의 유산이 있다. 이번 컬렉션은 종교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금박 자수가 풍부히 놓인 벨벳 재킷은 섹시한 데님 팬츠와 함께 등장했고, 레이스는 얼굴을 가리기보단 몸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됐다. 그러나 이러한 옷들을 만들어낸 기술은 몇 세기를 되짚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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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보건데, 던다스는 아마도 자신의 첫 컬렉션을 팔레트를 깨끗이 닦아내는 단계로 보았던 듯 하다. 그가 다시 이탈리아의 전통에 모던한 방식으로 다시 몸을 담갔다는 건 패션계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알베르타 페레티: 봄
알베르타 페레티는 구식이다. 이는 칭찬이다. 그녀는 이탈리아 패션을 그토록 중요하게 만드는 모든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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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례적일정도로 가벼운 터치로 테크닉을 처리한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페레티 의상에는 강렬하면서도 예쁘게 장식이 들어가있다. 그리고 목에서 발목까지 아무런 장식이 없는 드레스가 등장했을 때, 연한 적갈색의 새틴에서 나오는 광택은 그 옷이 “메이드 인 이태리”임을 더욱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번 시즌의 쇼는 겨울 이미지를 배경으로 함으로써 그 섬세함을 더욱 강조했다. 벌거벗은 나뭇가지들이 길고 감미로운 레이스 드레스 뿐 아니라 짧고 발랄한 레이스 드레스들 뒤로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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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티는 최근 그녀의 작품이 지닌 고풍스러움을 높이 사는 몇몇 유명 고객들을 제외하고는 레드카펫 에선 주춤해왔다. 그래서 어쩌면 이번 시즌 그녀가 나른한 나이트웨어를 선 보였는지도 모른다. 실크로 된 그 옷들은 궁전에서 입는 잠옷의 21세기 버전처럼 보였다. 또는 심플한 의상들도 나이트웨어로서는 최상의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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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장 여성스러운 모습의 페레티를 좋아한다. 레이스 톱이 퍼 스커트로 넘어가는 모습은 그 단순함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꽃으로 수 놓인 드레스는 마치 겨울의 황량한 들판을 뚫고 피어난 듯 했다. 이 드레스는 그 뿌리부터 이탈리아의 것이었다. 우아함과 장인정신, 그리고 봄을 위해 새로 태어난 느낌까지. 페레티는 이 모든 걸 의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